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 문명 미스터리: 세계 최강 이집트가 갑자기 사라진 충격적인 이유
이집트 문명, 3천 년의 흥망성쇠 이야기
클레오파트라 시대에도 피라미드는 이미 엄청나게 오래된 유물이었어. 마치 우리가 신라 시대 유물을 보는 것처럼 말이야. 이집트 문명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오래됐지. 그런데 이 문명의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이 무려 1400년 동안이나 있었다는 거야. 상상도 안 되지?
이집트는 얼마나 오래된 나라였냐면, 예수님이 태어나기 천 년 전에도 이미 늙은 나라였어. 로마가 아직 전설 속 이야기만 만들고 있을 때,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가 관광 명소였다니까!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피라미드는 신라 석굴암보다 훨씬 더 오래된 건물이었을 정도야. 이렇게 오래된 나라가 결국 무너졌는데, 글자까지 통째로 잃어버렸다고 해. 오늘은 이 3천 년짜리 나라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자.
나일강, 생명의 젖줄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를 길게 가르는 강이 있지? 바로 나일강이야. 이 강은 정말 대단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17번이나 이어붙여야 겨우 나일강 하나 길이가 될 정도고, 이 강이 적시는 땅은 한반도의 13배나 돼. 아프리카 대륙 전체 면적의 10%를 이 강 하나가 먹여 살렸다고 하니, 얼마나 큰지 알겠지?
그런데 나일강 주변을 보면 신기한 풍경이 펼쳐져. 강을 따라 좁은 초록빛 땅이 쭉 이어지는데, 풀이 자라고 새가 날고 곡식이 익는 곳이지. 그런데 여기서 딱 한 시간만 걸어 나가면 풍경이 확 바뀌어. 초록은 온데간데없고 붉은 모래바람만 가득한 사막이 펼쳐지지. 생명체라고는 전갈이나 몇 마리 보일까 말까 한 곳이야. 이렇게 한 시간 거리에서 생과 사가 갈리는 거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땅에 이름을 붙였어. 초록빛 땅은 케매트 (검은 땅)라고 불렀는데, 매년 강물이 넘치면서 검고 기름진 진흙을 깔아줬기 때문이야. 그리고 바깥의 사막은 데세레트 (붉은 땅)라고 불렀는데, 죽음의 땅이었지. 이집트 문명 전체가 이 좁은 검은 땅 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번성했어.
홍수의 비밀과 시리우스 별
이집트 문명의 비밀은 바로 홍수에 있었어. 매년 여름이면 나일강이 넘쳐서 논밭에 검은 진흙을 덮어줬어. 지금으로 치면 매년 최고의 비료를 공짜로 받는 거나 마찬가지였지. 농부들은 물이 빠지면 그냥 씨만 뿌리면 됐어. 땅을 갈 필요도 없었고, 가만히 있어도 먹을 게 넘쳐나는 땅이었던 거야.
이 홍수가 언제 올지 알아내는 방법도 기가 막혔어. 새벽에 동쪽 하늘을 보면, 한동안 보이지 않던 시리우스라는 별이 떠올랐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지. 이 별이 나타나면 한 달 안에 홍수가 온다는 뜻이었어. 달력도 시계도 없던 시절에 하늘의 별 하나로 강의 움직임을 읽어낸 거야.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통일
이렇게 좋은 땅이 있으니 사람들이 모이겠지?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커져 도시가 됐어. 그런데 나일강이 워낙 길어서 강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다른 나라가 생겼어. 위쪽은 상이집트, 아래쪽은 하이집트였지. 둘은 수백 년 동안 따로 살았어.
기원전 3100년쯤, 이 두 나라를 한 사람이 통째로 집어삼켰어. 이름은 나르메르야. 이 이름이 좀 웃긴데, '찌르는 메기'라는 뜻이야. 나일강에 사는 전기 메기라는 물고기가 엄청나게 무서웠거든. 눈에 안 보이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존재였지. 왕이 그 이름을 가져다 쓴 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모든 것을 굴복시키겠다는 선언이었던 거야.
나르메르는 실제로 그걸 해냈어. 상이집트에서 군대를 이끌고 내려와 하이집트를 정복했지. 이때 나르메르가 쓴 왕관은 상이집트의 흰 왕관과 하이집트의 붉은 왕관을 합친 이중 왕관이었어. 이게 이후 모든 파라오의 상징이 되지. 이렇게 기원전 3100년, 강 하나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나라가 태어났어.
피라미드의 탄생: 돌로 하늘을 찌르다
그리고 이 나라에 인류 역사상 가장 미친 건축물이 올라가지. 기원전 27세기, 사카라 사막 한가운데에 임호텝이라는 사람이 서 있었어. '평화롭게 오는 자'라는 뜻인데, 이 사람이 해낸 일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지.
임호텝은 돌로 하늘을 찌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전까지 이집트의 무덤은 진흙 벽돌로 납작하고 낮게 만들었는데, 임호텝은 그걸 돌로 바꿨어. 그것도 그냥 돌 무덤이 아니라, 위에 하나 더 올리고 또 올리고, 결국 여섯 단을 쌓아 높이 62미터짜리 계단 피라미드를 만들어 버렸지. 아파트로 치면 20층 건물인데, 이걸 4600년 전에 돌로 쌓은 거야.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석조 건축물이었지.
진짜 집착은 그다음 세대에서 시작돼. 스네프로라는 왕은 피라미드를 세 개나 지었어. 첫 번째는 무너졌고, 두 번째는 중간에 각도를 꺾어 이상한 모양이 됐지. 하지만 세 번째 피라미드에서 드디어 성공했어. 높이 105미터, 인류 최초의 진짜 피라미드가 완성된 거야.
그 아들 쿠푸는 아버지를 완전히 뛰어넘었어.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대피라미드를 만든 거지. 돌 블록 230만 개를 쌓았고, 무게는 600만 톤이었어. 바닥 면적은 축구장 열 개를 붙여 놓은 크기인데, 그 위로 아파트 50층 높이를 올린 거야. 이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자리를 무려 3800년 동안 지켰어.
여기서 중요한 사실! 피라미드를 노예가 지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이 아니야. 고고학자들이 피라미드 옆에서 노동자 마을을 발굴했는데, 이 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 맥주도 마시고 고기도 먹었어. 3개월씩 교대로 일했고, 팀 이름도 '쿠푸의 친구들', '맨카울레의 술꾼들'처럼 재밌는 이름이었지. 심지어 죽으면 왕실 무덤 안에 묻혔어. 노예에게는 절대 주지 않는 영예였지.
사실 피라미드는 무덤 그 이상이었어. 이걸 짓기 위해 수만 명을 조직하고, 길을 내고, 식량을 배급하고, 일정을 관리해야 했으니까. 피라미드가 이집트를 지은 게 아니라, 피라미드를 짓는 과정이 이집트라는 나라를 만든 거야.
구왕국의 몰락: 가뭄이 모든 것을 바꾸다
이렇게 찬란한 피라미드 시대도 결국 무너졌어. 그런데 이집트를 진짜 흥미롭게 만든 건 그다음이었지. 구왕국이 무너진 계기는 전쟁도, 반란도 아니었어. 바로 비가 안 온 거야.
기원전 2200년쯤, 매년 넘치던 나일강물이 올라오지 않았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내려오던 빗물이 끊기면서 나일강이 말라붙기 시작한 거지. 이건 이집트만의 문제가 아니었어. 지중해부터 인도까지 북반구 전체가 가물었던 대가뭄이었지. 밭이 갈라지고 곡식이 죽으니 사람들이 굶기 시작했어. 파라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왕궁 창고도 비어 있었지. 결국 지방의 호족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 '내가 살아야 하니까 내 지역은 내가 알아서 한다' 이렇게 된 거지. 이 문명을 지탱한 나일강이 가뭄 한 번에 구왕국을 무너뜨린 거야.
신왕국: 전차와 함께 돌아온 강대국
이집트가 쪼개진 채로 100년 넘게 내전을 겪다가 겨우 다시 하나로 합쳐졌어. 중앙국이라고 불리는 시대인데, 이때 문학도 꽃피우고 누비아까지 영토를 넓히면서 제법 안정을 되찾았지.
그런데 이 안정이 오래가지 못했어. 기원전 1650년쯤, 동쪽에서 힉소스라는 낯선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나일강 삼각주 일대를 통째로 차지해 버렸어. 이집트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땅을 뺏긴 거지. 그런데 이 굴욕이 이집트를 더 강하게 만들었어. 힉소스가 가져온 전차와 청동 무기는 이전까지 이집트가 몰랐던 기술이었거든.
기원전 1550년, 아흐모세라는 젊은 왕이 힉소스에게 배운 전차와 무기를 들고 역으로 쳐들어갔어. 적이 가르쳐 준 무기로 적을 몰아낸 거지. 여기서 시작된 게 신왕국이야.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했던 시대지.
신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왕은 람세스 2세야. 이 사람의 스케일은 좀 미친 수준이야. 왕위에 66년 동안 앉아 있었고, 아이가 100명이 넘었어. 이집트 곳곳에 자기 이름을 새긴 건축물을 세웠는데, 아부 심벨 신전의 바위를 깎아 만든 자기 얼굴 조각상은 아파트 7층 높이나 돼. 이 사람이 히타이트라는 강대국과 대전투를 벌였는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전쟁을 끝내면서 세계 최초의 평화 조약을 맺었어.
아케나텐의 유일신 시도와 투탕카멘
그런데 이 찬란한 신왕국 시대에 정말 기묘한 사건이 하나 벌어졌어. 람세스 2세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아케나텐이라는 파라오가 등장했는데, 갑자기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집트의 모든 신을 부정해 버렸어. 오직 하나, 태양의 원반 아텐만이 진짜 신이라고 선포했지. 기록상 최초의 유일신 시도였어.
아케나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수도까지 옮기고 미술 양식까지 바꿔 버렸어. 수천 년 된 전통을 혼자서 뒤집으려 한 건데, 문제는 그걸 받아들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아케나텐이 죽자마자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갔어. 다신교가 부활하고, 그의 이름은 기록에서 지워졌지. 이집트인들이 그의 흔적을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거야.
그런데 이 말소 작업 때문에 벌어진 일이 하나 있어. 아케나텐의 아들이 투탕카멘인데, 아홉 살에 왕이 돼서 19살에 죽은 어린 왕이야. 아버지의 기록을 지울 때 이 아들의 기록도 같이 지워졌지. 그래서 후대 사람들이 이 왕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린 거야. 덕분에 도굴꾼들도 수천 년 동안 찾지 못했고, 1922년에 하워드 카터라는 영국인이 그 무덤 입구를 열었을 때 안에서는 황금 마스크가 그대로 빛나고 있었어. 지우려 했기 때문에 영원히 남은 거지.
바다민족의 침입과 최초의 노동자 파업
신왕국은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한 시대였지만, 이 강한 시대에 찾아온 마지막 적이 있었어. 바로 바다민족이야. 기원전 117년, 나일강 하구에 낯선 배들이 나타났어. 수백 척이었지. 여자와 아이까지 데리고 온 걸 보면 정복군이 아니라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이 새 땅을 찾아 밀려오는 거였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냐면, 이집트가 수백 년간 맞붙으며 겨우 평화 조약까지 맺은 히타이트 제국이 바다민족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도 무너졌고, 지중해 동쪽의 강대국들이 줄줄이 쓸려 나간 뒤 마지막으로 남은 게 이집트였지.
람세스 3세가 나섰어. 그는 나일강 하구의 좁은 수로로 적의 배를 유인했지. 넓은 바다에서는 수백 척을 상대할 수 없으니 좁은 물길에 가둬 놓고 양쪽 강둑에 궁수를 배치한 거야. 적의 배가 수로에 들어서는 순간 양쪽에서 화살이 쏟아졌고, 동시에 이집트 군선이 앞을 막고 근접전을 걸었지. 기록에 남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해전이었어. 이집트가 이겼지. 지중해 모든 강대국을 집어삼킨 바다민족을 이집트만 막아낸 거야.
하지만 이 승리가 이집트의 마지막 위대한 순간이었어. 전쟁을 치르느라 국고가 바닥났거든. 피라미드를 짓던 시절에는 노동자들에게 빵과 맥주를 넉넉히 줬지만, 이제 그 돈이 없었어. 왕실 무덤을 짓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두 달째 안 나오자, 배가 고파 더는 못 참겠다고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났어. 도구를 내려놓고 신전 앞에 모여 앉은 거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노동자 파업이 이집트에서 일어난 거야.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의 지배와 클레오파트라
이후로는 내리막이었어. 안에서부터 갈라지기 시작했지. 파라오 왕관을 쓰는 사람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어. 리비아 출신 군인이 왕좌에 앉았다가, 남쪽에서 올라온 누비아 왕에게 뺏기고, 그 누비아마저 아시리아 군대에게 밀려났지. 한때 세계의 중심이던 나라가 이제 누구든 힘만 있으면 들어와서 앉았다 가는 의자가 된 거야.
그리고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가 왔어. 이때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페르시아 왕 캄세스가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신처럼 모신다는 걸 알고 병사들 방패에 고양이를 묶어놨다는 거야. 이집트 궁수들이 신성한 동물을 해칠 수 없었기 때문에 화살을 쏠 수 없었다고 해.
기원전 332년에는 알렉산드로스가 왔어. 이 사람은 좀 달랐지. 칼을 휘두르지 않았어. 이집트인들이 해방자로 환영했거든. 페르시아 지배가 그만큼 싫었던 거야. 알렉산드로스가 죽고 나서는 그의 부하 장군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세웠어. 그리스 파라오 왕관을 쓰는 시대가 시작된 거지. 이 왕조의 마지막 통치자가 바로 클레오파트라야.
클레오파트라 하면 로마의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가 떠오르잖아. 클레오파트라는 이 두 사람과 차례로 동맹을 맺으면서 이집트를 지키려 했지만, 악티움 해전에서 연합 함대가 옥타비아누스에게 깨지고 말았어. 그 후에 클레오파트라가 세상을 떠났지. 이집트 문명의 마지막 파라오였어.
여기서 시간 감각을 잡아줄게. 우리가 사는 지금에서 클레오파트라까지는 약 2000년이야. 그런데 클레오파트라에서 피라미드가 지어진 때까지는 2500년이거든. 클레오파트라는 피라미드보다 아이폰에 더 가까운 시대 사람이야.
망각, 문명을 죽이다
재밌는 건 이집트를 정복한 나라들의 목록을 쭉 늘어놓으면, 힉소스,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이 정복자들도 전부 망했어. 하나도 안 남았지. 이집트를 먹은 나라들이 차례로 사라지는 동안,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아직도 서 있었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한 장면만 더 보여줄게. 서기 394년, 이집트 남쪽 끝 필레 신전에서 신관 에스메트 아콤이 돌벽에 글자를 새기고 있었어. 이시스 여신 앞에 재물을 바치는 장면이었지. 그가 끌로 한 획 한 획 파내는 그 글자가 3000년 된 문자의 마지막이었어. 본인은 몰랐겠지. 자기 뒤로 이 글자를 새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이날 이후 상형 문자는 죽었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사라졌고, 쓸 수 있는 사람도 사라졌지.
나일강 옆에 수천 개의 신전이 서 있고 벽마다 빼곡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걸 읽을 수 있는 인간이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는 시대가 온 거야. 피라미드는 서 있었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지,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무도 몰랐어.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입을 다문 채로 1400년을 버틴 거지.
로제타석, 잊혀진 역사를 깨우다
1799년,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가 이집트에 와 있었어. 병사 한 명이 나일강 하구의 작은 마을 로제타 근처에서 돌 하나를 발견했지. 까만 현무암 위에 글자가 세 종류로 빼곡하게 적혀 있었어. 맨 위에는 아무도 읽을 수 없는 상형 문자, 가운데는 이집트 민중 문자, 맨 아래에는 고대 그리스어. 같은 내용을 세 가지 글자로 나란히 써 놓은 돌이었어.
이 돌이 프랑스로 건너갔고, 23년 뒤 파리에서 한 청년이 이 돌과 씨름하고 있었어.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 23살이었지. 그리스어 부분을 먼저 읽고, 거기 나오는 왕의 이름을 상형 문자에서 찾아내기 시작했어. 프톨레마이오스, 람세스, 투트모세... 이름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1400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어. 잠들어 있던 역사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 거지. 벽에 새겨진 글자들이 갑자기 소리를 가지게 된 거야. 파라오의 이름이 불렸고, 전쟁의 기록이 읽혔고, 노동자들이 써 놓은 낙서까지 해독됐어. 돌로 된 무덤이 도서관이 된 거지.
문명을 죽인 건 칼이 아니었어. 페르시아도, 그리스도, 로마도 이집트를 정복했지만 문명 자체를 끝내지는 못했거든. 이집트를 진짜 죽인 건 망각이었어. 아무도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된 그 순간, 모든 게 통째로 사라진 거야. 그리고 그 문명을 다시 살린 건 이집트 변두리 마을에서 우연히 파낸 돌멩이 하나였지.
5000년 전 나일강 옆에서 처음 흙을 빚던 사람들은 몰랐을 거야. 자기들이 시작한 게 3000년을 갈 거라는 걸. 그리고 그걸 끝낸 것도 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걸.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일지 몰라. 수천 년 뒤에 누군가가 우리의 흔적을 파내고, 우리가 남긴 글자를 해독하려 할지도 몰라. 그때 우리의 이야기도 다시 말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