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엄마의 백화점 다툼, 점원 연락에 눈물 쏟은 사연

엄마의 비밀, 그리고 눈물

엄마, 왜 그랬어?

처음에는 엄마가 너무 창피했어. 백화점 한복판에서 시어머니랑 나랑 손주 선물 가지고 싸우고 있었거든. 돈 몇 푼 때문에 자존심도 없는 엄마가 너무 부끄러웠지.

근데 그날 밤, 전화 한 통이 모든 걸 바꿨어.

첫째 낳고 시어머니랑 친정 엄마가 손주 선물 사주겠다고 나를 백화점으로 부르셨어. 문제는 명품 유모차 매장에서 터졌지.

시어머니는 수백만 원짜리 유모차를 가리키면서 "우리 손주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태워야지. 뼈 있는 집안 아이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해."라고 하셨어.

그때 엄마가 내 팔을 잡고 "애가 뭘 안다고 이런 비싼 걸 사줘. 실용적인 게 최고지. 이 돈이면 아기 옷을 몇 벌을 더 사주겠다."라고 말했지. 시어머니 얼굴이 굳어졌어. "어머, 제 손주한테 제가 좋은 거 사주겠다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하셨고,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 하셨어.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창피하고 답답했어. 결국 시어머니는 "이걸로 하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나를 다른 매장으로 데리고 갔지.

그때 엄마가 말했어. "너희 먼저 가 있어. 엄마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지만 엄마가 간 곳은 화장실이 아니었어. 다시 그 유모차 매장이었지. 엄마는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면서 부탁했어. "이걸로 먼저 일부만 계산해 주세요. 그리고 이따 제 사돈이 와서 계산하면 원래 가격에서 이만큼 할인된 거라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잠시 후 시어머니는 할인된 가격에 기분 좋게 유모차를 계산했고, 엄마는 아무 말도 없으셨어.

그날 저녁, 백화점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어.

"손님 정말 죄송한데, 아까 어머님께서 지갑을 저희 매장에 두고 가셔서요. 그런데 그냥 돌려드리기엔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요."

직원은 망설이다가 낮에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았어. 엄마가 몰래 할부로 결제한 사실까지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어.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시던 엄마 모습, 비싼 유모차 앞에서 작아지던 뒷모습, 모든 게 스쳐 지나갔지.

나는 곧장 엄마에게 달려갔어.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끌어안고 울었어. 엄마는 내 등을 토닥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네. 시어머니 앞에서 엄마가 돈 없어서 쩔쩔매는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 자식 앞에서 부모가 부리는 가장 큰 허세는 '괜찮다'는 거짓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