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용) 2시간 동안 듣는 미국 가공식품 이야기ㅣ유맛 6월호
미국 과자, 왜 이렇게 맛있을까? 🤔
미국 과자들은 정말 마법 같아! 무덤 가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니, 대체 뭐가 다른 걸까?
1. 대공황 시대의 달콤한 위로: 호스티스 바닐라 스펀지 케이크 🎂
1930년대, 미국이 경제적으로 엄청 힘들었던 대공황 시절. 사람들은 희망도 없이 힘들어했어. 이때 식품 회사 '호스티스'는 사람들을 위로할 달콤한 스낵을 만들기로 했지. 그것도 지금까지 없었던, 극단적으로 달콤한 바닐라 스펀지 케이크!
일반 바나나 크림은 비싸고 달콤함에도 한계가 있었어. 그래서 호스티스는 최고의 식품 과학자들을 모아 실험을 했지. 우유 크림 대신 액체와 쇼트닝을 섞어 크림 아닌 크림을 만들었는데, 이게 진짜 크림보다 더 크림 같으면서도, 멀쩡한 사람이 먹으면 두통 올 만큼 엄청나게 달콤했대! 혀를 감싸는 인공적이지만 압도적인 바닐라 향과 달콤함이 복잡한 세상을 잊게 할 만큼 강력한 자극이었지. 이게 바로 미국 스낵의 시작이었어.
2. 아침 식사를 혁신하다: 켈로그 팝타르츠 🥐
1960년대, 미국은 풍요와 편리함을 추구하기 시작했어. 이때 시리얼 회사 '켈로그'는 아침 식사까지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 빵과 잼을 합치되 상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말이야.
연구진들은 페이스트리 안에 필링을 넣고 구운 뒤 설탕 아이싱을 덧입히는 시제품을 만들었어. 따뜻하게 데워 맛을 본 순간, 바삭한 껍질 속에서 터져 나오는 뜨겁고 달콤한 필링! 위에 뿌려진 설탕 아이싱의 초월적인 단맛은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영양 섭취에서 달콤한 쾌감 충전으로 바꿔 놓았지. 이건 단순한 페이스트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각을 재프로그래밍하는 장치였어.
3. 맛의 극한을 향한 탐구: 라임, 칠리, 소금의 조화 🌶️
21세기에도 사람들은 더 강렬하고 중독적인 맛을 원했어. 이때 멕시코의 작은 회사에서 라임, 칠리, 소금이라는 단순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지.
혀끝에 닿는 날카로운 산미, 불꽃 같은 매운맛, 그리고 모든 것을 감싸는 압도적인 짠맛! 이 세 가지 자극이 뇌 쾌락 중추와 통각 수용처를 동시에 공격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맛을 찾게 만든다고 해. 마치 고통과 쾌락을 한데 표현한 듯한, 삶 그 자체를 표현한 듯한 극단적이고 매혹적인 맛이지. 처음엔 당황스럽겠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죽는 날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악마적인 맛이야.
4. 엄마들의 구세주: 맨위치 🍝
매일 똑같은 부엌, 똑같은 조리대, 똑같은 냄비를 보며 '오늘은 좀 어떻게 때울까?' 고민하는 건 한국 엄마들뿐만 아니라 미국 엄마들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맛도 좋고 영양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밥이 되는' 메뉴를 찾는 건 쉽지 않았지.
1969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던 시기. 캠벨 같은 대기업들은 전자레인지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냉동 도시락을 출시해 대박을 쳤어. 이때 '헌츠'라는 회사의 직원은 학생들 급식 메뉴인 '슬로피 조'를 떠올렸지. 다진 쇠고기를 특제 양념에 볶아 햄버거처럼 먹는 미국 서민 음식인데, 이 소스를 통째로 팔아버리겠다는 아이디어였어. 엄마들은 고기만 볶아 이 소스를 부으면 아이들 식사가 끝나는 편리함에 열광했지. 게다가 기존 슬로피 조보다 훨씬 감칠맛을 살려 아이들이 '맨위치'를 외치게 만들었어.
5. 치킨돌이들의 성지: 처치스 치킨 🍗
치킨 브랜드마다 개성이 뚜렷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처치스 치킨'은 조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치킨 자체보다는 사이드 메뉴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주객전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
1952년 텍사스에서 시작된 처치스 치킨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작은 치킨집이었어. 하지만 '할라피뇨 바'라는 사이드 메뉴가 처치스를 미국 대표 브랜드로 끌어올렸지. 먹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맛을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풍미에 미국 전체가 열광하기 시작한 거야. 바삭한 튀김옷, 부드럽고 뜨거운 치즈, 그리고 할라피뇨의 알싸하고 기분 좋은 매운맛이 어우러져 맛의 레이어를 더해. 이 할라피뇨의 매콤함은 치즈의 느끼함을 중화시키고 다음을 계속 유도하는 중독성의 핵심이지. 아삭함, 부드러움, 고소함, 매콤함, 짭짤함까지! 짧은 순간에 조화롭게 펼쳐지는 고도로 계산된 맛의 설계야.
6. 무한리필의 제왕: 골든 코랄 뷔페 🍽️
요식업은 심리전과 같아. 원가, 퀄리티, 서비스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망하기 쉽지. 그런데 미국에서는 인간 심리의 극단적인 성질을 이용하는 '무한리필' 전략으로 중산층의 소울푸드가 된 식당이 있어. 바로 '골든 코랄'이야.
1973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된 골든 코랄은 군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상 '양'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했어. 누구나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문을 열었지. 당시 미국 외식 시장은 고급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골든 코랄은 그 틈새를 공략했어. 비싸지도 싸지도 않으면서 무한대로 먹게 해주는 전략은 가족 단위 고객을 사로잡았고, 70, 80년대 중산층 확장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지. 평균 150종의 메뉴, 75분의 고객 회전율, 엄청난 양의 스테이크와 새우, 초콜릿 폭포까지! 원가 비율, 품질 관리, 객단가가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지도록 설계된 거야.
7. 초콜릿의 혁명: 토시롤 🍫
19세기 말, 미국은 달콤한 꿈에 취해가던 시절이었어. 산업화와 대량 생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탕과 과자는 대중의 소소한 기쁨이 되었지. 하지만 초콜릿은 여전히 비싸고 보관이 어려워 대중화되지 못했어.
이때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남자, 레오 시필드가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가게에서 조용한 혁명을 준비했어. 유럽산 초콜릿의 풍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여름에도 녹지 않는 튼튼한 초콜릿 캔디를 만드는 것이었지. 수많은 실험 끝에 그는 코코아, 설탕, 우유, 옥수수 시럽 등을 조합하여 캐러멜이나 태피와는 다른 새로운 범주의 캔디, '토시롤'을 탄생시켰어.
토시롤은 초콜릿 맛이 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녹지 않아 보관까지 용이했지. 국민 캔디를 넘어 2차 세계 대전 때는 군용 식량으로도 활약하며 군인들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주기도 했어. 딱딱한 저항감 뒤에 서서히 녹아내리며 씹을수록 은근하게 퍼지는 독자적인 풍미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을 지배해 온 진정한 소울 캔디가 되었지.
8. 샌드위치의 재정의: 파이어하우스 서브 🥪
미국에서는 햄버거 전쟁만큼이나 치열한 싸움이 바로 '서브 샌드위치 전쟁'이야. 서브웨이가 대표적이지만, 여기에 '파이어하우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지.
1994년, 플로리다의 소방관 형제가 고된 임무 후 즐겨 먹던 샌드위치에서 영감을 받아 창업했어. 당시 샌드위치는 얇게 썬 콜드컷과 치즈 조각들이 빵 사이에 끼워져 조화롭지 못했지. 형제는 각 재료의 최상 풍미를 살리고 서로 융합되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었어. 고기와 치즈를 고온 증기로 쪄내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바삭하게 구운 빵으로 감싸는 방식을 택했지.
파이어하우스의 시그니처 메뉴인 '후앤 레더'는 황금빛 토스트 번 사이에 훈제 칠면조와 몬터레이 잭 치즈가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자랑해. 따뜻한 김과 함께 퍼지는 빵, 고기, 치즈 향은 후각을 먼저 사로잡고, 첫입을 베어 물면 촉촉하고 연약한 속살이 혀를 감싸. 증기로 깨어난 칠면조의 스모키한 풍미와 신선한 채소의 조화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역동적인 맛이야. 파이어하우스 샌드위치를 먹고 나면 다른 곳의 샌드위치는 마치 부품들의 총체처럼 느껴질 정도지.
9. 아침 식사의 아이콘: 토마스 잉글리시 머핀 🍞
평범해 보이는 이 빵의 속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구멍과 틈새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가 있어. 버터를 바르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잼을 얹으면 보석처럼 박히는 이 빵은 한 남자의 집요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야. 바로 인류사 최고의 재발명품, '토마스 잉글리시 머핀'이지.
19세기 뉴욕에서 영국 출신 제빵사 사무엘 토마스는 자신의 빵이 맛없다는 고민에 빠졌어. 버터를 발라도 겉돌고 토스터에 넣으면 딱딱해지는 자신의 빵을 용서할 수 없었지. 그는 완전히 새로운 빵을 만들기로 결심했어. 토스터에 구웠을 때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고, 녹인 버터나 잼을 완벽하게 품을 수 있는 엄마 같은 구조의 빵 말이야.
토마스는 마치 연금술사처럼 밀가루, 물, 이스트의 비율을 수도 없이 바꿔가며 실험했어. 높은 수분 함량으로 질척한 반죽을 만들어 글루텐을 느슨하게 하고,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를 포집하여 큰 기공을 만들었지. 이 과정에서 탄력성을 가진 반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물리학과 열역학을 이용한 질감 창조의 연금술이라 불릴 만한 발명이었어.
토마스는 자신의 발명품에 특허를 내지 않았어. 자신의 비법을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토마스 잉글리시 머핀은 그의 예상대로 미국 아침 식사의 아이콘이 되었어. 갓 구워낸 빵은 정직한 원형에 옥수수가루가 뿌려져 있고, 발효된 효모의 미묘한 향이 느껴져. 토스터에 구워지면서 밀가루가 열을 만나 응축된 농밀하고 구수한 향기가 폭발하고, 따뜻한 빵 위에 올린 버터는 미로처럼 얽힌 틈새로 스며들어 빵과 하나가 되지. 빵의 쫄깃한 질감과 녹아내린 버터의 풍미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약간의 짭짤함이 빵의 담백함과 만나 맛의 시너지를 폭발시켜. 왜 사람들이 이 조합에 열광하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지.
10. 라면보다 라멘? 뉴욕에서 바뀐 음식 가치관 🍜
사람들은 왜 완벽한 라면을 두고 굳이 라멘이라는 낯선 국물에 열광하는 걸까? 돼지를 몇 시간 고아 만든 진한 육수, 곧게 뻗은 생면, 정갈하게 올라앉은 차슈 몇 점. 제게 라멘은 그저 맛의 허용이자 감각의 사치였어요. 하지만 뉴욕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제 음식 가치관은 송두리째 바뀌었죠.
뉴욕의 칼바람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포도'라는 가게. 낯선 외관이었지만,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진한 육수 냄새에 이끌려 들어갔어요. '이라샤이!'라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나온 '카라카멘'의 첫 국물을 넘기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전율과 함께 제 평생의 음식 가치관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죠.
카라카멘은 단순한 매운 라멘이 아니었어요. 유백색 돈코츠 국물 위에 선명한 붉은색 향미가 긴장감을 유지하며 덮여 있고, 그 중심에는 파와 특제 양념장, 차슈가 시각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었죠. 국물을 마시면 돈코츠 육수 본연의 밀도 높은 질감과 깊은 감칠맛이 혀를 자극하고, 점진적으로 드러나는 매운맛은 여러 향신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다층적인 성격을 지녀요. 입안에 머물다 목으로 넘어가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온기를 남기고, 위장에 편안한 따뜻함으로 자리 잡죠. 이 매운맛은 미각을 환기시키면서도 육수의 깊은 맛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해요.
면은 가늘고 직선적인 형태로 국물 맛을 충분히 흡수하면서도 적절한 탄력을 유지해 씹는 동안 저항감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제공하죠. 두께감 있는 차슈는 국물에 담갔다 맛보면 지방과 살코기의 찐득한 식감과 풍미가 매운맛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며 미각에 변화를 줘요. 숙주나 파 같은 채소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전체적인 맛에 경쾌함을 부여하고 다양한 식감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하죠. 이 모든 요소가 서로의 존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세심하게 조절된 맛의 조화였어요.
11. 마가린의 반란: 컨트리 크록 🧈
사람들은 마가린을 건강의 적이나 저급한 공산품으로 여기며 멸시했지만, 저는 마가린이야말로 음식 역사에 기록될 만한 위대한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버터라는 귀족주의를 타파하고 만인의 식탁에 풍미의 해방을 가져온 영웅이죠.
버터 한 조각이 귀했던 시절, 평범한 민중들에게 크리미한 질감과 고소한 풍미는 상상 속의 사치였어요. 이때 등장한 마가린은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도 버터와 유사한 경험을 선사하며 미각의 특권을 부숴버렸죠. 마가린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유지방의 세계는 훨씬 척박했을 거예요.
마가린의 영원한 왕자님, 바로 '컨트리 크록'입니다. 1945년 디트로이트에서 처음 선보인 컨트리 크록은 화려함보다는 편안하고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와요. 뚜껑을 열면 눈부시게 하얗기보다는 은은한 미색을 띠고 있어 순박한 느낌을 주죠. 코를 가까이 대면 인공적인 향료 대신 희미하게 밥솥 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쌀밥 냄새처럼 소박하고 근원적인 안정감 있는 향이 느껴져요.
입안에 넣고 혀로 굴리면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시 기다리면 미세한 입자들이 녹아내리며 본연의 고소한 풍미가 드러나기 시작해요. 강렬한 한 방은 없지만 은근하게 지속적으로 다가오는 맛은 '이거 없으면 좀 심심하겠는데?'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죠. 특히 식빵 같은 담백한 음식과 함께 했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데, 빵의 구수한 맛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감칠맛을 더해 전체적인 풍미를 끌어올리는 백미 역할을 해요. 먹고 난 후에도 입안에 느끼함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마치 할 일 다 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프로의 모습 같아요.
12. 빵계의 애플: 킹스 하와이안 롤 🌺
스티브 잡스가 만약 빵을 만들었다면, 그건 바로 '킹스 하와이안 롤'이었을 거예요. 이 주황색 포장지의 부드러운 롤들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생태계이자 미국인의 식탁을 지배하는 빵계의 애플이죠.
미국에서 킹스 하와이안 롤의 위상은 단순한 식사 빵 그 이상입니다. 한국인에게 명절에 빠지지 않는 잡채나 갈비찜처럼, 미국인들에게는 가족 모임, 파티, 특별한 날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죠. 앙증 맞은 크기와 특유의 달함은 어떤 음식과도 조화롭게 어울리며, 특히 미니 샌드위치인 '슬라이더'의 완벽한 파트너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요.
빵 표면은 시골 할머니가 손으로 비빈 송편처럼 울퉁불퉁하고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어요.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거의 저항감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데, 마치 오래된 솜이불처럼 폭신하게 들어갔다가도 천천히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느릿느릿한 탄력은 이 작은 빵이 얼마나 많은 공기를 품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죠.
입안에 넣었을 때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가장 확실하게 뇌까지 전달되는 것은 극단적인 부드러움입니다. 마치 잘 익은 홍시가 껍질째 녹아내리듯, 혀 위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턱이 아플 정도로 질기거나 목이 멜 정도로 퍽퍽한 일반 빵과는 차원이 다른, 최상급 백설기 떡의 가장 부드러운 중심 부분을 먹는 듯한 귀한 경험을 선사하죠.
혀의 가장자리를 간지며 다가오는 것은 과일이나 조청에서 느껴질 법한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은은한 단맛입니다. 혀의 어느 한 부분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강물처럼 입안 전체로 퍼져나가며 편안한 여운을 남기죠. 그 뒤를 이어 미세하지만 매력적인 산미와 효모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드러나고, 여기에 버터 풍미가 터지면서 강렬한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이 모든 맛의 향연이 지나간 후에도 끈적임이나 부담스러운 뒷맛 없이 개운한 마무리를 선사하는 것은 미국 가공식품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죠.
13. 한국 음식 3대장? 아니, 미국 곱창의 신세계! 🥩
한국 음식 3대장으로 곱창, 닭갈비, 치킨을 꼽는다면, 저는 소곱창에 모든 찬사를 바치고 싶어요. 소곱창은 이름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마성의 존재죠. 쫀득하게 숙성된 치즈처럼 터져 나오는 고소한 곱, 씹을수록 간지러운 저항감, 유들유들한 지방의 풍미까지! 이 작은 부위 하나에 다채롭고 입체적인 맛과 식감의 우주가 담겨 있어요.
수많은 곱창 고수들이 있지만, 제 인생집은 서울 성수동의 '노루'입니다. 이름과는 달리 이곳의 맛은 역동적이고 폭력적이죠. 만찬의 서막을 알리는 염통부터가 남달라요. 최고 등급 안심 스테이크를 연상시키는 선홍빛 살코기는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러움과 살아있는 탄력을 선사합니다. 질기는 저항감 속에 피어나는 고소함과 쫄깃함은 곱창 대서사의 장엄함을 예고하며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죠.
그리고 마침내 소곱창과의 영광스러운 조우! 제 기준은 곱창 한 조각 중앙을 눌렀을 때 5cm는 되는 곱이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곳의 소곱창은 제 기준을 처참하게 박살 내버렸어요. 5cm는 족히 넘는 엄청난 양의 곱이 댐 터지듯 분출되어 볼살까지 짜릿하게 만들었죠. 치즈라고 하기엔 고결하고 크림이라고 하기엔 농후한 황금빛 곱은 혀 전체를 감싸며 극강의 고소함과 감칠맛 파도를 일으키고,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곱창은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과 행복한 탄성을 자아냅니다. 겉바속촉 크리스피 곱창의 이상향이었죠.
막창은 앞선 두 스타 플레이어에 비해 은은하지만, 쫄깃하고 담백한 식감과 깔끔한 맛으로 전체적인 맛의 교향곡 속에서 자신의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마지막 대창은 고도로 정제된 수십 수백 개의 지방 캡슐이 뭉쳐 있는 듯한 신비로운 구조로, 치아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저항감을 선사합니다. 곱창 전골은 신선한 곱창이 푸짐하게 담겨 나오고, 단맛을 절제한 국물은 끓일수록 곱창 기름과 어우러져 맵쌀하면서도 깊고 진한 감칠맛을 폭발시킵니다. 이곳은 곱창 애호가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며, 밀키트까지 출시되어 있으니 최상급 소곱창의 맛을 알고 싶다면 무조건입니다.
14. 치약 전쟁의 최전선: 콜게이트 vs 크레스트 vs 톰스 오브 메인 🦷
매일 아침, 여러분은 어떤 치약을 선택하시나요? 화려한 광고나 익숙한 이름 때문인가요? 욕실 선반 위의 작은 치약 튜브 하나가 사실은 수십 년간 이어진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 숨겨진 기술 전쟁의 최전선이라는 생각을 해보셨을까요?
콜게이트 토탈: 1806년 뉴욕에서 처음 출시된 콜게이트는 튜브형 치약으로 편리함의 혁신을 가져왔어요. 단순히 이를 닦는 것을 넘어 잇몸 질환, 플라그, 구취까지 제압하는 '보디가드' 같은 치약을 꿈꿨죠. 1990년대 초, 트리클로잔을 이용한 24시간 지속 보호막 시스템은 구강 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꿨어요. 입안에 보이지 않는 철갑을 두른 듯 유해 세균의 공격을 막아내는 신기원을 열었죠. 쫄깃하게 퍼지는 고급스러운 질감까지, 콜게이트가 쌓아온 수십 년간의 신뢰는 미국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죠.
크레스트 3D 화이트: 20세기 중반, 프록터앤갬블은 충치와의 전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달콤한 스낵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이빨은 급속도로 썩어갔죠. 이때 '불소'라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성분을 이용해 충치 때려잡는 치약을 출시했고, 1960년 미국 치과 협회에서 충치 예방 효과를 공식 인정받으며 치약 역사를 다시 썼어요. 이후 미백에 집중하여 '할리우드 스마일'이라 불리는 하얀 치아를 위한 포뮬러를 완성했죠. 미세한 연마 입자와 과산화수소, 폴리인산염 특수 부대가 착색 물질을 제거하며 단 며칠 만에 마법 같은 변화를 선사했어요. 미백 치약 시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매출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톰스 오브 메인: 웰빙 바람이 불면서 '왜 입안에 넣는 것에 이렇게 많은 화학 물질을 넣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치약이 있어요. 자연 성분만으로 거대 기업 치약에 밀리지 않는다는 뚝심으로 인공 색소, 향료, 동물 실험을 거부했죠. 페퍼민트 오일, 자일리톨, 알로에 베라, 아이들을 위한 딸기 치약조차 진짜 딸기 추출물로 만드는 광적인 진심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시작은 미미했지만 어느새 탑 3 치약까지 올라오는 거대한 혁신을 이뤘죠. 화려한 기교 대신 원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자랑하며, 거품도 적고 시원한 느낌도 덜하지만 쓰면 쓸수록 느껴지는 거부감 없는 편안함은 평양냉면처럼 서서히 중독감을 일으킨다고 해요.
여러분은 어떤 치약을 사용하시나요? 무심코 사용하는 치약 한 방울에 담긴 땀과 열정을 생각하면 오늘도 그들에게 경건한 감사를 올리게 됩니다.
15. 주방의 풍경을 바꾼 발명품: 쿨휩 🍦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디저트 위에 하얀 크림을 올려 먹는 장면 보셨나요? 그게 그냥 생크림 같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국민템', '필수템'이라 불리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미국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주방의 풍경까지 바꿔버린 발명품에 가까운 존재, 바로 '쿨휩'입니다.
1960년대 중반, 미국 주부들은 휘핑크림 만들기에 큰 고민이 있었어요. 직접 만들자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팔도 아팠으며, 조금만 잘못해도 분리되거나 금방 망가져 보관까지 어려웠죠. 윌리엄 미첼 박사는 이 지점에서 혁신의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완벽하게 휘핑된 상태로 얼려서 유통하면 어떨까?
액체 상태의 크림을 얼렸다가 해동해도 질감과 맛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죠. 하지만 미첼 박사는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얼렸다 녹였을 때 최상의 질감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포뮬러를 개발해 마침내 쿨휩을 출시했어요.
디저트에 환장하는 미국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주부들에게 냉동실에서 꺼내 툭 따기만 하면 완벽한 휘핑크림이 나오는 쿨휩은 구세주나 다름없었죠. 쿨휩의 인기는 미국인들의 디저트 문화 자체를 바꿔버렸어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휘핑크림을 이제는 일상적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미국 가정의 냉동실에는 쿨휩 없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쿨휩의 물성은 스푼으로 떴을 때 저항감이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혀 위에서 그냥 녹아내리는 느낌, 신기루처럼 증발해 버리는 간지러운 느낌에 가깝죠. 그 텍스처가 사라지면서 나오는 단맛은 고소하게 잘 익은 우유 풍미가 터져 나오며 눈을 감게 만들어요. 목구멍을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의 쾌감은 중독성의 무한 루프를 만들죠. 모든 맛의 향연이 지나간 후에도 끈적임이나 부담스러운 뒷맛 없이 개운한 마무리를 선사하는 것은 미국 가공식품 기술력의 최정점을 보여줍니다.
16. 에너지 드링크의 진화: 레드불부터 스프린트까지 ⚡
우리의 체력이 20년 전보다 늘어난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이 에너지 드링크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거의 제2의 몰트급으로 취급받으며 필요할 때마다 집에 들여놓는 필수품이 되었어요.
최초의 에너지 드링크는 1962년 일본에서 발명되었어요. 당시 일본은 암페타민을 스팀팩으로 사용하다 부작용으로 판매 금지되자 대체제를 만들었고, '다이슈 제약'은 타우린을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리포비탄 D'를 출시했죠. 1세대 에너지 드링크라 요즘 것들처럼 맛있지는 않았지만,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층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1976년, 에너지 드링크의 전설이 탄생합니다. 오스트리아 사업가 디트리히 마테시츠가 태국 방문 중 시차 때문에 힘들어하다 '크라팅 다이'라는 음료를 마시고 벌떡 일어났죠. 일본 리포비탄에 카페인과 비타민 B를 첨가해 훨씬 강력한 효과와 어엿한 음료수 맛을 자랑하는 크라팅 다이였습니다. 마테시츠는 유럽 시장을 위한 업그레이드 버전, 바로 에너지 드링크의 왕, '레드불'을 만들었죠.
레드불은 유럽을 휩쓸고 1997년 미국에 진출했어요. 시간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레드불은 하루를 36시간처럼 느끼게 하는 스팀팩 효과를 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특히 대학생들은 공부 시간을 위해 물처럼 마셨어요.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친근한 음료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극단적인 컨셉의 '몬스터'도 흥행했고, 이제는 에너지 드링크 효과를 뒤집은 '슬로우 카우' 같은 제품도 출시됩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포로코'가 있었는데, 액상 코카인이라 불릴 정도로 카페인, 타우린, 과라나에 알코올까지 더해져 젊은이들의 필수템이 되었죠. 파티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실려 오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국내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소극적인 태도로 부족한 용량과 전형적인 맛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최근 미국 스타일의 완성형 에너지 드링크인 '스프린트'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맞춘 재료와 천연 과일 베이스의 상큼하고 다채로운 맛으로 기존 에너지 드링크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죠. 스프린트는 강한 탄산감과 레몬맛, 그리고 쫄깃하게 회오리치는 단맛과 과일 특유의 쌉싸름함까지 갖춰 에너지 드링크의 완성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17. 물총 싸움의 기술과 예술: X샷, 슈퍼 소커, 스파이더 🔫
미국인들은 여름을 참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물총 싸움은 어렸을 때 이후로는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사람들은 지나치게 진지할 정도죠. 각 제품들의 독창적인 메커니즘과 혁신의 역사를 간직한 명작들을 보면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X샷 패스트필: 이름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재장전이 완료됩니다.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물총이 가득 차 경쟁자들이 물을 채우는 동안 이미 조준을 마칠 수 있죠. 발사되는 물줄기의 사거리도 평균 10m로 압도적입니다. 물총 싸움의 템포가 끊기지 않아 공방과 전략만이 넘치는 쇼폼 시대의 전쟁 그 자체를 맛볼 수 있습니다.
너프 슈퍼 소커 하이드라: 물청개의 전차라 불릴 만큼 압도적입니다. 1.9L의 거대한 물 탱크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강력한 물줄기를 끊임없이 발사합니다. 육중한 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각적 위압감은 이미 전투 시작 전부터 상대를 제압하죠. 경고하게 설계된 펌프를 조작할 때마다 폭포를 직방으로 맞는 듯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제압할 때 이 모델을 넘어서는 것은 없습니다. 미 항공 우주국 NASA에서 핵 물리학자로 일하던 로니 존슨 박사가 개발한 제품이니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스파이더: 먼 미래의 공상 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현대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입니다. 스파이더 2는 펌프질이 필요 없는 전자동 물 충전 시스템에 실제 총알을 맞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정밀하고 놀라운 정확도의 파괴력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동생 머리를 맞췄을 때의 타격감은 엄마한테 혼날 정도죠.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잔여 상황을 표시해 주는 터라 첨단 군사 장비를 다루는 듯한 특별한 감흥마저 느껴집니다. 고도의 전략과 컨트롤이 요구되는 FPS 게임처럼, 보통 물총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빠른 장전의 X샷, 샷건적 포악함의 슈퍼 소커, 프리미엄 전략 시뮬레이터 테크놀로지의 끝 스파이더. 여러분은 어떤 것으로 동생을 교육시켜주고 싶으신가요? 미국에 가면 컴퓨터 게임 대신 워터건 전쟁을 해보세요. 왜 그들이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지 알게 될 겁니다.
18. 자동차에서 즐기는 레트로 푸드: 소닉 드라이브인 🚗
자동차 창 너머로 경쾌한 롤러스케이트 바퀴 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이것을 '체어형 패스트푸드'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70, 80년대 미국으로 돌아간 듯한 레트로한 냄새가 살아 있고, 메뉴 하나하나에 개성이 뚜렷한 이곳은 바로 '소닉 드라이브인'입니다.
약 70년 전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소닉 드라이브인은 차량에서 무전으로 주문하고 바로 받아가는 시스템을 발견한 창립자 트로이 스미스 시니어가 햄버거 가게를 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소리의 속도처럼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직원들에게 롤러스케이트를 신기고 바람을 가르며 음식을 배달하는 퍼포먼스를 개발했죠. 인터컴 시스템의 편리함과 보는 재미 덕분에 히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소닉 드라이브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바로 드링크 쪽입니다. '체리 라임 에이드'는 보석처럼 붉은 빛을 띠며 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맛입니다. 무더운 여름 차 안에서 한 모금 마시면 소닉만 낼 수 있는 이상하게 감미롭고 찌릿한 체리 시럽과 라임 맛은 반 컵을 비우고 크게 "으하하!" 소리를 내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소닉의 별명이 '얼티밋 드링크 스톱'일 정도로 168만 8,952가지가 넘는 음료 조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햄버거는 맛이 없느냐고요? 치즈버거 속 구릿구릿하면서도 육향이 배어 나오는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아마도 이곳이 가장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일 겁니다. 육중하게 더블링된 패티에 치즈가 범벅되어 나오는데, 레스팅을 시켜 먹으면 수분을 머금어 빵이 수축하고 쭈글쭈글해지면서 크기가 작아집니다. 하지만 조금 식었을 때 먹으면 압축된 만큼 더욱 세게 풍미를 뱉어내는데, 치즈와 육향의 강도는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 정도입니다.
특히 '쿼터 파운더 코니'는 핫도그 애호가라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입니다. 특대 사이즈에 오르만 칠리와 치즈가 잔뜩 올라간 이 핫도그는 30cm에 달하는 시각적 위압감부터 무섭습니다. 113g이 넘는 순수 쇠고기 소시지가 당당하게 들어가 있으며, 번, 소시지, 치즈 모두 특별한 맛을 내지만 그 지분을 거의 다 가져가는 것은 바로 '칠리'입니다. 오랜 시간 정성으로 끓여낸 듯한 구수하고 묵직한 고기 내음, 스모키함과 마늘 풍미, 그리고 매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미국 패스트푸드 칠리의 코한 맛 그 자체입니다. 소닉 드라이브인은 보는 맛, 먹는 맛을 모두 제공하는 체험형 프랜차이즈의 원적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 변호사 광고의 예술: 해결사, 이웃, 블록버스터 ⚖️
할리우드의 나라 미국에서 가장 예술적인 분야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변호사 광고'를 꼽겠습니다. 엄숙하고 진지한 한국 변호사들과 달리 미국 변호사들은 진정한 영업직처럼 철석같이 달라붙고, 심지어 돈을 써가며 기억에 남는 광고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변호사가 TV 광고를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1908년 미국 변호사 협회는 광고 행위 자체가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규정했었죠. 하지만 애리조나의 젊은 변호사 존 베이츠와 벤 오스틴이 협회의 금지를 어기고 신문 광고를 내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혼, 입양, 파산 등 자극적인 카피라이트로 협회를 기겁하게 만들었고, 결국 연방 대법원은 변호사 광고가 상업적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미국 변호사 광고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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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컨셉: 짐 애들러, 데릴 아이작스 광고처럼 거대 보험사나 기업에 맞서 싸우는 강력하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내세웁니다. 망치, 불도저 같은 것을 출연시키며 '다 죽여 버리겠다'는 믿음을 심어주죠. 주로 개인 상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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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이웃 컨셉: 법은 딱딱하고 변호사는 어렵다는 편견을 유머로 역행합니다. 텍사스 로호크의 브라이언 윌슨은 독수리 소리를 내며 직접 액션을 하는 광고로 유튜브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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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컨셉: 매년 수십억 원의 광고비가 투입되는 슈퍼볼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작비부터가 엄청나서 한 편의 영화 예고편을 방불케 하죠. 극적인 스토리텔링, 시네마틱, 감동적인 OST 등 할리우드 DNA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제이미 카지노 변호사는 개인적인 비극과 사명을 담은 2분짜리 광고로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며 로펌 브랜드를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모든 광고가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거짓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금지되며, '전문가'라는 표현도 함부로 쓸 수 없습니다. 승소 에피소드를 소개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고지 문구를 포함해야 하는 등 수많은 필터링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발적인 광고를 내놓는 그들은 정말 천재입니다.
20. 소비 전염 현상: 블랙프라이데이의 광기 🛍️
추수감사절 밤, 미국 가정은 평화로운 휴식에 접어드는 듯 보이지만, 그 뒤편에서는 또 다른 의식이 준비됩니다. 경건한 순례자처럼, 혹은 중세 기사처럼 동이 트기만을 기다리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그들의 눈은 잠들지 않고, 심장은 전장을 향한 기대와 불안으로 격렬하게 고동칩니다. 이것은 바로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극적인 제의, '블랙프라이데이'의 서막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어원은 1960년대 필라델피아 경찰들이 추수감사절 다음날 쇼핑 인파와 차량으로 인한 극심한 교통 체증과 혼란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했던 은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오전 6시 혹은 자정, 상점 문이 열리는 순간 사회적 규범과 예의범절은 휴지 조각처럼 구겨져 내팽개쳐집니다. 쇼핑몰 문은 이성과 야성의 경계를 허무는 관문이며, 일상과 비일상의 단절을 알리는 신호탄이죠.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개인은 더 이상 나로서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유기체의 일부, 즉 군중이 되어 버립니다.
프랑스 사회 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의 '군중 심리'에서 설파했듯, 군중 속 개인은 익명성에 기댄 채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에 쉽게 휩쓸립니다. 평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무례함과 폭력성이 할인된 가격의 텔레비전을 향한 맹목적인 돌진 속에서 정당화되는 것이죠. 이는 댐 수문이 열렸을 때 쏟아져 나오는 물과 같은 물리적 현상에 가깝습니다.
매장 내부에 진입한 쇼핑객들은 이제 동지였던 사람들을 한정된 전리품을 두고 싸워야 할 경쟁자로 마주하게 됩니다. 로마 콜로세움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죠. 하나 남은 80인치 TV를 두고 두 남성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모습에서 양보나 타협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오직 소유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만이 이글거릴 뿐입니다. 이들에게 TV는 승리의 징표이자 가족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트로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희소성의 원칙'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한정 수량, 오늘만 이라는 문구는 뇌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가질 기회가 제한될수록 대상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게 만들죠. 과거에는 고가 전자 제품이 주된 목표물이었지만, 이제는 2달러짜리 수건을 차지하기 위해 머리채를 잡거나, 아이 선물 인형 하나를 두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블랙프라이데이의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득 추구를 넘어선 '소비 전염 현상'입니다. 옆 사람이 무언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갈 때 이성적 판단은 마비되고, 막연한 불안감과 경쟁심이 증폭되어 결국 무엇을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물신 숭배가 만들어낸 가장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이 큰 미끼 상품은 매장 가장 깊숙한 곳에 배치되어 소비자는 수많은 상품의 유혹을 지나쳐야만 합니다.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보상 심리로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팬데믹 이후 블랙프라이데이의 열기는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세계에서 총성 없는 클릭 전쟁으로 진화했습니다. 투쟁의 양상은 변했지만 본질적인 욕망과 경쟁의 논리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21. 인도 맥도날드의 현지화 전략: 치킨 마하라자 버거와 맥스파이시 파니르 버거 🇮🇳
우리가 아는 맥도날드는 출출할 때 대충 한 끼 해결하기 좋고, 전 세계 어디 가나 최소한 평타는 치는 빅맥과 감자튀김으로 대표되는 지독하게 미국적인 맛이죠. 그런데 맥도날드에서 가장 근본적인 무기, 소고기 패티를 빼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도 맥도날드의 이야기입니다.
1996년, 맥도날드는 인도를 정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종교와 문화, 특히 힌두교도들이 신성시하는 소에 대한 신념은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햄버거 가게에서 소고기를 팔지 말라니, 이는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황당한 요구였죠.
하지만 맥도날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소고기 대신 치킨으로, 돼지고기 메뉴도 없애고 채식주의자를 위해 채식 메뉴와 비채식 메뉴 주방을 분리하고 유니폼 색깔까지 다르게 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1996년 10월, 인도 뉴델리에 문을 연 맥도날드는 전 세계 최초로 소고기 패티를 팔지 않는 맥도날드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맥도날드의 간판 타자는 바로 '치킨 마하라자 버거'입니다. 두툼하게 튀긴 치킨 패티 두 장 사이에 양상추, 양파, 할라피뇨를 넣고 꾸덕하고 이국적인 향의 주황색 하바네로 소스를 뿌린 이 버거는 인도 대륙 이상을 담아낸 듯한 미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바삭한 치킨 패티의 저항감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고소한 기름과 담백한 닭고기살, 그리고 강렬한 하바네로 소스의 매콤달콤한 맛이 뇌수를 강타합니다. 아삭한 채소와 할라피뇨의 알싸한 맛이 더해져 입안에서 맛의 대폭발, 맛의 전투가 벌어지는 듯한 장엄하고 혼란스러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향신료의 나라 인도가 서양 햄버거를 재해석한 결과물이죠.
맥스파이시 파니르 버거는 인도의 코티지 치즈인 '파니르'를 매콤한 튀김옷에 튀겨 빵 사이에 넣은 버거입니다. 파니르의 쫄깃하고 꾸덕한 식감과 우유의 고소한 풍미, 맥스파이시 특유의 칼칼한 매운맛과 마요네즈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고기 버거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맥알루 티키는 감자와 완두콩, 각종 향신료를 으깨 만든 패티를 넣은 인도 국민 버거로, 감자 고로케를 빵 사이에 끼워 먹는 느낌에 토마토, 양파, 토마토 마요 소스가 더해져 중독성을 자랑합니다.
감자튀김도 그냥 감자튀김이 아닙니다. '피리피리 프라이'는 감자튀김에 피리피리 시즈닝을 뿌려 흔들어 먹는 것으로, 짭짤하면서 매콤하고 라임의 상큼함까지 더해져 맨 감자튀김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모든 메뉴에 '인도'라는 도장을 찍어 놓은 듯한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로컬라이제이션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입니다.
22. 기다림 없는 피자 혁명: 리틀 시저스 🍕
한국식 피자는 토핑이 화려하고 도우 끝에 치즈나 고구마 무스가 가득 차 있으며, 갈릭 디핑 소스는 국룰처럼 따라오는 귀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죠. 그런데 피자는 기다리는 음식이 아니라고, 주문조차 할 필요가 없는 음식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미국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풍경, 바로 '리틀 시저스'라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효율성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피자 브랜드의 이야기입니다.
리틀 시저스의 이야기는 20세기 초 희망을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던 마케도니아 이민자들의 삶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창업주 마이크 일리치와 마리안 일리치는 생존을 위한 강인함과 기회를 포착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습니다. 마이크는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지만 부상으로 좌절했고, 야구 방망이 대신 피자 추억을 잡아야 했습니다. 4년간 해병대 복무로 끈기를 배웠고, 피자 가게에서 일하며 사업 생리를 익혔습니다. 그의 곁에는 총명하고 야심만만한 아내 마리안이 있었죠. 마이크가 몽상가였다면 마리안은 꿈을 현실로 바꿀 현실주의자였습니다.
둘은 전 재산 1만 달러를 모아 1959년 첫 피자 가게를 열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리틀 시저스 피자 트리트'. '작은 황제'는 마리안이 남편을 부르던 애칭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피자 한 판에 2달러 50 하던 시절, 그들은 경쟁사 피자 한 판 가격에 두 판을 주는 '피자 피자'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 즉 가성비라는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공략한 사업 철학이었습니다.
피자 피자 전략으로 몸집을 불린 리틀 시저스는 2000년대 들어 '하든 레디(Hot-N-Ready)'라는 피자 업계의 모든 룰을 파괴하는 한 수를 던집니다. 고객이 전화나 방문 없이, 가게 문을 열고 5달러를 내면 30초 만에 뜨끈뜨끈한 라지 사이즈 피자를 들고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죠. 이를 가능케 한 숨은 영웅은 바로 '컨베이어 벨트 오븐'입니다. 이 기계는 정확한 속도와 온도로 피자를 구워내 인간의 손맛이나 컨디션에 따른 편차를 제거하고, 어떤 매장에서 누가 굽더라도 항상 똑같은 품질의 피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든 레디 모델은 컨베이어 오븐을 등에 업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페퍼로니 피자를 무한정 구워놓고 고객이 들어오는 즉시 5달러에 건네주는 시스템입니다. 전화나 주문이 필요 없죠. 이 방식은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같은 경쟁사들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일 때, 리틀 시저스는 기다림이라는 개념 자체를 파괴하며 다른 차원의 게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처절할 정도의 효율성 추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첫째, 메뉴 단순화. 둘째, 중앙 공급식 재료. 셋째, 배달 포기. 이 세 가지 원칙은 피자 가격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퇴근길에 지친 미국 아버지들에게, 혹은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리틀 시저스의 하덴 레디는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복잡한 세상사, 피자 하나만큼은 고민 없이, 기다림 없이 가장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미국인들의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실용주의와 효율성의 가치를 꿰뚫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리틀 시저스의 맛은 절대적인 미각 기준으로 평가할 음식이 아닙니다. 상황적인 가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5달러라는 가격과 30초라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이 피자는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아니 유일무이한 결과물입니다. 리틀 시저스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피자의 본질이 화려한 토핑과 오랜 기다림 끝에 받는 특별한 요리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배고픈 이들의 허기를 가장 빠르고 정직하게 달래주는 따뜻한 한 끼에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리틀 시저스는 후자를 택했고, 그 선택을 통해 수많은 미국인들의 삶 속에, 기억 속에, 그리고 위장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23. 영국인의 소울푸드? 마마이트의 극단적인 매력 🖤
한국인이라면 평생 구경도 못 해봤을 확률이 99.9%에 달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에서는 거의 김치나 된장급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긴 건 펫 타이어를 녹여 졸여 놓은 것 같거나 할아버지 구중약 통에서나 볼 법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걸 음식이라고, 심지어 잼이라고 부르며 빵에 발라 먹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수억 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 믿어지십니까? '적응만 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바로 '마마이트'입니다.
마마이트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진부한 표현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평가가 극단적입니다. 누군가는 '신이 내린 감칠맛의 정수'라며 찬양하고, 누군가는 '지옥의 부엌에서 사탄이 실수로 태워버린 양말을 끓인 국물 맛'이라며 기겁하고 도망갑니다. 중간이란 없는 극단적인 반응만을 불러일으키는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혹은 치명적인 존재가 바로 마마이트입니다.
이 엄청난 것의 탄생은 놀랍게도 향긋한 맥주가 만들어지던 맥주 공장의 한 구석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독일 과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맥주를 만들고 남은 효모 찌꺼기를 그냥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농축시키고 걸쭉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마마이트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당시 산업 폐기물이나 가축 사료로 쓰일 법한 맥주 효모 찌꺼기가 한 과학자의 호기심 덕분에 인류의 식탁에 오를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1902년, 영국의 맥주 양조 산업 중심지였던 버턴 온 트렌트에 '마마이트 식품 회사'라는 직설적인 이름의 회사가 차려졌습니다. 이곳은 맥주 공장이 지천에 널려 있어 원재료인 효모 찌꺼기를 구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마마이트'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뚜껑 있는 큰 냄비'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고, 초창기 마마이트는 그 프랑스식 냄비 모양을 본뜬 작은 도자기 단지에 담겨 팔렸다고 합니다.
시커먼 스프레드가 영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덕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효모 추출물 덩어리 안에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는 전쟁터 군인들과 물자 부족 민간인들에게 귀중한 영양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군인 배급 목록에 마마이트를 공식 포함시켰고, 해외 파병 군인들에게는 고향의 맛과 필수 영양소를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로 각인되었습니다.
마마이트 측의 유명한 슬로건은 바로 "사랑하거나, 아니면 증오하거나"입니다. 보통의 회사라면 제품을 좋게 포장해 모두가 좋아해 달라고 애원하지만, 이들은 대놓고 "우리 거 싫어하는 사람 있는 거 안다. 근데 어쩌라고? 좋아하는 사람은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태도를 고수합니다. 오히려 이런 솔직하고 당당한 마케팅이 영국인들의 유머 코드와 맞아떨어지며 마마이트는 문화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마마이트의 극단적인 반응에는 '마마이트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가설도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마마이트 맛을 더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즉, 마마이트를 뱉어내는 것이 혀가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DNA가 거부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마마이트 맛 감자칩, 마마이트 초콜릿, 마마이트 땅콩버터 등 상상만 해도 혀가 얼얼해지는 괴식의 영역까지 발을 뻗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비타민 과다 첨가 규제법 때문에 마마이트 판매가 금지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영국에서는 "우리 국민의 마마이트 먹을 권리를 보장하라"며 격렬한 항의가 빗발쳤을 정도로 이 검은 단지에 대한 애정 혹은 집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마이트의 맛은 한국인에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진하게 발효된 간장 냄새와 쿰쿰한 된장 냄새가 뒤섞인 듯하지만 훨씬 농축되고 강렬한 효모 향입니다. 질감은 아스팔트처럼 끈적하고, 빛을 받으면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깊고 어두운 갈색을 띱니다. 혀끝에 좁쌀만큼 찍어 맛보면 첫맛은 혀를 난자하는 듯한 폭발적인 짠맛입니다. 소금 결정체 같은 근원적인 짠맛이 혀 전체를 지배하고, 그 뒤를 이어 깊고 진한 감칠맛, 즉 우마미가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마지막으로 쌉쌀한 다크 초콜릿의 향과 비슷한 희미한 쓴맛과 효모 특유의 고소함이 길고 은은하게 남습니다.
절대로 딸기잼처럼 퍼서 발라서는 안 됩니다. 잘 구운 토스트에 버터를 넉넉히 바른 뒤, 마마이트를 라이터 끝으로 살짝 찍어 얇게 펴 바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버터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이 마마이트의 공격적인 짠맛과 감칠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맛의 조화를 완성합니다.
여러분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마트 수입 코너나 해외여행 중 이 투박한 검은 단지와 마주친다면, 용감하게 도전하는 모험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멀찍이 고개를 저으며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마마이트를 사랑하든 증오하든, 그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이상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맛의 기억 하나가 깊게 새겨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24. 베이컨 제국의 독재자: 오스카 마이어 🥓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베이컨들. 김치볶음밥, 파스타 등에 넣어 먹을 때 과연 어떤 베이컨을 선택하시나요? 베이컨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제가 이야기할 것은 이제껏 베이컨이라고 불러왔던 모든 것들의 기준점이 되어야 할, 절정에 오른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맛있다고 요란하게 주장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맛은 주관적이지만, 때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바로 베이컨 제국의 독재자, '오스카 마이어'입니다.
이야기는 1883년, 조선이 서양과 막 교류를 시작하던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에서 건너온 혈기 왕성한 이민자 오스카 F 마이어와 그의 형제 고트프리트가 시카고의 복잡한 시장 통에 작은 정육점을 열었습니다. 처음부터 베이컨을 팔았던 건 아닙니다. 독일식 소시지인 브라트부르스트, 리버부르스트 등이 주력 상품이었는데, 품질이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가장 신선하고 좋은 고기만 골라 소시지를 만들었으니, 이런 고기 변태들의 가게가 입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겠죠.
오스카는 장사 수완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1924년, 드디어 얇게 썬 베이컨을 포장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의 시초입니다. 그전까지는 정육점에서 두툼한 베이컨 덩어리를 사서 집에서 직접 썰어 먹어야 했지만, 일정한 두께로 곱게 썰어 깔끔하게 포장된 베이컨이라니, 이건 주방의 혁명이었습니다. 주부들은 환호했고, 오스카 마이어의 이름은 품질 보증 수표처럼 미국 전역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마케팅의 귀재였던 셈입니다.
오스카 마이어의 독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1936년,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도 성공적인 마케팅 도구인 '위너모빌'이라는 거대한 핫도그 모양 자동차를 만들어냅니다. 길 위를 달리는 8m짜리 핫도그 모양 홍보 자동차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위너모빌이 동네에 나타나는 날이면 아이들은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소리를 질렀고, 어른들도 신기해서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음식의 최초 움직이는 광고판이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였습니다.
시각을 잡았다면 이제 청각까지 잡겠다는 이들은 1960년대 라디오와 TV를 통해 전설적인 CM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하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전 미국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고, 오스카 마이어는 식품 브랜드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람들 머릿속에는 '오스카 마이어 = 즐거움 + 신뢰'라는 공식이 단단히 새겨져, 베이컨을 살 때 자연스럽게 노란색과 빨간색 로고가 박힌 포장지에 손이 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이라는 놈은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이 난리법석이냐? 그 맛의 비밀을 알려면 이 친구들이 얼마나 지독한 고집쟁이들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선 돼지 삼겹살 부위 중에서도 가장 품질 좋은 부위만을 엄선합니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일 뿐입니다. 진짜 심은 그다음 염지와 훈연 과정에 있습니다. 소금에 절이는 게 아니라, 자체 비법이 담긴 염지액에 돼지고기를 담가 숙성시켜 짭짤하면서도 복합적인 풍미를 스며들게 합니다. 마침내 진짜 나무, 히코리나 사과나무 칩을 태워 피운 연기로 오랜 시간 훈연합니다. 인공 향이 아닌 진짜 연기가 고기의 모든 섬유질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영혼을 뒤흔드는 스모키한 향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베이컨은 아름다운 심홍색 빛깔을 띠게 되고, 지방은 더욱 고소한 풍미를 머금게 되는 것입니다. 기계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것과 같으니, 이 지독한 장인 정신이 바로 오스카 마이어 맛의 근간입니다.
차가운 팬 위에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을 한 줄씩 겹치지 않게 올려놓고 약한 불로 서서히 열을 가하면 마법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베이컨이 나른한 숨을 쉬듯 기름을 살짝 내뱉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온도가 오르면 '칙'하는 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몸을 뒤틀며 프라이팬 위에서 격렬한 현대 무용처럼 파닥거립니다. 붉은 살코기 부분은 짙은 갈색으로, 하얀 지방 부분은 투명하게 녹아내리며 고소한 기름의 강을 만들어낼 때 뒤집어 줍니다. 그러면 반대편이 다시 한번 열기와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죠. 집안 전체에는 짭짤하고 스모키하고 고소한 향기가 가득 찹니다. 잠자고 있던 모든 식욕을 깨우는 원초적이고 강력한 신호입니다.
잘 구워진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은 한쪽 끝을 잡고 들어 올렸을 때 힘없이 축 처지는 게 아니라, 마치 잘 갈아버린 칼처럼 빳빳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파삭하고 경쾌하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혀를 때리는 것은 아주 강렬하고도 기분 좋은 짠맛입니다. 오랜 시간 숙성되고 훈연된 깊은 풍미가 응축된 고귀한 짠맛이죠. 그 뒤를 이어 씹으면 씹을수록 지방의 녹진하고 고소한 맛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는데, 마치 잘 숙성된 치즈나 버터 같은 풍미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코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히코리 나무의 훈연향이 이 모든 맛을 부드럽게 감싸며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140년 전 시카고의 작은 정육점에서 시작된 이 짭짤한 예술 작품. 아직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의 진정한 맛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한번 도전해보세요. 포장지를 뜯고 팬 위에 올려 그 소리와 향기와 맛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겁니다.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강렬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그것이 오스카 마이어 베이컨의 본질입니다. 평범했던 식탁이 이 붉고 흰 줄무늬 하나로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