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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네. 어서 와요. 제 동생 민석이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네요. 임신했다고요? 저에겐 하나뿐인 남동생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제가 공장에 다니며 키우다시피 했죠. 그런 동생이 오늘 여자친구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루나 임신 맞아? 초음파 사진도 있어. 괜히 의심하지 마. 아니, 내가 못 믿겠다고 묻는게 아니잖아. 인사겸에서 조심스럽게 물은 거지. 그러자 동생이 날카로운 말투로 맛았습니다. 누나, 말투가 불편하잖아. 지솔굴 굳은 거 안 보여?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말꼬리 잡고 시비 거는 것처럼 그렇잖아. 그래, 누나가 미안하다. 어서 앉아 밥 차려올게. 저와 동생은 일곱살 차이입니다. 저는 학비를 대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고 공부를 잘했던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결국 대학원까지 뒷바라지 했지요. 그런 동생이 저를 향해 불만을 드러내는 모습이 서운하면서도 한편으로론 서을 ก่อน 임신한 여자까지 데리고 온 마당에 달리 어쩌겠습니까? 그냥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지수 씨는 병원에서 일하신다고요? 네. 민석 씨에겐 많이 부족한 직업이죠. 석사까지 마친 연구원 여자로선 많이 모자한다는 거 저도 잘 알아요. 그래도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정말 민석 씨 내 조 잘할 거고 열심히 살 거예요. 그래요. 우리 민석이 잘 좀 부탁드려요. 머리는 참 좋은데 허술한 구석이 많아요. 그 말을 꺼내자 민석이 발끈하며 말을 뱉었습니다. 누아, 내가 애도 아니고 돌봐 달라는 말은 좀 심한 거 아니야?이 자식아, 내가 너 어버 키운 거 몰라?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누나가 너 뒷바하지 않으라 시집도 못 가고 밤낮 바고 가며 공장에서 일했어. 생색은 안 낼 생각이었는데네 태도 보니까 말 안 할 수가 없다. 너 고등학교도 대학 대학원도 편하게 다녔지. 누나는 그때도 일했어. 알바 안 해본 날이 없었어. 생색 장난 아니네. 그래 누나덕에 대학원까지 나왔고 지금은 연구원됐어. 나 이제 돈 벌기 시작했으니까 갚으면 될 거 아니야. 누가 그걸 바란다고 했니? 너 요즘 부쩍 누나를 서운하게 한다. 누나가 유치하게 굴잖아. 아무튼 결혼하면 급이 다 갚을게. 민서아, 그런 말 들으려는게 아니잖아. 아닌 척하지 마. 누나 말 다 듣고 있으면 그냥 돈가플란 듯처럼 들리거든. 그만하자. 손님 오셨는데 이러다 밥도 못 먹겠네. 컷 사람 속 긁어 놓고 이제 와서 참는 척해. 누나 무식하게 공장에서 오래 일했더니 때가 너무 많이 탔나 봐. 무식? 미안하다. 그만하자. 손님 오셨으니까 괜히 싸우지 말자. 참는 척했지만 가슴 한복판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꽂히듯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동생이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마음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스쳤습니다. 물론 저도 잘못했습니다. 말투 하나 곱게 하지 못한 제 모습을 돌아보며 후회했습니다. 동생 말처럼 무식하다는 말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겨우 졸업장을 받은 인생이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동생이 처음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날은 서먹하고 씁쓸하게 끝이 났습니다. 얼마 뒤었습니다. 야간조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아침에 집에 들어섰는데 동생이 툭 하고 말을 던졌습니다. 누나 상견에 날짜 잡았어? 일요일이야? 뭐라고?이 이번 주 일요일. 나 그날 일하는데 날짜를 잡으려면 최소한 상위는 좀 하지 그랬어. 누나는 주말에도 일하잖아. 쉬는 날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맞춰? 그냥 월차 좀 내든가 해. 민석아, 누나가 그렇게 미워? 그래. 내가 여자친구 얘기 처음 꺼냈을 때 누나가 내 앞에서 혀를 차며 뭐라 했는지 기억나? 병원 행정팀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대놓고 한 숨 쉬고 인상까지 썼잖아. 그건 네가 아까워서 그랬어. 더 좋은 조건에 여자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사고 치고 결혼한다고 하니까 속상해서 그런 거야. 누나 마음 너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누나 난 누나의 프로젝트도 아니고 소모품도 아니야. 내 인생이야. 결혼도 선택도 다 내가 결정할 수 있어. 동생은 마치 감정을 참지 못한 듯 갑자기 성질을 냈고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동생이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매고 현관으로 향하던 순간 저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상견일날 월차낼게. 그리고 씻고 나와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속상했습니다. 저에겐 자식처럼 키운 동생이었으니까요. 그런 동생이 아무런 상의도 없이 결혼을 결정하고 말투며 태도까지 변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동생은 사랑에 빠졌다고 좋아 죽겠다고 말했고 이미 아이까지 생긴 상황이니 뭘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축하해 주고 조용히 뒷바라지 해 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을 넘기고 저녁 시간이 되어 다시 공장으로 출근했습니다. 제 라인에 서서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고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새벽 1시쯤 야식 시간이 되어 쉬고 있던 잘라 동료의자 친구인 세령이가 제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이 원주야 얼굴 왜 그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혹시 너 동생 애인 때문에 그런 거지? 뭐 너 민석이 애인 있는 거 어떻게 알았냐? 어떻게 알긴네 동생 보호 내 폰에도 있잖아. 카톡 부사 봤더니 여자랑 아주 진하게 찍은 사진 올려 놨더라. 거기다 결혼합니다. 문구까지 써 놨던데. 아, 그거 보고 알았구나. 그리고 말이야. 인스타도 가봤다. 네 동생 계정에서 여자친구 계정까지 들어가 봤어. 이름이 지수 맞지? 윤지수. 면 좀 무섭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면 남의 사생활도 다 들여다볼 수 있나 봐. 넌 잠도 없니? 그런 거 알아볼 시간에 잠이나 더 자라. 세령이는 원래 저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은 친구입니다. 가끔 집에도 놀러오는 사이이기에 딱히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근데 말이야. 그 여자 이미 신했지. 뭐야? 그것까지 어떻게 한 거야? 맞구나. 어쩐지네 동생 민석이는 100배는 아까운데 왜 그런 애랑 만나나 싶었거든. 예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민석이가 아깝지. 임신이라고 한 건 내가 그냥 촉으로 맞춘 거야. 아이의 도자리 깔아라 그냥. 야, 세룡아, 요즘 민석이 꼭 중입병 걸린 학생 같아. 나한테 큰 소리로 버럭버럭하고 무시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야. 내가 결혼할 여자가 좀 별로다 싶어서 티를 조금 냈더니이 누나를 잡아먹을 기세더라니까. 진짜 개심하네. 네가 거의 키우다시피 한 동생이잖아. 엄마나 다름 없는데. 그 태도는 뭐냐? 다음에 내가 만나면 혼 좀 내 줘야겠네. 됐어. 다크는 성인인데 혼내서 뭐 하겠냐? 그리고 걔 대학원까지 나온 석사님이야. 고조린 내 말따위 들을까? 나도 느꼈어. 네 동생 은근히 너 무시하더라. 그런데 이젠 대놓고 무시를 하네. 듣는 내가 다 화가 난다. 그만해. 부족한 내가 참고 인정해야지 뭐. 그래도 민석이 잘 커졌잖아. 좋은 직장에도 들어갔고 난 마음이 다 되도록 시집도 못 갔는데 걔 날아서 장가까지 간다. 좋게 생각해야지. 야, 나도 시집 못 갔거든. 근데 너나 나나 먹고 살기 바빠서 못 간 거지. 나는 아픈 엄마 모시느라 그랬고 너는 동생 뒷바하지 않으라 그랬고 안 그래? 우리 둘 인생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하면서도 괜히 답답해. 너라도 잘됐으면 좋겠는데. 됐거든. 잘되려면 우리 둘 다 같이 잘돼야지. 은주야, 우리 마흔들 안에는 시집 가자. 안 되면 공동 결혼식이라도 하자. 생각만 해도 재밌지 않냐? 세령이와 이런저런 수다을 나누다 보니 뒤틀렸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아주 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비옳캐 지수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다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나이보다 훨씬 철럽고 가벼운 말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올케 상견 식당 어디로 갈지 정했어? 크크크. 글쎄요. 모르겠는데. 크크크. 알아서 잡을테니까 신경 쓰지 마요. 크크크. 크크크는 뭐야? 웃기다는 거야? 맞춤법은 왜 그래? 크크크. 그냥 습관처럼 쓰는 거네요. 그리고 누가 카톡으로 맞춤법을 맞춰서 쓰나요? 아무튼 식당은 많으니까 저희가 알아서 정할게요. 크크크. 그럼 장소 예약되면 바로 연락죠. 하지만 결국 남동생도 예비 올게도 아무런 연락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상견이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카톡으로 주소한주를 보내왔습니다. 민석이는 결혼 준비를 핑계로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저는 혼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당에 도착해 남동생 이름으로 예약된 방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흘렀습니다. 심장이 조여드는듯한 불안 속에서 한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누구 하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저의 전화도 카톡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민석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민석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지수랑 그 집 식구들 아무도 안 왔어. 아직도 거기 있어? 우리 상견 끝났어. 다른 데서 했어. 누나는 그냥 그 식당에서 혼자 밥 먹고 집에 가. 어? 뭐라고? 지금 나 바람 마친 거야? 아 미안. 그냥 공장 다니는 누나를 사돈 어른들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튼 상견예는 잘 끝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야 박민석.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이게 누나한테 할 짓이야? 나 바빠. 끝난다. 그렇게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달려가 동생의 멱사를 잡고 혼줄을 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마음만 그랬을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동생이 저에게 쌓인 감정이 많아서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원인부터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며칠 뒤 동생이 집에 옷을 가지러 와서 마주치게 되었고 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 좀 나누자고 했습니다. 민서아,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무슨 얘기? 난 딱히 할 말 없어. 너 요즘 왜 그러니? 누나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어? 지수랑 결혼하는 거 내가 뭐 대놓고 반대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아주 조금 하소연했을 뿐인데 아직도 삐져 있는 거야? 누나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누나 잔소리 들으면서 살아온 거 나 진짜 지겨웠거든. 이번 일 때문만이 아니라 누나한테 싼게 많았어. 그래서 결혼하면 누나랑은 딱 선 긋고 살 생각이었다. 뭐라고?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말을 해 봐. 아, 참 그걸 하나하나 말하라고. 진짜 유치하네. 그냥 누나는 나한테 늘 이기적이었고 짜증나는 말을 많이 했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심하게 굴었다고. 잔소리가 심했니? 이거 봐. 누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대화가 안 되는 거야. 나 그동안 누나가 뒷바라지 해 준다고 생각해서 참고 살았어. 근데 솔직히 말해서 누나는 돈 좀 번다고 나 무시하기도 했고 생색도 장난 아니었어. 지금은 나도 돈 버니까 누나가 나한테 쓴 돈 다 갚을게. 됐지? 인서아 누나가 언제 돈 달라고 했니? 그리고 속상한게 있었다면 그때그때 말했어야지. 이제 와서 선을 긋겠다고 통보하는 건 너무하잖아. 나 상견일 식당에 혼자 덩그란이 남겨둔 거. 꼭 그런 짓까지 저질러야 했니? 누나가 얼마나 비참했는 줄 알아? 그만하자. 누나 목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 입 좀 다물어. 야, 박민석. 동생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 귀에 이어폰을 꽂았고 가방에서 옷 몇 벌을 챙겨 대충 말아넣더니 문을 열고 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방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돼 버렸을까? 갑작스러운 민석이의 변화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론 정말 제가 뭔가를 잘못했나 싶어 지난 날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부모 없이 자라며 누나 노릇을 했던 저는 엄마처럼 잔소리도 하고 걱정도 했던 것뿐인데 그걸로 저를 이토록 미워하고 선을 긋겠다고 선언할 만큼의 상처를 줬던 걸까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 마음을 혼자 끌어앉고 있을 수 없어 공장 쉬는 시간 옥상으로 올라가 세령이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인생이 참 너무 힘들다. 또 뭐야? 민석이 또 속였어? 어? 나한테 선 긋고 살겠대. 뭐라고? 야, 걔 진짜 웃긴다. 그동안 네가 어떻게 키웠는데? 은혜는 고사하고 그렇게 막말을 해? 어우, 진짜 어차구이가 없네. 모르지 뭐. 내가 정말 심하게 굴었을 수도 있지. 내가 기억 못 하는 걸지도 모르고. 그런 소리 하지 마.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래 봤는데. 민석이 뒷바하지 않으라 너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다 지켜봤잖아. 뼈빠지게 일하고 잠도 못 자고. 그런 네가 동생을 괴롭혀. 야, 설령 뭐라 했어도 그게 다 사랑해서 나온 거잖아. 나도 그게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민석이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부터 사람이 달라졌어. 마치 그동안 쌓아두고 참아온 걸 이제 다 터뜨리겠다는 사람처럼. 참 기분이 아주 더럽다. 은주야. 그 여자애 때문은 아닐까? 혹시 괜히 너 험담하면서 아예 인연 끊고 살려고 시킨 거 아닐까? 세령이의 말은 너무 앞서나그는 상상이었기에 나는 손세례를 쳤습니다. 에 아니야. 지수는 그런애 아니야. 말도 얌전하게 하고 사람도 뭐가 없어 보이더라.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아. 은주야, 네가 사람 너무 믿는 거야. 내 느낌엔 그 여자 이번 일에 한목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아. 코트론 얌전해 보여도 속은 모르는 거야. 아니야. 이건 나랑 민석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야. 그 아이가 끼어들 일이 아니고. 민석이가 나한테 쌓인 감정이 커서 그런 거라고. 그래도 너무 개심하다. 네가 그렇게 동생 키워놨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선 긋고 너 혼자 상견 자리에 내버려두고 그거 사람이 할 짓이냐? 그러게 속이 그냥 막 썩어 들어가는 기분이야. 친구한테 말하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괜히 말했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세령이는 말없이 내옆을 지켜주는 사람이었어요. 며칠 뒤 세령이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마치 뭔가 큰 일을 알아낸듯한 눈빛이었죠. 은주야, 너 올케름 윤지수 맞지? 어, 맞아. 근데 왜 나 요즘 중고플 깔아놨거든? 화장품 좀 싸게 사려고. 근데 거기 사기당했다는 글이 쭉 올라온 거야. 그중에 어떤 글에서 윤지수 이름이랑 신상 정보가 올려져 있더라고. 뭐라고? 그 사기꾼 이름이 윤지수고 나이도 31살이래. 네 동생애인도 31살이잖아. 뭐? 지수가 사기꾼이라고?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세상에 윤지수라는 이름이 얼마나 흔한데 그 여자가 내 옳캐가 될 지수는 아니겠지. 그러니까 일단 한번 봐 봐. 그 사기꾼이 올린 글이랑네 올케가 보내는 메시지 스타일 비슷한지 확인해 보자. 세령이는 중국어 사기꾼이 올렸다는 게시을 보여줬습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저는 손끝에 힘이 풀리며 휴대폰을 놓칠 뻔했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크. 백화점 상품권 사실 분 절반 가격이 드립니다. 선착순이에요. 크크크. 그 특유의 크크크 난발. 조접한 문장 구성이 저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지수가 보였던 말투와 너무도 닮아 있었습니다. 이게 사기꾼 글이라고? 다른 글도 있어? 세령이는 추가로 몇 개 더 보여줬습니다. 맞춤법은 제멋대로였고 크크크를 붙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참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야. 우연이겠지. 이런 거로 사람을 의심하긴 좀. 그러자 세령이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럴수록 확실히 알아봐야 하는 거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내가 도와줄게. 도와준다고 뭘 어떻해? 직접 만나서 물어보자. 너랑 나랑 같이 걔한테 솔직히 묻는 거야. 혹시라도 진짜라면 민석이까지 괜히 이상하게 변할 수 있어. 그 말이 너무 과격하게 느껴져 저는 손사리를 쳤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수는 착한 애야. 모난 구석 하나 없고 항상 조심스럽게 말하는 애라니까. 은주야. 너는 너무 착해서 탈리야. 겉으로 얌전해 보여도 사람은 속을 모르는 거라고. 아, 몰라. 그만해. 내려가서 일이나 하자. 찜찜한 기분으로 일을 했는데 사기꾼 윤지수가 머릿속을 계속 떠다녔습니다. 며칠 뒤 퇴근 후 세령이와 함께 밥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 주문을 막 마치고 물을 마시던 찰라 세령이가 저를 팔꿈치로 툭툭 찔렀습니다. 야, 은주야. 저기 봐. 저기 저 여자. 너 옳게 맞지? 사진이 훨씬 낫구나. 보정을 엄청 쓴 모양이네. 그래도 딱 보니까 알겠다. 너 옳게 맞지? 어. 어? 맞네. 근데 왜 여기까지 왔지?이 이 동네 사는 애도 아닌데. 그리고 저 남자는 또 누구지? 봐. 내가 뭘 했어? 저 여자 뭔가 수상하다고 했잖아. 저 남자랑 단둘이 밥 먹는 거 이상하지 않아? 아니야. 그냥 지인일 수도 있고 회사 동료나 친구일 수도 있잖아. 청첩장 돌리러 왔겠지. 그냥 모른 척하고 밥 먹자. 은주야. 이 순둥아. 딱 봐도 분위기 이상하잖아. 잔말 말고 따라와. 얘기는 내가 할게. 세령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테이블을 향해 성큼 걸어갔습니다. 저는 안절부절 못하며 그녀를 말리러 뒤따라 이미 그녀는 지수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어, 언니, 여기서 다 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어, 지수야, 잘 지냈니? 네, 언니. 그런데 옆에 분은 누구세요? 그러자 친구가 직접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나 은주 절친인데 지수 씨한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어서 왔어요. 먼저이 남자는 누구예요? 혹시 결혼 전에 바람이라도 피우는 건가? 뭐래? 그냥 아는 남자이거든요. 청첩장 주러 온 거예요. 저기요. 누구신데 처음 본 사람한테 무리하게 꾸는 거죠? 나 은주 절친이라니까. 이 남자는 뭐 그냥 넘어간다 치고. 지수 씨, 중구어폴에 사기를 친 적 있지? 거기 윤지수라는 이름이 많이 떠돌던데. 뭐라는 거야? 언니이 이상한 여자는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제가 친구를 말리려고 하자 세령이는 제파를 뿌리치고 물었습니다. 지수 씨, 사기꾼 맞지? 거기 사진은 없어도 피해자가 설명한 생김새가 딱 지수 씨야. 이름도 얼굴도 거의 확실하다고. 아, 참 별 거를 다 보겠네. 이봐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언니,이 여자 좀 데리고 가세요. 불쾌해서 얼굴이 확간거리네요. 이거 봐. 얼굴 빨개지네. 왜 내가 전곡을 제대로 찔렀나 보지? 어서 말해 봐. 네가 중고 사기꾼이라고 말이야. 세룡아, 그만해. 너 이러는 거 신뢰야. 지수야, 미안해. 내 친구가 이상한 걸 보고 괜히 의심을 했어. 대신 사과할게. 결혼 전에 별 일이 다 있네요. 언니 보고 참을테니까이 여자나 치워 주세요. 저는 세령이를 있는 힘껏 말려서 식당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이것도. 야, 이세령 그만해. 너 지금 선을 아주 세게 넘었어. 아무리 내 친구여도 방금한 행동은 진짜 심했다고. 내가 초기 왔다고. 저 여자의 사기꾼에다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애야. 딱 봐도 감이 온다고. 그만해라. 내 동생이 선택한 여자이고 임신까지 한 여자야. 그 임신도 가짜라면 어떡할래? 세령이 너 진짜 그만 못 해. 됐다. 난 너를 도와주려는 건데 날 이상한 여자 취급하네. 됐으니까 너 알아서 해. 야, 이세령 그렇게 그냥가 버리면 어떡해? 야, 친구마저에게 실망 있다면서 자리를 떠났고 공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 제가 인사를 하고 아는 척을 해도 입도 떼지 않더라고요. 저는 여전히 심란하고 괴로웠지만 민석이는 어느새 결혼 준비를 거의 맞춰두었습니다. 신혼집도 이미 스스로 대출을 받아 마련해 놓았더군요. 그날 짐을 챙기러 잠깐 들른 민석이에게 저는 조용히 말을 거냈습니다. 민서가 밥이나 먹고 가. 네가 좋아하는 고등어 조림 해 놨어. 밥? 그래.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먹고 갈게. 민석이는 여전히 저를 피하려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괜히 분위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묻지 않고 조용히 식탁에 밥을 차렸습니다. 결혼 준비는 다 끝난 거야? 어, 다 됐어. 잠깐만 있어 봐. 줄게 있어. 저는 그동안 틈틈히 모아두었던 돈이든 통장을 꺼내 동생에게 내밀었습니다. 자, 받아. 네가 장가가면 주려고 모아둔 거야. 줄 시간이 없었네. 너무 계속 날 피해 다녀서. 아무튼 결혼 축하한다. 눈앞에서 벗어나서 잘 살아. 누나 뭐야? 감동했어? 난 누나한테 정말 모질게 굴었는데 돈 앞에서 이렇게 달라지냐? 아니 그게 아니라 요즘 계속 마음에 걸렸어. 내가 좀 까칠하게 꿇어서 미안해. 으이구이 자식아 누나한테 쌓인게 있으면 말을 해야지. 그렇게 버럭 화만 내고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몸만 컸지. 아직 애야. 민석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서운했는지 말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누나의 잔소리가 버겁게 느껴졌다고 털어 놓았고 자신이 속좁게 굴었다며 솔직하게 사과했습니다. 다행히 결혼식에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그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습니다. 동생의 결혼식날 아침 저는 직접 화장을 하고 조용히 집을 나섰습니다. 빌라 입구에 내려서니 친구 세령이가 두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이, 친구 이제서야 나오시네. 세룡아, 너 화 풀린 거야? 며칠 전 큰 소리를 낸 뒤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와 준 것이 의외이면서도 반가웠습니다. 내가 너 픽업하러 왔지. 나 차산 거 알지? 오늘은 내가 너 전담 매니저야. 어서. 고마워. 그리고 그땐 미안했어. 무슨 소리야? 친구끼리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그리고 내가 큰 잘못을 한 거잖아. 아무튼 과거 일은 됐고 얼른 가자. 네 동생 오늘 장가가는 날인데 늦으면 곤란하잖아. 우리 가서 진짜 제대로 축하해 주자고. 세령이는 화난 웃음을 지으며 문을 열어 주었고 저는 그 마음에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차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세령이의 도움으로 편하게 일식장에 도착했고 함께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저는 동생의 학객들을 맞으며 연신 고기를 숙였습니다. 저희 쪽 하객들은 대부분 민석이 회사 사람들이라서 민석이는 여기저기 인사를 하나라 분주했고 저는 로비에 서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만 드렸습니다. 하객들이 거의 다 들어서자 동생은 신랑 입장하려고 준비를 했고 저도 혼주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뛰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고기를 돌려보니 세령이가 저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어요. 빨리 나와 보라며 급한 일이라고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일어나 친구를 따라 복도로 나갔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 곧 결혼식 시작한단 말이야. 은주야,이 결혼 멈춰야 해. 일단 이리 와 봐. 내가들은 걸 너도 들어 보라고. 자, 어서 따라와. 세령이가 제 손을 잡고 신부 대기실합까지 데려갔고 그 안에서 세워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윽고 지수의 목소리와 지수 친구들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아, 오늘로써 나는 취집한다. 너네들도 호구 하나씩 잡아서 시집 가란 말이야. 기집에 좋겠다. 그런데 어떻게 대기업 연구원을 꼬신 거야? 내가 너 결혼한다는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란 줄 알아? 같이 술 따르던 동료가 그런 남자랑 결혼한다니까 믿기지가 않더라. 그러게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구워 삶은 거야? 나 임신했다고 뻥쳤거든. 순나가 멍청한 놈이라 가짜 초음파 사진 보고 바로 프로포즈 하더라. 이거 아주 사기꾼이네. 중국어에 사기 치다가 고소당에서 벌금까지 물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대형 사기를 치는구나. 야, 내가 낮에는 병원 행정일하고 밤에는 술 따르면서 살았어. 도끼가 제대로 올랐는데 못 할게 뭐 있겠니? 너네들도 평생 술를 생각 아니면 호구 하나 물어. 난 시집과 동시에 모든 걸 은퇴한다고. 야, 그럼 너 임신 거짓말한 건 어떻게 해명하려고? 몰라. 그냥 신혼 여행 다녀와서 병원 간척하고 유산했다고 그러지 뭐. 내 신랑은 멍청한 호구라서 내 말이라면 파트로 매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거야. 참 대단하다. 역시 우리들 중에 제일 악독한 기지배라니까. 술집에서 여러 중년 남자 울리고 뜯어먹고 하더니 이젠 젊고 싱싱한대 연구원을 꼬셨어. 진짜 박수받아 마땅한 기집야. 부럽다이 기집. 부러우면 너네들도 나처럼 행동해. 내숨 좀 까고 사기 좀 치면 다 넘어오게 돼 있어. 그런데네 시댁에서는 바로 허락해 준 거야? 15모는 뭐래? 야, 일부러 시부모 없는 남자 꽃인 거거든. 신우이 하나 있는데 내가 둘이 인연 끊게 만들 거야. 내실랑 내가 몇 마디 했더니 바로 신우이 집에서 나왔어. 옆구리를 살살 긁어 줬더니 완전히 나밖에 모르는 바보가 됐다니까. 완전히 내 인형으로 만들고 말 거라고. 어려하시겠어? 윤지수는 역시 선수 중에 선수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 신부 입장할 때 나올테니까 너네들이 리액션 좀 잘해 줘. 뭔 느낌인지 알지? 알지. 우리도 펑펑 울면서 감동적인 장면 연출해 줄게. 지수야, 결혼하고 나서 새끼 좀 많이 쳐 줘라. 우리도 잘하고 젊은 남자 하나씩 오셔서 취집해서 운퇴 좀 하자. 너처럼 말이야. 알았어. 이 언니만 믿으라고. 자, 다들 그만 나가 봐. 세 사람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들은 저는 마치 정신이 번쩍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민석이가 저에게 유도 까칠하게 굴고 선을 긋겠다고 차갑게 말했던 이유가 지수의 입기말에서 비롯된 일이었습니다. 결국 세령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던 겁니다. 지수는 단순한 병원 행정 직원으로 일하며 밤에는 술집에서 남자들을 상대하며 술을 따르던 여자였고 중고 거래사기로 고소를 당해 벌금까지 물었던 전력이 있는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는 데에능한 여자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여자가 제 동생을 감쪽같이 속여 결혼식장 입구까지 데려다 놓은 것입니다. 순진하고 정마는 민석이는 그야말로 완벽한 호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끌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얼굴로 뜨겁게 차올랐습니다. 분노와 당혹, 배신감과 충격이 한꺼번에 밀려와 숨조차 고르기 힘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 눈치를 살피던 세령이가 조용히 제 손을 잡더니 말없이 신부대기실 문손잡이를 잡아당겼습니다. 뛰어들어가 드레스를 곱게 입은 지수의 면상에 그대로 발차기를 날렸습니다. 언니 지금 뭐 하시는 짓이에요? 몰라서 문니이 사기꾼의 술이나 따르던 기집에야 문 뒤에서 다 들었어. 언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잘못 들으신 거예요. 사기꾼이라뇨? 술집 여자요? 제가요. 시침미를 떼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본노가 지미로 올라를 한대 갈겨 줬습니다. 그걸 보고 겁을 먹은 지수의 술집 친구들이 몰래 빠져나가려 하자 세령이가 앞을 막아섰습니다. 너희들 거기 가만히서 있어. 이건 사기 공모야. 공범들이잖아. 움직이지 마.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어제 연락받고 그냥 결혼식에 온 것 뿐이에요. 제발 보내 주세요. 저 이집에가 원래 사기 치고 다니더니 이렇게 크게 걸릴 줄은 몰랐지. 저기요. 우린 진짜 공범 아니에요. 그냥 보내 주세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못 나가. 입 다물고 그 자리에 있어. 제가 지수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동안 세령이는 저 뒤에서 단단히 버텨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수를 때리고 밀쳐도 마음속 분이 전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세령이가 가방을 뒤적이다가 뭔가를 꺼내 저에게 건냈습니다. 은주야, 받아. 너에게 지금 필요한 거. 공장에서 쓰는 날이 시원하게 선 봉제 가위를 꺼내서 건네 주더군요. 저는 그걸 받는 순간 지금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가위를 손에 쥐고 지수가 입은 웨딩 드레스를 아래부터 위로 힘껏 부부 갈기갈게 찢었습니다. 가위날이 원단을 째는 소리는 시원하고도렷하게 울려퍼졌습니다. 아 언니 제발 그만요. 왜 이러세요? 난 아니에요. 사기꾼 아니라고요. 병원에서 군무하는 거 증명할 수 있어요. 네가 술집에서 일한 증거도 있어. 나랑 세령이가 너희들 말하는 거 전부 다 들었거든. 그리고 중국어리 사기쳐서 벌금 물고 집행 위회 받은 것도 알고 있어. 이 전과자야. 그렇게 더럽고 추악한가 감히 우리 민석이랑 결혼을 해. 너 내가 거슬려서 일부러 민석이랑 나 사이 멀어지게 하려고 뒤에서 입낌 불어댔지. 네가 내 동생한테 빨대를 꽂고 살려고 말이야. 절대로 용서 못 해. 오늘은네 결혼식이 아니야. 네 인생 장례식이 되는 날이야. 웨딩 드레스를 갈기갈기 찍고 신부화장으로 덮힌 금면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손이 쉴틈 없이 오가며 공격했고 그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세령이는이 결혼식을 완전히 엎기 위해 잠시 신부 대기실을 나가더니 곧 남동생과 하객들을 우르르 몰고 들어왔습니다. 제가 지수를 패기 치는 모습을 본 남동생은 놀라서 그대로 달려와 제 몸을 덮치듯 끌어안으며 말렸습니다. "누나!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민석이 너 자랐다. 아주 기가 막히게 자랐어. 이 여자의 사기꾼이야. 임신도 거짓말이고 낮은 병원에서 일한다고 뻥치더니 밤엔 술집 나가고 있어. 게다가 중국어리 사기쳐서 전과까지 있는 기집고 네가 속아도 아주 제대로 끝장나게 속았다고이 멍청한 놈아. 그게 무슨 말이야? 지수가 사기꾼이라고? 술집 여자라고? 누나 무슨 큰 착각을 한 거 아니야? 기수가 그러가 아니잖아. 그럴 리가 없어. 이 멍청한 놈을 도대체 어이해야 하나? 세령아,이 자식 좀 떼어나 봐. 내가이 기집를 똑똑히 아주 뼈저리게 박살 내서 집으로 실투하게 만들 거니까. 알겠어. 민석이 너 어서 내 뒤로 와. 이게 다 널 위해서 버리는 일이야. 그러니까 얌전히 뒤에서 눈 부릅고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세령이가 동생을 저에게서 뜯어내자 저는 다시 따귀질과 발길질을 가차없이 퍼부으며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지수는 흠신 두들겨 맞은 끝에 더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직감하고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맞아. 다 맞다고. 나 중고리에 사개쳐서 벌금 냈고 집행 위에도 받았어. 낮은 병원 행정리라고 밤엔 술집 나갔던 것도 다 사실이야. 근데 그게 뭐 다 먹고 살려고 그랬던 거야? 그게 그렇게 죄냐? 이제야 실터를 하네. 그런데 하나가 빠졌네. 네가 내 동생을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 그리고 내가 중간에 거슬리니까 의도적으로 인연 끊게 만들려고 입낌 불어넣은 그 더러운 짓까지 그것도 똑바로 고백해 봐. 아, 진짜 즐긴 인간이네. 그래, 다 끝난 마당에 숨길게 뭐가 있어? 맞아. 네 동생 박민석 내 인생 평생의 빨대였어. 제대로 된 호구 하나 잡은 거였다고. 이판만 잘 굴러가면 나도 드디어 인생 역전이었는데 이런 젠장 다 말아먹었네. 들었지 민석아. 저 여자가 너를 사랑해서 결혼하려는게 아니야. 너 대기업 연구원이니까 앞으로 등골 빠지게 빨아먹고 편의 살려고 한 거야. 이 여자 절대 안 돼. 절대 결혼하면 안 되는 인간이야. 그러자 제 동생은 멍한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제 얼굴을 한 번 보며 씁쓸히 웃고는 바로 지수를 향해 돌아서서 기습적으로 따기를 갈겼습니다. 이제야 모든게 이해된다. 누나가 날 말릴 때 내 미래 망치지 말라고 했을 때 그게 다 이유 있었던 거였구나. 지수, 넌 날 완벽하게 가스 라이팅했어. 남편이 아니라 그냥 돈벌이 수단 집사처럼 부릴 놈으로 본 거잖아. 난 그딴 것도 모르고 괜히 누나 미워하고 못되게 굴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 진짜 윤재수, 너 오늘 장례칠를 줄 알아. 진짜로 끝장이다. 남동생은 결국 모든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뒤 완전히 각성한 얼굴로 지수의 뺨을 수차례 후려쳤습니다. 내가 대출 받아서 신혼집도 구하고 혼수도 전부 내 돈으로 준비했지. 네가 나한테 받아간 용돈도 전부 피해 금액이야. 너 진짜 사기죄를 고소할 거야.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민석 씨. 아니야. 그게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당신이랑 결혼하고 도망치려던게 아니잖아. 우리 둘이 진짜 평생 행복하게 살려고 했잖아. 그 말 진심이었어. 아니거든. 넌 빨 때 꽂아서 팔자 고치려던 거였지. 직업도 속였고 전과도 숨겼고 무엇보다도 내 누나를 갈라 놓으려고 입을 함부로 놀렸어. 그거면 사기줄로 충분해. 절대로 용서 못 해. 너는 오늘부터 내 인생 지옥길에 입장한 줄 알아. 민석이의 분노는 쉽게 식지 않았고 지수는 연신 맞으면서 비틀거리며 울었습니다. 예식장에 있던 하객들은이 난장판을 보고 모두 조용히 빠져나갔고 지수는 찢어진 드레스를 입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 울부짖었습니다. 화장은 다 번저 팬더곰처럼 되었고 체면 입고 모고 다 내던진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시집 가는 날이었는데 이게 뭐야? 완전 끝장이잖아. 나 망했어. 진짜 제대로 망했다고. 네가 망한 덕분에 우리 동생이 살았습니다. 이게 바로 인생의 참교육이야. 이 기집. 민석 씨, 결혼식은 이렇게 됐지만 우리 사이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 나 진심이야. 과거 다 정리하고 정말로 당신 아내로만 살고 싶어. 그 말에 민석이는 혀를 끌차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진짜 때릴 가치도 없는 인간이네. 됐다. 이쯤 하자. 나머지는 법대로 하자. 고소장 각하고 기다려. 민석 씨, 제발, 제발 그냥 가지 마요. 민석 씨. 민석 씨. 그렇게 만신창이가든 지수를 남겨 두고 저와 동생 그리고 세령이는이 식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동생은 아무 말이 없었고 세령이는 눈치를 보더니 운전에만 몰입했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달리던 차안, 주용히 흐르던 음악 소리 넘어로 동생이 제 손등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말하더군요. 나 때문에 정말 고생했네. 누나 진심으로 미안해. 어 그 그래 민석아 괜찮아 누나가 너 위에서 한 일이니까 이제는 누나 미워하지 말아 줘. 미워하긴 오늘 누나들이 아니었으면 나 완전 인생 조졌을 거야. 그 여자랑 결혼식 올려서 진짜 인생 무너질 뻔했어. 나 이제야 제대로 정신 차렸어. 누나 정말 고맙다. 그리고 세령이 누나도 고마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세령이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머나 이제야 좀 남매답다. 보기 좋네. 근데 민석아, 너 앞으로 은주한테 까불거나 무시하면 나 진짜 가만 안 있어. 내 손에 다시 잡히면 그땐 진짜 혼줄 난다. 아, 알았어. 말 잘 들을게. 앞으로 진짜 정신 차리고 살게.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동생은 말 그대로 지수에게 5만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기억을 단칼에 지어내고 법적인 처벌까지 꼭 받아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답니다. 세령이는 곧바로 중국거래 어플에 임주수의 피해자를 모은다는 계시을 올렸고요. 벌금형 이후에도 지수는 계속해서 소익사기를 반복하며 고소를 포기한 피해자들 틈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나 둘 모은 피해자수가 어느새 20명 가까이 되더군요. 결국 우리는 지수를 철저히 조사해서 고소장을 접수했고 사기죄로 구속용장이 발부되어 지수는 결국 체포되었습니다. 팔자 고쳐보겠다고 제동생에게 접근했다가 결국 본인이 뿌려 놓은 죄값을 송드리째 돼갚게 된 셈이지요. 집행류의 기간 중 다시 사기를 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고 징역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수가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저는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동안 마음 한 구석에 꾹꾹 눌러두었던 분노의 찌꺼기까지 모조이 털어내 버린 듯했거든요. 이후 동생은 연애를 한동안 포기했어요. 여자가 무섭다면서 결혼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1년 뒤에 제가 시집을 가게 되었어요. 다른 공장에 다니는 성실한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사계절 내내 사귀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답니다. 은주, 너 결혼할 거라며? 진짜야?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세룡아, 너 누구한테들은 거야? 야, 너 진짜 너무한다. 내가네 절친인데 그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듣는게 말이 돼? 네. 예인 승찬 씨가 그러더라. 둘이 결혼하기를 했다고. 아, 미안해. 조만간 말하려고 했어. 근사한 식당에서 밥도 먹고 분위기 좋은 데서 말이야. 내 마음 너 알잖아. 야, 은주야. 근데 나도 말할 거 있어. 나도 성식 씨랑 결혼하기로 했어. 어제 프로포즈 받았거든. 뭐라고? 진짜 사귄지 겨우 억달됐잖아. 벌써 기집에 시간 따위가 뭐가 중요해? 마음이 딱 꽂히면 그게 답이지. 나이 사람이다 싶었고 그래서 바로 오케이했어. 야, 전에 내가 말한 거 기억나? 우리 둘이 합동 결혼식 하면 재밌을 거라고. 설마 지금 그 얘기 하려는 거야? 왜? 싫어. 나 진짜 진심인데? 세룡이의 눈빛은 뭔가 간절했고 조금만 거절하면 당장이라도 토라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래, 알겠어. 좋아. 합동 결혼식 재밌겠다. 우리 둘 다 부모님 안 계시니까 허전하지 않게 같이 결혼식 올리면 좋을 것 같아. 기집에 진작게 그렇게 말하지. 근데 은주야, 너희 신혼집은 어디로 생각하고 있어? 아, 그거 말이지 내 동생이 해 준대. 승찬 씨가 혼수랑 예단 준비하기로 했고. 뭐야? 민석이가네 신혼집을 해 준다고? 진짜? 그래. 자기를 키워 준 사람한테 제대로 보답하고 싶다고 주택 하나 마련해 주기로 했어. 내 동생이 은근히 능력 있는 사람이잖아. 그 정도 대출은 가볍게 나오는가 봐. 아무튼 동생 키운 보람이 있다니까. 와, 진짜 좋겠다. 나는 왜 그런 동생이 없는 걸까? 부럽다. 부러워. 기집에. 그리하여 저와 세령이는 함께 합동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어요. 하객들도 배로 많아서이 식장이 정말 북적거렸습니다. 제 남동생은 누구보다 많이 울었어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눈이가 완전히 퉁퉁 부었더라고요. 아니야. 누나가 누나가 이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어. 그런데 그런 누나가 나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니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진짜 미안해, 누나.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자식. 이제야 좀 내 동생 갔네. 말 예쁘게도 하네. 누나 내가 그동안 버릇없이 말했던 거 못되게 군 거 다 잊어줘. 진짜로. 나 그때일만 생각하면 누나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냥 죽을 것만 같아. 누나는 이미 다 잊었어. 민석이 너는 언제나 내 동생이고 내 자식 같은 소중한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먼저 챙기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야. 내 남편보다도 우선 순위로 두는게 너니까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와. 위논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누나는 두 팔 벌려 널 기다릴 테니까. 누나 사랑해. 동생은 어린아이처럼 제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는 동생이 마련해 준 집에서 남편과 살고 있어요. 세룡이도 시집을 가서 나름 잘 지내고 있고요. 저희는 아직도 공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고 있답니다. 동생이 공장까지 관돌하면서 매달 용돈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받기에는 너무 미안해서 거절했어요. 그리고 결혼한지 7개월 만에 임신까지 했답니다. 동생은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매일같이 저희 집에 찾아왔어요. 누나, 무리하지 말고 거기 그대로 앉아 있어. 설거지는 내가 할게. 매형 누나 옆에 붙어 계시다가 저 없는 동안 진짜 잘해 주셔야 해요. 알겠죠? 절대로 공장에 나가게 하면 안 되고요. 집안일도 절대 시키면 안 돼요. 민서아, 뭘 그리 오버를 해? 남들 다 하는 임신이야. 이 정도는 그냥 평범한 거라니까. 평범하긴 누나 4마흔둘이야. 노산이잖아. 이제부터는 내가 누나를 챙길 거니까 제발 돈걱정 당위는 하지 말고 무조건 집에서 누워 쉬기만 해. 만약 내 말 무시하고 밖에 나가서 일하려고 하면 나 진짜 엉엉 울어 버릴 거야. 아이고. 너 우는 꼴이 얼마나 징그러운지 아니까 내가 알아서 처신 잘해야겠다. 알았어. 알았어. 누나가 집에서 편하게 놀고 쉴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나저나 너는 연애는 하냐? 여자는 있니? 소개 좀 해 줘. 누나. 난 아직 연애 생각 없어. 결혼도 늦게 할 거야. 어차피 능력도 되고 생긴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나이 좀 들어도 장관은 넉넉히 갈 수 있을 거라고. 아이고야. 우리 동생 자존감이 하늘을 뚫겠네. 그래네 마음대로 해. 대신에 말이야 여자 고를 땐 제대로 된 사람 맞나? 전처럼 그 기집 같은 것 말고. 아, 누나 제발 그 여자 얘기 꺼내지 마. 그 이름만 들어도 진짜 몸소리 쳐진다니까. 알았다 알았어. 아무튼 연애는 하면서 살아. 그리고이 누나가 아기 나으면 제대로 3촌노릇을 해 줘야 돼. 알았지, 누나? 당연하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듬직한 삼촌 되는게 목표야. 네. 형, 제가 딸기 사올 테니까요. 그동안 누나 잘 돌봐 주세요. 되도록 움직이지 않게 해 주시고 태교도 잘하게 도와줘야 해요. 동생은 난리브로스를 추듯이 저를 아낌없이 챙겨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한 딸을 출산하게 되었고 동생과 남편 덕분에 육가는 큰 힘이 들지 않네요. 지금까지 제 동생에게 있었던 사연을 풀어 보았는데 재미가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글솜씨가 있는 편이 아니라 여러 번 다듬었으니 그 성의만이라도 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인사드리고 물러가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따뜻한 하루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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