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96% 사라진 5번의 대멸종, 진짜 범인은 소행성이 아니다?
지구는 다섯 번 죽었다 살아났다: 대멸종 이야기
지금 네 발밑 아주 깊은 곳에 얇은 회색 선이 지나간다고 상상해봐. 두께는 몇 센티도 안 되는데, 이 선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아래쪽 돌에는 껍데기, 뼈, 흔적들이 빽빽하게 생명으로 가득한데, 이 선을 넘어서는 순간 텅 비어버리지.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이런 선을 다섯 개나 찾아냈어. 이게 무슨 뜻이냐면,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죽었다' 살아났다는 거야.
대멸종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올라? 아마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소행성 때문에 공룡이 멸종하는 장면을 떠올릴 거야. 그런데 말이야, 이 다섯 번의 대멸종 중에서 소행성 때문에 일어난 건 딱 한 번뿐이야. 나머지 네 번은 소행성 근처에도 안 갔지.
그렇다면 나머지 네 번은 누가 일으켰을까? 놀랍게도 전부 같은 놈이야. 네 번 다! 그리고 지금 그 범인이 다시 움직이고 있어.
이 이야기에는 다섯 번 모두 예외 없이 적용된 규칙이 하나 있어. 그 규칙을 알면 대멸종을 보는 네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 거야. 자, 오늘은 이 행성을 다섯 번 무너뜨린 그 정체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추적해 보자.
1. 4억 4천만 년 전: 얼어붙은 지구 (오르도비스기 말)
이때 지구는 지금이랑 완전히 달랐어. 육지에는 나무도, 풀도, 곤충도 없이 그냥 맨바위와 흙뿐이었지. 하지만 바다는 생명으로 터져 나갈 지경이었어. 얕고 따뜻한 바다에 삼엽충, 완족류, 산호, 필석 같은 생물들이 가득했지. 특히 얕은 바다는 지구 생명 전체가 살고 있는 아주 중요한 곳이었어.
그런데 지구가 갑자기 얼어붙기 시작했어. 남극 위에 거대한 대륙이 올라앉아 눈이 쌓이고 녹지 않으면서 빙하가 커졌지. 하얀 얼음이 햇빛을 반사해서 지구가 더 추워지고, 얼음이 더 커지고... 이걸 '폭주 냉각'이라고 불러.
진짜 문제는 추위가 아니라 물이었어. 빙하가 커지면서 바닷물이 얼음으로 쌓이니까 해수면이 100미터 가까이 떨어졌지. 생명이 살던 얕은 바다가 통째로 물 밖으로 드러나 버린 거야. 따뜻하고 얕은 물에서 살던 생물들은 갑자기 차갑고 어두운 깊은 물로 가거나, 아니면 물이 사라져 버려서 죽을 수밖에 없었어.
이때 지구 생명의 85%가 사라졌어. 필석, 완족류, 산호가 죽었고, 산호초가 무너지면서 그 안에 살던 수많은 생물들도 집을 잃었지. 삼엽충도 살아남았지만 예전의 다양성은 회복하지 못했어.
이 대량 학살은 두 번에 걸쳐서 일어났어. 한 번 크게 때리고 살아남은 생물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 다시 한번 때린 거지. 두 번째 타격은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이 다시 차올랐는데, 이번엔 산소가 부족한 깊은 물이 얕은 바다를 덮어버렸어. 겨우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생물들이 이번엔 숨을 모셔서 죽은 거야.
왜 갑자기 얼어붙었을까?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끼 때문이야. 당시 육지에 처음으로 생긴 원시 식물들이 바위를 부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였고,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온실 효과를 담당하는데 이게 줄어들면서 지구가 식어버린 거지.
결론적으로, 이때는 탄소가 너무 적어서 지구가 얼어붙고 바다가 줄어들면서 생명이 죽었어.
2. 3억 7천만 년 전: 숲이 바다를 죽이다 (대본기 후기)
오르도비스기 이후 지구는 아주 화려하게 회복했어. 이때는 '어류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바다가 물고기로 미어터졌지. 특히 머리와 앞몸이 뼈로 된 갑옷으로 덮인 '판피어'가 바다를 지배했어.
육지에서는 나무가 등장했어. 30미터까지 자라는 나무들이 지구 표면을 처음으로 뒤덮기 시작했지. 지구 역사상 최초의 숲이 생긴 거야.
그런데 바로 이 숲이 바다를 죽였어. 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를 박으면서 바위를 부수고 흙을 만들기 시작했지. 이 흙에 있던 영양분(질소, 인 등)이 비에 씻겨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갔어.
그러자 바다에서 조류가 미친 듯이 번식했어. 물 표면을 초록색 이불처럼 덮어버렸지. 조류 때문에 햇빛이 물속으로 못 들어가 식물이 죽고, 조류도 죽어서 가라앉아 박테리아가 분해하면서 산소를 다 써버렸어. 바닷속이 산소 제로 지대가 된 거야.
크고 강했던 판피어 같은 생물들은 산소가 부족해서 먼저 죽었어. 해양 생물의 70~80%가 사라졌지. 대본기 멸종도 한 번이 아니었어. 두 번에 걸쳐서 일어났지.
두 번째 타격 때는 물고기 중 일부가 육지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때 초창기 육상 척추동물들이 큰 타격을 입었어.
이때도 지구는 서서히 식고 있었어. 왜냐고? 숲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빨아들였기 때문이야. 또 탄소가 빠지는 방향이었지.
3. 2억 5천만 년 전: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죽음' (페름기 말)
이건 다른 네 번을 다 합쳐도 이길 수 없는 최악의 사건이야. 과학자들은 이걸 '대죽음'이라고 불러.
당시 지구는 '판게아'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바다였어. 그런데 시베리아 밑에서 멘틀 플룸이라는 뜨거운 암석 기둥이 솟아올라 지각을 뚫었어. 이때 터진 화산은 땅이 갈라지면서 용암이 강처럼 100만 년 동안 쏟아져 나왔지.
진짜 문제는 용암이 아니라, 그 용암이 석탄, 석유, 탄산염 암석이 묻힌 곳을 뚫고 올라왔다는 거야. 수억 년 동안 쌓인 탄소 창고가 통째로 구워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로 쏟아졌어.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탄소 폭탄이 터진 거지.
지구 온도가 섭씨 8~10도나 올라갔고, 열대 바다는 40도까지 올라갔어. 물고기가 사는 온도가 아니라 사람이 목욕하는 온도였지.
뜨거운 바다는 산소를 잃었고, 산소가 없으니 바닥이 죽고, 독가스인 황화수소가 퍼져나갔어. 이 황화수소가 오존층을 갉아먹어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에 쏟아졌지.
바다가 산성화되면서 껍데기를 가진 생물들은 껍데기가 녹아내렸어. 산호, 바다나리, 그리고 2억 년을 버틴 삼엽충이 이때 완전히 사라졌지.
해양 생물의 최대 96%, 육상 척추동물의 70% 이상이 사라졌어. 곤충마저 대규모로 멸종한 유일한 사건이야.
이때 지구는 초록색이 아니었고, 바다도 죽은 바다였어. 회복하는 데 500만 년에서 1천만 년이 걸렸지. 이때 살아남은 건 리스트로사우루스라는 돼지만 한 몸에 돼지 같은 입을 가진 동물이었어.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그냥 버티는 능력이 중요했던 거야.
이때는 탄소가 너무 많아서 지구가 불지옥이 되었어.
4. 2억 130만 년 전: 공룡을 왕좌에 올린 균열 (트라이스기 말)
페름기의 지옥에서 겨우 살아난 지 5천만 년쯤 지났을 때야. 이때 육지에서는 악어 조상 격인 '크루로타르시'가 지배하고 있었고, 공룡은 아직 조연이었지.
그런데 판게아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그 균열을 통해 마그마가 솟아올랐어. 이걸 '중앙 대서양 마그마지대'라고 불러.
또다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급격하게 늘어났고, 지구가 더워지고 바다가 산성화됐어. 코노돈트 같은 생물들이 이때 완전히 사라졌지. 지구 생물 종의 약 76~80%가 없어졌어.
크고 강했던 크루로타르시 무리가 무너졌지만, 공룡은 살아남았어. 아마 효율적인 호흡 시스템이나 작은 몸집 덕분이었을 거야. 멸종이 공룡을 없앤 게 아니라, 오히려 공룡을 왕좌에 앉힌 거지. 이후 1억 3천만 년 동안 지구는 공룡의 것이 되었어.
이때도 탄소가 쏟아져서 지구가 더워졌어.
5. 6,600만 년 전: 하늘에서 떨어진 돌 (백악기 말)
이날 아침 지구는 완벽했어. 티라노사우루스가 걸어 다니고, 트리케라톱스가 이동하고, 하늘에는 익룡이 떠 있었지.
그런데 하늘에서 지름 약 10km짜리 소행성이 떨어졌어. 충돌 순간 반경 수백 킬로미터 안의 모든 것이 증발했지.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충돌 충격으로 수조 개의 암석이 하늘로 튕겨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지구 전체 하늘이 열선처럼 달아올랐어. 전 세계 숲이 동시에 불타기 시작했지.
그다음엔 재와 먼지가 햇빛을 차단했어. 햇빛이 없으니 광합성이 멈추고 식물이 죽고, 초식동물이 굶고, 육식동물도 굶었어. 티라노사우루스가 사냥할 게 없어서 죽은 거야.
지구 생물 종의 약 75%가 사라졌어. 그런데 이 사건은 다른 네 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어. 바로 속도야. 다른 사건들은 수십만 년에서 100만 년이 걸렸지만, 소행성 충돌은 몇 년 만에 지구 생태계가 무너졌지.
이때도 살아남은 건 앞에 네 번과 똑같은 규칙을 따랐어. 몸집이 작고, 아무거나 먹고, 숨을 곳이 있고,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있던 생물들이었지. 악어, 거북, 개구리, 그리고 씨앗과 곤충을 먹던 작은 새들이 살아남았어.
하필 그 시기에 인도에서는 데칸트랩이라는 거대한 화산 활동도 진행 중이었어. 소행성이 단독범인지, 아니면 이미 약해진 지구에 소행성이 마지막 일격을 가한 건지는 아직 논쟁 중이야.
하지만 분명한 건, 다섯 번 중 한 번은 하늘에서 왔지만 나머지는 전부 지구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거야. 그리고 살아남은 건 또 그놈들이었지.
다섯 번의 멸종, 그리고 여섯 번째?
자,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살펴봤어.
- 탄소가 빠져서 얼었다.
- 탄소가 빠져서 식었고 바다가 질식했다.
- 탄소가 쏟아져서 불지옥이 되었다.
- 탄소가 쏟아져서 또 불지옥이 되었다.
- 하늘에서 돌이 떨어졌고, 그 와중에 탄소도 흔들렸다.
다섯 번 중 네 번, 어쩌면 다섯 번 전부의 배후에 같은 요소가 있었어. 바로 대기 중 탄소의 급격한 변화였지.
지금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가 여섯 번째 멸종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고 봐. 멸종 속도가 평소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나 빠르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거든.
특히 신경 쓰이는 건 속도야. 시베리아 트랩은 100만 년에 걸쳐 탄소를 뿜었지만, 인류는 불과 200년 만에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대기로 돌려보내고 있어. 지구의 완충 장치들은 이런 빠른 변화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지.
지금 바다는 산성화되고 있고, 페름기 말에 삼엽충 껍데기를 녹였던 바로 그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어.
살아남는 자들의 규칙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 똑같이 적용된 규칙이 하나 있어.
크고 강하고 특화된 것이 먼저 죽고, 작고 둔하고 아무거나 먹는 것이 살아남는다.
이 규칙은 지금도 유효할까? 지금 이 행성에서 가장 특화되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가장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종은 누구일까?
회복의 시간표
대멸종에서 진짜 봐야 할 숫자는 죽은 종의 퍼센트가 아니야. 바로 회복에 걸린 시간이야. 지구는 다섯 번 모두 회복했고, 그 시간은 수백만 년에서 천만 년이었지.
지구는 아무리 심하게 망가져도 반드시 돌아와. 하지만 그 회복의 시간표 안에 인류 문명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지구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건, 그 회복의 시간표에 우리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