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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나라를 정복한 이야기 (feat. 관중)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떤 나라가 있었어. 이 나라는 백성한테 세금을 한 푼도 안 걷었는데도 나라 곳간에 돈이 다섯 배나 늘어났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옆 나라에서 이 나라 물건 딱 한 종류를 말도 안 되게 비싼 값에 계속 사줬기 때문이야.
그런데 몇 년 뒤, 돈이 다섯 배로 불어난 이 나라가 옆 나라에 항복했어. 전쟁도 없었고, 화살 한 발도 안 날아왔는데 말이야. 돈을 준 쪽이 이기고, 돈을 받은 쪽이 진 셈이지.
이 모든 걸 해낸 사람이 누구냐고? 바로 관중이라는 사람이야.
"나만 사면 비싸고, 나만 팔면 싸" 왜 그럴까?
너희도 혹시 "요즘 그거 진짜 잘 된대!"라는 말 들어본 적 있지? 무인 매장이 잘 된다더라, 어떤 주식이 오른다더라, 그 동네 부동산이 난리라더라. 친구나 아는 사람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하게 되잖아.
근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따라 들어가면 내가 들어간 날이 꼭 제일 비싼 날인 경우가 많아. 내가 사면 제일 비쌀 때 사고, 내가 팔면 제일 쌀 때 파는 거지. "왜 나만 이러지?" 싶었던 사람들을 위해 오늘 그 답을 알려줄게.
사람들이 "잘 된다더라" 하면 우르르 몰리잖아? 이걸 이용해서 화살 한 발 안 쏘고 나라를 정복한 사람이 바로 관중이야.
화살을 쏜 사형수를 재상으로?
관중은 아주 옛날, 중국이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던 춘추시대 사람이야. 제나라에서 무려 40년 동안 재상을 하면서 제나라를 다른 나라들이 우두머리로 모시는 나라로 만들었지. 삼국지의 유명한 제갈량도 자신을 관중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정도야.
보통 관중 하면 친구 포숙과의 우정만 떠올리는데, 사실 이 사람은 나라 살림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했던 사람이야. 소금, 철, 곡식값으로 나라 살림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지?
이야기의 시작:
제나라에는 왕이 될 형제 둘이 있었어. 관중은 형을, 친구 포숙은 동생 환공을 모셨지. 그러다 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형제는 누가 먼저 수도에 들어가 왕이 될지 경쟁했어.
관중은 길목을 지키다가 환공에게 화살을 쐈어. 환공은 일부러 죽은 척했고, 관중은 형에게 환공이 죽었다고 보고했지. 형은 천천히 갔지만, 환공은 밤낮으로 달려 수도에 먼저 들어가 왕이 됐어. 바로 제나라 왕 환공이야.
환공이 제일 먼저 뭘 했을까? 당연히 자신에게 화살을 쏜 관중을 죽이려고 했지. 그런데 환공의 친구 포숙이 환공에게 이렇게 말했어.
"제나라 하나만 다스리려면 저와 몇 사람으로 충분하지만, 수십 개의 나라를 다스리려면 관중이 아니면 안 됩니다."
환공은 놀랍게도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풀어주고 재상으로 삼았어. 심지어 아버지 다음 가는 분이라는 뜻으로 중보라고까지 불렀지.
관중의 실패 목록:
- 동업하면서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감
- 벼슬에 세 번 나갔다가 세 번 쫓겨남
- 싸움터에 세 번 나갔다가 세 번 도망침
이런 사람이 재상이 되다니, 친구 포숙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포숙은 왕 앞에서 관중의 능력을 다섯 가지나 꼽으며 자신보다 낫다고 말했어.
- 백성을 너그럽게 다스리는 능력
- 나라의 근본을 놓치지 않는 능력
- 다른 나라 왕들의 믿음을 얻는 능력
- 예의와 법도를 세워 온 나라가 따르게 하는 능력
- 군대 앞에서 직접 북을 쳐서 병사들을 용감하게 만드는 능력
포숙은 관중이 몇 번 실패했는지가 아니라, 뭘 할 수 있는지를 본 거야. 그리고 관중은 그 뒤 40년 동안 엄청난 공을 세웠지.
사슴값으로 나라를 무너뜨리다
환공이 재상이 된 관중에게 가장 원했던 건 군대였어. 하지만 관중의 답은 달랐지.
"나라를 다스릴 때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곡간이 차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게 넉넉해야 부끄러움을 압니다."
즉, 백성이 먼저 부자가 되어야 세금이 나오고, 그래야 군대도 세울 수 있다는 거야. 공자보다 100년 전에 이런 말을 한 사람이 관중이었어.
사슴 이야기:
어느 날, 환공이 남쪽의 강한 나라 초나라를 어떻게 이길지 물었어. 관중의 답은 놀라웠지.
"사슴을 비싸게 사십시오."
당시 초나라에는 사슴이 많았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냥 농사 망치는 짐승일 뿐이었어. 그런데 제나라가 갑자기 사슴을 말도 안 되는 값에 사들이기 시작했지. 초나라 왕은 신하들에게 "하늘이 제나라를 시켜 우리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있다"며 백성들에게 사슴을 잡으라고 명령했어.
초나라 백성들은 밭을 버리고 사슴 잡으러 산으로 들로 나갔어. 그렇게 초나라는 세금을 한 푼도 안 걷고도 나라 재정이 다섯 배로 늘었지.
하지만 관중은 제나라에서 조용히 곡식을 사들여 쌓아두고 있었어. 제나라 백성들에게도 집집마다 곡식을 다섯 배 더 많이 쌓아두게 했지.
그리고 어느 날, 제나라가 갑자기 국경을 닫아버렸어. "사슴 이제 안 사!" 초나라 사람들은 제나라 돈만 잔뜩 남았지만, 밭을 안 갈았으니 곡식이 없었어. 곡식값이 수십 배로 뛰었지.
바로 이때, 제나라가 국경의 곡식을 풀었어. 초나라 백성 열 명 중 네 명이 배고픔에 지쳐 제나라로 넘어왔고, 제나라 백성이 되었지. 그렇게 3년 만에 초나라 왕은 제나라에 항복했어.
핵심은 이거야: 초나라는 돈이 다섯 배로 불어서 진 거야. 왜냐하면 그 돈은 초나라가 정한 값이 아니라, 제나라가 정한 값으로 번 돈이었기 때문이지. 남이 올려준 값은 남이 내린다.
유행하는 옷값으로 나라를 굴복시키다
관중은 이 방법을 한 번 더 썼어. 이번엔 사슴 대신 옷이었지.
비단을 잘 짜는 노나라와 양나라가 있었어. 관중은 환공에게 그 두 나라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게 했지. 왕이 입으니 신하들이 입고, 신하들이 입으니 온 백성이 따라 입었어. 제나라 안에서는 비단을 못 만들게 막아버렸지.
노나라와 양나라 사람들은 돈 안 되는 농사를 접고 배틀 앞에 앉았어. 13개월 뒤, 제나라 왕 환공은 옷을 갈아입고 그 비단을 못 들여오게 국경을 닫았어. 10개월 뒤, 두 나라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고, 곡식을 사려면 제나라 사람보다 100배를 더 내야 했지. 결국 24개월 만에 두 나라 왕은 항복했어.
이 방법은 다섯 번이나 더 사용되었고, 다섯 번 다 진 쪽은 자기들이 유행을 만든 줄 알았지만 사실은 착각이었어.
내가 정한 값 vs 남이 정한 값
너희 통장에 들어오는 돈 중에서 내가 정한 값과 남이 올려준 값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해.
- 내가 정한 값 (곡식): 내가 노력해서 얻은 수입. 예를 들어 월급, 내가 만든 물건의 판매 수익 등.
- 남이 올려준 값 (사슴): 남들이 몰려가서 가격이 오른 것. 예를 들어 내가 산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오른 것.
남이 올려준 값은 남이 내릴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정한 값은 내가 통제할 수 있지.
관중은 자기 나라에서는 정반대로 했어.
- 이웃 나라에는: 사슴값을 올려줘서 그 나라의 밭을 얻었어.
- 자기 나라에서는: 세금을 안 받으면서 곡간을 채웠어.
즉,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 그것이 보물이라고 말했지.
내 삶의 '곡식 6할'을 만들어라
관중은 자기 나라에서 곡식 10분의 6 (6할)을 중요하게 생각했어. 주가가 반토막 나도, 유행이 끝나도, 손님이 끊겨도 사라지지 않는 수입이 내 전체 수입의 6할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다이어트로 치면, 유행하는 식단은 '사슴'이고 매일 걷는 건 '곡식'이야. 유행하는 식단은 끝나지만, 매일 걷는 건 내가 정한 일이니 끝나지 않지. 걷는 게 6할이면, 식단이 바뀌어도 몸은 안 망가져.
너희도 이번 주에는 이번 달 들어온 돈을 적어보고, 각 수입이 '내가 정한 값(곡식)'인지 '남이 올린 값(사슴)'인지 구분해 봐.
만약 곡식이 6할이 안 된다면, 다음 달에는 내가 값을 정하는 수입을 딱 하나만 새로 만들어 봐. 그게 너희의 첫 번째 '곡식'이 될 거야. 부업이어도 좋고, 월 10만 원짜리 배당주여도 좋아.
사람을 심는 것
관중은 40년 뒤 병상에서 왕에게 다음 재상으로 누구를 추천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어.
"윗사람한테 배울 줄 알고, 아랫사람한테도 물을 줄 알고, 무엇보다 못 본 척할 줄 아는 사람."
자기를 살려준 친구 포숙을 추천하지 않은 이유는, 포숙이 너무 곧아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어. 재상 자리는 그런 사람을 망치는 자리라고 생각했지.
관중은 자신이 죽은 뒤에는 왕 곁에서 비위만 맞추는 신하들을 멀리하라고도 했어. 사람을 볼 줄 알던 관중이 사라지고 딱 2년 뒤, 환공은 신하들의 반란으로 궁에 갇혀 굶어 죽었지.
관중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
"1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고, 10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며, 평생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이다."
이웃 나라를 이긴 건 곡식이었지만, 관중의 인생을 만든 건 사람 하나였다는 거야. 사슴은 남이 정한 값이고, 곡식은 내가 정한 값이야. 그런데 사람은 값을 매길 수가 없지.
군대 없이 다른 나라 왕들을 아홉 번이나 불러 모은 것, 그것이 관중의 진짜 힘이었다고 공자는 평가했어.
너희도 남이 올려준 값을 쫓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정한 값을 쌓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