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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것들이 뭘 안다고 밥이나 퍼주면서 설치는 거야. 그날 저는 고개를 숙인 채 식판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 소령은 사람들 앞에서 제머리에 국물을 들이부었죠. 뜨거운 액체가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로 흘러내리는 동안 식당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아무도 숨조차 쉬지 못했어요. 오직 제 앞치마로 떨어지는 국물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습니다. 저는 천천히 손으로 얼굴에 국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어요. 30년 군 생활 동안 수없이 많은 위기와 도전을 극복했던 여군 대령 이영순의 눈빛으로요. 아마 그는 제 눈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왜 그렇게 쳐다봐? 할 말 있어? 그가 다시 소리쳤어요. 저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소령님. 다음부턴 더 잘하겠습니다. 그는 콧방귀를 끼며 돌아섰고 저는 젖은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노트와 펜을 꽉 쥐었습니다. 속으로 다짐했죠.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 모든 것을 밝혀낼 것이다. 저는 이영순입니다. 이른 사례 퇴영여군 대령이죠. 지금은 김목자라는 이름으로 군부대 군식당 조리원이 되어 있습니다. 모든 건 일주일 전 아들 최기헌 사단장의 부탁으로 시작됐어요. 어머니, 제 부탁이 무래하다는 걸 알지만 부대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병사들이 입을 열지 않고 모든 신고가 묻히고 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엔 진심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머니라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엔 황당했어요. 내가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며 대령까지 지낸 사람인데 이제 와서 부대 군의 식당 아줌마가 되라니요. 하지만 아들의 진지한 음성과 걱정이 담긴 얼굴을 보니 이건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알았다. 해 볼게. 간단히 대답했죠. 첫날부터 느꼈습니다. 이 부대엔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걸요. 병사들은 항상 긴장해 있었고 식당 조리원들은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모든 대화의 중심에는 최윤태 소령이 있었어요. 소령님만 조심하세요. 말 한마디에 인생이 뒤바뀝니다. 식당 책임자 박씨의 첫 충고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그 말의 의미를 몸소 느꼈어요. 그가 제 머리에 국물을 붙는 순간 이건 단순한 관찰 임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건 정의를 위한 싸움, 오랫동안 침묵해 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는 임무였어요.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고 돌아서는 길, 식당 한 구석에서 젊은 병사 하나가 제게 눈짓을 했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작은 희망이 담겨 있었어요. 마치 드디어 누군가 맞써 주는 사람이 나타났다는듯한 표정이었죠.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이른 사례 여군 대령이자 사단장의 어머니이며 무엇보다 정의를 향한 불꽃을 품은 사람입니다. 앞치마 주머니 속 작은 노트에 첫 문장을 적었어요. 날짜 5월 16일. 최윤태 소령 조리원 본인에게 공개적 모욕과 폭력. 목격자 전체 식당 인원. 모욕은 참을 수 있어도 침묵은 죄가 됩니다. 저는 이제이 부대의 침묵을 깨뜨릴 것입니다. 최윤태 소령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왜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밝혀낼 겁니다. 아들이 마련해 준 원룸으로 돌아온 저는 젖은 머리를 말리며 그날의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습관처럼 해온 일이에요. 모든 사건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신념 덕분이죠. 국물이 쏟아진 순간부터 병사들의 반응, 소령의 표정까지 세세하게 적어 내려갔습니다. 최윤태 소령 40대 초반 헌병대 인사장교 병사들에게 지속적 언어 폭력 의심됨. 그리고 아래에 작게 추가했어요. 공개적 모욕, 분명한 의도, 권력 남용 이런 사람이 군에 있어서는 안 됨. 창가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30년 동안 군생활을 하면서 저도 엄격한 상관이었어요. 때론 고함을 치기도 했고 실수한 부하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었죠. 하지만 인격을 모독하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적은 없습니다. 최윤태 소령의 행동은 명백한 폭력이었어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어요. 주방 구석에서 홀로 채소를 다듬고 있는 젊은 여군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지은 하사였죠. 평소라면 행정반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주방에 있는지 궁금했어요. 많이 힘드세요? 제가 조용히 다가가 물었습니다. 서지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어요. 아, 아닙니다. 그냥 벌점을 받아서 봉사 활동 중이에요. 벌점이요? 네. 소령님이 그녀는 말을 멈추고 시선을 떨궜습니다. 그 순간 주방문이 열리며 다른 조리원들이 들어왔어요. 서지은 하사는 서둘러 일어나 자리를 피했습니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이 영력했죠. 저는 그날부터 일상을 더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배식 시간에는 병사들의 표정과 대화를 유심히 살폈고 설거지 시간에는 다른 조리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점차 사람들은 저를 경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든 조리원 김옥자는 그저 조용히 일하는 평범한 할머니로 보였으니까요.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문상민 일병이라는 젊은 병사가 제게 다가왔어요. 배식 시간에 항상 마지막 줄에서 있던 유독 치물해 보이던 청년이었죠. 저 어르신 그는 주변을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저녁 식당 뒤편 창고에서 만났습니다. 문상민 일병은 주머니에서 작은 녹음기를 꺼냈어요. 이거 제가 2년 동안 모은 겁니다. 소령님이 우리한테 한 짓들이요.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새끼가 정신을 못 차리네. 너 같은 놈은 영창 100번 가도 부족해. 야, 너네 부모님이 너 이런 모습 보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 쓸모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시겠지? 오늘부터 내 휴가는 취소다. 왜? 내가 그러라면 그런 거야? 불만 있어? 최윤태 소령의 목소리였습니다. 병사들을 향한 끊임없는 폭건과 인격 모독, 권력 남용이 고스란이 담겨 있었어요. 왜 이걸 신고하지 않았니? 제가 물었습니다. 문상민 일병은 쓰우을 지었어요. 해봤습니다. 하지만 소령님은 항상 빠져나가요. 모든 간부들이 소령님 편이니까요.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습니다. 신고했다가 더 심한 보복당할까 봐 다들 무서워해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무력감이 뒤섞인 표정이었어요. 저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습니다. 이 용기 정말 대단하구나. 내가 모은이 증거들이 헛되지 않게 할게. 그날 이후로 저는 노트에 더 많은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병사들이 겪은 피해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조리원들이 당한 부당한 대우도 상세히 적었습니다. 때론 주방 한 구석에서 몰래 사진도 찍었어요. 조리원 복장을 한 노인내가 메모하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2주일째 되던 날 서지은 하사가 다시 주방에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제게 다가왔어요. 어르신 혹시 시간 되실 때 잠깐만요. 서지은 하사는 제게 작은 USB를 건냈습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어요. 이건 소령님이 저에게 했던 성일롱 녹취록이에요. 인사과에 제출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보직 이동 협박을 받고 있어요. 서지은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저녁을 고민 중이에요. 하지만 떠나기 전에 이런 일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서요. 저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어요. 걱정마세요. 이 증거들은 반드시 빛을 볼 겁니다. 그날 밤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군의 식당일을 시작한지 20일째 되는 날이었어요. 어떻게 지내세요? 어머니? 아들은 공식적인 말투로 물었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있는 자리였나 봐요. 아직 충분한 증거는 없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최윤태 소령이라는 사람 말이야. 전학이 넘어로 아들의 숨소리가 무거워졌습니다. 알고 있었니? 제가 물었어요. 소문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신고나 증거가 없어서 이제 곧 증거가 생길 거야.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도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USB 내용을 확인했어요. 서지은 하사가 건낸 녹취는 작년 말 회식 자리에서 녹음된 것이었습니다. 최윤태 소령이 서지은에게 했던 말들이 고스란이 담겨 있었어요. 하사는 눈도 예쁜데 내 옆에 안 찍으래. 진급 원하지. 그럼 나랑 따로 만나자. 도와줄 수 있어? 왜 이렇게 차가워? 여군이면 분위기 좀 띄워야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30살 차이가 나는 부하에게 그것도 권력을 이용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이 사람은 단순한 갑질을 넘어 범죄자였습니다. 다음날 점심 시간 식당에서 배식 중이었어요. 최윤태 소령이 또 나타났죠. 이번엔 제게 직접을 걸지는 않았지만 다른 조리원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야채를 너무 많이 줬다는 이유였어요. 그 순간 옆에 있던 병사가 실수로 식판을 떨어뜨렸습니다. 바닥에 밥과 반찬이 흩어졌죠. 모두가 숨을 죽였어요. 최윤태 소령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이 새끼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소령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장 영창 보내 버릴까? 저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걸어나가 떨어진 식판을 주었어요. 괜찮아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죠. 제가 병사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최윤태 소령이 제게 다가왔어요. 누가 끼어들래? 빨리 치우고 다른 밥 줘. 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네. 치우고 새밥 주겠습니다. 하지만이 병사는 실수했을 뿐이에요. 영창이나 처벌 같은 건 과하지 않을까요? 순간 주변이 얼어붙었습니다. 아무도 최윤태 소령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소령의 얼굴이 붉게 변했어요. 당신 이름이 뭐야? 김옥자입니다. 김옥자. 기억해 둘게. 내일부터 당신은이 식당에서 안 보이는게 좋을 거야. 소령이 돌아선 후 주변의 병사들이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도 감히 그에게 맞서는 사람이 없었는데 나이든 조리원이 그를 제지했으니까요. 그날 저녁 문상민 일병이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SD 카드를 꺼냈어요. 이건 제가 몰래 촬영한 영상입니다. 소령님이 병사들을 괴롭히는 장면이요. 어르신께서 오늘 용기를 보여 주셔서 저도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SD 카드를 받아든 순간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충분한 증거가 모였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간이었죠? 저는 문상민 일병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더 많은 증거를 모을 수 있을까? 다른 병사들 중에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의 눈이 커졌어요. 했습니다. 많이 하지만 두려워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기회가 있어. 이 부대를 바꿀 수 있는 기회. 문상민 일병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가 해 볼게요. 사실 몇몇 친구들은 이미 소령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고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에요. 그날부터 작전은 본격화됐습니다. 마치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요원들처럼 저와 문상민 일병 그리고 몇몇 병사들은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장부, 녹음, 사진 모든 것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습니다. 사주차가 되던 날 아들과 다시 통화했습니다. 이번엔 전학이 너로 들리는 배경 소리가 없었어요. 아마도 혼자 있는 자리였겠죠. 어머니, 어떻게 지내세요? 이제 충분한 증거가 모였어. 최윤태 소령이 병사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갑질을 했는지, 여군에게 성의롱을 했는지, 심지어 부대 회식비를 횡령한 정황까지. 아들은 잠시 침묵했다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일주일 후면 사단 창설 기념식이지. 그날 모든 것을 밝힐 거야. 어머니,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아들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공식적인 절차가 있습니다. 제가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기연아, 저는 아들의 말을 부드럽게 끊었습니다. 30년군 생활을 했어. 공식적인 절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 잘 알지. 이런 사람들은 늘 그 절차 사이로 빠져나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진실을 드러내야 해. 침묵이 이어졌어요. 제 아들은 사단장으로서 규율과 절차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이해했어요. 날 믿어 주겠니? 제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어요. 알겠습니다.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다만 조심하십시오. 통화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군부대의 밤은 고요했어요. 멀리서 초병의 발소리만 가끔 들릴 뿐이었죠. 저는 창가에 놓인 작은 사진을 집어들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었어요. 그는 제가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 찍은 것이었죠.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진속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오랜군 생활 동안 저희 부부는 항상 원칙을 지켰어요. 하지만 때로는 원칙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었죠.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주방에 도착했습니다. 문상민 일병과 약속한 시간이었어요. 그는 작은 서류 봉투를 건냈습니다. 어제 밤새 모았습니다. 20명의 병사들이 자필로 쓴 증언이에요. 봉투를 열어보니 꼼꼼하게 작성된 피해 사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날짜, 시간, 상황, 목격자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어요. 마치 제가 가르쳐 준 것처럼요. 대단하구나. 제가 감탄했습니다. 문상민은 쑥스러운 듯 미소지였어요. 사실 어르신이 오신 후로 병사들 사이에서 변화가 시작됐어요. 이제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졌습니다. 단순히 증거를 모으는 것을 넘어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었어요. 오후 배식 시간 최윤태 소령이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저를 보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어요. 아직도 여기 있어? 그가 비웃듯 말했습니다. 내 말 안 들었어? 저는 담담하게 대답했어요. 소령님, 저는 계약직 조리원입니다.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어요. 그래, 누구한테 물어볼까? 내가 직접 식당 책임자에게 그가 위협하듯 말했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군의 식당 책임자인 박씨가 들어왔어요. 최윤태 소령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이 사람 내일부터 안 나오게 해. 박씨의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소령님, 지금 인력이 부족해서 내가 뭐라고 했어? 내일부터이 할머니 안 보이게 해. 최윤태 소령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 순간 제 휴대폰이 울렸어요. 발신자는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소령과 박씨 사이에 서서 전화를 받았어요. 어머니, 내일 오후에 군 식당으로 찾아갈게요. 잠시 얼굴 좀 뵙고 싶습니다. 분명 의도된 전화였어요. 아들은 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모양입니다. 알았어, 기연아. 내일 보자. 저는 최윤태 소령이들을 수 있도록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전화를 끊차 주변이 조용해졌어요. 최윤태 소령의 표정이 의야하게 변했습니다. 기현이라고 혹시 내 최기헌 사단장입니다. 제 아들이에요. 저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최윤태 소령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어요. 그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자리를 떴습니다. 박씨는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어요. 어머, 사단장님 어머니셨어요? 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비밀로 해 주세요.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요. 다음날 아들이 약속대로 군해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공식적인 부대 시찰처럼 보이도록 참모들을 대동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잠시 따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들은 공식적인 말투로 물었어요. 거의 다 모았어. 이번 주 토요일 기념식 그날 준비가 필요해. 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틀 후 오후 4시 제무실로 오십시오. 공식 면담 형식으로요. 저는 메모장에 적어 놓은 계획을 아들에게 건냈습니다. 이걸 보고 판단해. 내가 동의한다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질게. 아들은 메모를 받아들고 잠시 읽더니 깊은 숨을 내쉬었어요. 어머니,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 그래,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군대는 가끔 충격 요법이 필요하거든. 4단 기념식 당일 아침부터 부대는 분주했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행사였으니까요. 저는 평소처럼 군내 식당에서 일했지만 마음은 이미 오후에 있을 기념식에가 있었어요. 앞치마 주머니에는 USB가 들어 있었습니다. 모든 증거를 담은 작은 물건이죠. 김옥자 씨,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래요. 박씨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기념식 때문에 식당 운영이 일찍 끝난대요. 네, 알겠습니다. 저는 담담하게 대답했어요. 문상민 일병이 주방으로 슬쩍 들어와 저에게 눈짓을 했습니다. 저는 잠시 후 창고로 나갔어요. 그곳에는 이미 몇몇 병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다 준비됐어요. 문상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사회자가 행사 진행 순서를 발표할 때 갑자기 영상이 바뀌도록 설정해 놨습니다. 정말 괜찮을까? 한 병사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소령님이 알면 이젠 두려워할 필요 없어. 제가 그들을 안심시켰어요.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날 거야. 저는 식당 유니폼을 벗고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단정한 정장이었어요. 30년 군 생활 동안 입었던 제복만큼 무게감이 느껴지는 옷이었죠. 부대 염병장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섞여 있었어요. 저도 그중 한 명으로 자연스럽게 섞여들었습니다. 누구도 저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군회식당 조리원 김옥자는 사라지고 이제 이영순이 돌아온 거죠. 단상 위에는 사단장인 제 아들과 주요 지위관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최윤태 소령도 그중에 있었어요.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마치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냥 처신하고 있었죠. 사회자의 목소리가 염병장에 울려퍼졌습니다. 지금부터 4단 창설 20주년 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국민 의뢰와 사단기 입장이 끝나고 아들의 기념사가 시작됐어요.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사단이 걸어온 20년의 역사는 자랑스러움과 헌신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이건 예정된 연설이 아니었습니다. 군대는 계급과 명령 그리고 규율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근간에는 인간 존중이라는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아들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계속했어요. 최근 저희 부대 내에서이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그 진실을 여러분과 함께 마주하고자 합니다. 그 순간 제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모든 시선이 저에게 쏠렸어요. 저는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들이 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가 계획한 대로였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이크 앞에 서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이영순입니다. 퇴역한 여군 대령이자 최기헌 사단장의 어머니입니다. 관중석에서 작은 소란이 잃었어요. 최윤태 소령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달 전목자라는 이름으로 이부대 군식당 조리원으로 일했습니다. 목적은 바나나. 병사들과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부조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저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기술병에게 건냈습니다. 그가 컴퓨터에 연결하자 대형 스크린의 영상이 나타났어요. 이것은 제가 한 달간 수집한 증거들입니다. 화면에는 최윤태 소령이 병사들에게 포원하는 장면, 조리원들에게 모욕을 주는 장면, 심지어 제머리에 국물을 붙는 장면까지 차례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이어서 병사들의 증언, 서지은 하사의 녹취록, 허위 영창 통지서 사본까지 모든 증거가 펼쳐졌어요. 관중석에서는 충격의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단상 위에 장교들은 얼굴이 굳어졌고 최윤은태 소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양옆에 장교들이 그를 제지했어요. 군인은 국민을 위해 존재합니다. 제가 다시 말을 이었어요. 그리고 군인은 계급보다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특히 젊은 병사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침묵은 때로 범죄를 키웁니다. 용기 있게 목소리를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군인의 자세입니다. 연단에서 내려오려는 순간 갑자기 한 병사가 일어섰습니다. 문상민 일병이었어요. 저도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문상민은 단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저는 2년 동안 최윤태 소령님 밑에서 복무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병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어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영순 어르신이 보여주신 용기 그것이 저희에게도 힘이 됐습니다. 연병장은 완전한 침묵에 빠졌습니다. 운상민 일병의 목소리만이 맑게 울려퍼졌어요. 우리는 군인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이 자리에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상민의 목소리가 점점 단단해졌어요. 처음에는 떨리던 음성이 이제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이영순 어르신께서 한 달간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침묵하는 것이 충성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한 충성은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내는 것이라고요. 그 순간 관중석에서 한 여군이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서지은 하사였어요. 그녀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지만 눈빛은 단호했습니다. 저는 서지은 하사입니다. 최윤태 소령에게 성일롱을 당했습니다. 신고했지만 무시당했고 오히려 보복을 당했어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용기에 이어 또 다른 병사와 부사관들이 하나 둘 일어나 자신들의 경험을 짧게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댐이 무너지듯 진실이 쏟아져 나왔어요. 단상 위에 최윤태 소령은 이제 완전히 창백해진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아마도 이런 상황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을 겁니다. 저는 다시 마이크 앞으로 나섰습니다. 이 모든 증언과 증거들은 오늘이 자리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미 국방부 감사관실과 군 검찰의 모든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뒤따를 것입니다. 제 옆으로 아들이 다가왔어요. 그는 잠시 망설리는 듯했지만 곧 결심한 듯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저는 최기현 사단장으로서 이런 부조리가 제위 하에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지금이 순간부터 최윤태 소령은 모든 직무에서 해제됩니다. 군 검찰의 수사가 완료될 때까지 대기 명령을 내립니다. 아들은 최윤태 소령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어요. 소령은 지금 당장이 자리를 떠나 사령부로 가십시오. 그곳에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십시오. 최윤태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지지하는 시선은 없었어요.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단상에서 내려갔습니다. 행사는 예정된 순서대로 계속되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무거움과 동시에 묘한 해방감이 공간을 채웠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진 후에 홀가부분함 같은 것이었죠. 기념식이 끝난 후는 아들의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해? 제가 물었습니다. 아들은 깊은 숨을 내쉬었어요. 어머니,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옳은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확신해요. 이것이 우리 부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내가 훌륭한 지위관이라는 걸 항상 믿었어. 제가 미소지으며 말했어요. 그래도 어머니께서 직접 이런 위험을 감수하시다니. 아들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내가 군에 있을 때도 항상 최전선에 있었잖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때로는 누군가 먼저 나서야 변화가 시작되는 법이지. 그때 문이 열리며 참모장이 들어왔습니다. 사단장님,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일에 대해 보고를 요청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곧 보고서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들이 답했어요. 참모장이 나간 후 아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제게 물었습니다. 어머니,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변화는 항상 아프고 혼란스러워. 하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더 나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저는 확신의 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부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어요. 병사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간부들도 이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마치 어제의 사건이 모두에게 경각심을 준 것 같았죠. 저는 다시 군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김목자가 아닌 이영순 대령으로서요. 주방에 들어서자 조리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어요. 어르신 박씨가 어색하게 인사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오늘은 손님으로 왔어요. 제가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식당 구석에서 문상민 일병과 몇몇 병사들이 제게 다가왔어요. 어르신 아니 대령님 문상민이 경례를 붙였습니다. 이제 그런 형식은 필요 없어. 난 이미 저녁한 사람이니까. 어제일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부대 전체가 들썩이고 있어요. 최윤태 소령은 어떻게 됐니? 제가 물었습니다. 문상민 일병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오늘 아침 일찍 헌병때에 연행됐다고 합니다. 국방부에서 특별 조사팀이 내려왔대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어요. 아마도 어제 공개된 증거들이 너무 명백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령님 덕분에 모두가 달라졌어요. 터지은 하사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어요.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어. 모두 너희들이 용기를 내 준 덕분이야. 제가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식당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병사들이 일제의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들은 제게 경의를 표하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멈춰서 그들의 인사를 똑같이 받아 주었어요. 이것이 진정한 존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급이나 직위가 아닌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는 것.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제가 떠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아들이 부탁했습니다. 며칠만 더 머물러 달라고요. 변화의 시기에 어머니의 조언이 필요하다면서요. 사흘 후 국방부 특별 조사팀의 조사가 일단되었습니다. 최윤태 소령에 대한 혐의는 모두 인정되었고 그는 파면과 함께 구속 수사를 받게 됐어요. 하지만 조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를 감싸고 눈 감아 준 다른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죠. 아들의 진무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국방부에서 온 조사관들과 부대 주요 간부들이 모인 자리였어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군 차원의 병역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조사단장이 말했어요. 최기 현사단님께서 제안하신 존중과 신뢰의 지위문화 정착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아들이 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 아마도 어젯밤 제가 조언해 준 내용을 제안한 모양이었어요. 회의가 끝난 후 아들이 저를 불렀습니다. 어머니, 내일 중요한 행사가 있습니다. 함께 해 주시겠어요? 무슨 행사니? 제가 물었어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행사입니다. 아들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다음날 오전 연병장에는 전 부대원들이 집결해 있었습니다. 단상 위에는 아들과 함께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도 자리했어요. 저는 맨 앞줄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기 위해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아들이 연설을 시작했어요. 지난주이 자리에서 우리는 부끄러운 과거와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자랑스러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아들은 천천히 단상을 내려와 제 앞에 섰습니다. 어머니 그리고 이영순 대령님 어머니께서 보여 주신 용기와 지혜는 우리 부대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는 작은 상패를 제게 건냈어요. 거기에는 정의와 용기의 상징 이영순 대령에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 저희는 새로운 제도를 시작합니다. 아들이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 선언했어요. 열린 소통 창구와 부조리 신고 보호 시스템을 도입하여 어떤 계급의 부조리도 안전하게 신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염병장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특히 병사들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희망이 보였으니까요. 행사가 끝난 후는 아들과 함께 부대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곳곳에서 병사들과 간부들이 인사를 건냈어요. 더 이상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이 진심을 담아 말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부조리를 확인하기 위한 부탁이었는데 이렇게 큰 변화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가끔은 작은 돌멩이가 큰 파도를 일으키는 법이지. 제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돌멩이는 나 혼자가 아니었어. 문상민 일병, 서지은 하사, 그리고 용기를 낸 모든 이들이었단다. 저녁이 되어 부대식당에서 작은 환송회가 열렸습니다. 조리원들이 특별히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어요. 이제는 모두가 저를 김목자가 아닌 이영순 대령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친근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르신 아니 대령님 박씨가 수줍게 다가왔어요. 저희가 모르고 함부로 대했을 때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내가 감사해요. 여러분이 있었기에 진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문상민 일병이 다가왔습니다. 대령님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 보렴. 저는 저녁 후에 군사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대령님처럼 올바른 군인이 되고 싶어요. 문상민 일병의 눈빛이 단단하게 빛났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가슴 한 편이 뜨거워졌어요. 단순히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을 넘어 젊은이에게 꿈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훌륭한 결정이구나. 내가 원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눠 줄 수 있어. 문상민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지도 부탁드립니다. 환송회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부대를 나서는 길 저는 문득이 한 달 간의 여정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찰자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고 함께 해 주었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들이 물었습니다. 어머니,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아니, 전혀. 처음에는 그저 내 부탁대로 상황을 살펴보려 했을 뿐이야. 하지만 최윤태 소령이 내 머리에 국물을 부었을 때 그때 무언가가 바뀌었어.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지. 그 책임감이 우리 부대를 바꿨습니다. 아들이 진심을 담아 말했어요. 일주일 후 저는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신문을 읽었어요. 그런데 신문 한 켠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군부조리 고발한 퇴영 여군 대령 국방부 특별 공로상 수상 기사는 제 이야기를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어요. 최윤태 소령은 파면과 함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그를 도운 다른 간부들도 적절한 처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이 사건을 계기로 군 전체의 병역문화 혁신 지침이 내려졌다는 것이었죠. 이영순 대령은 단순한 고발자가 아닌 변화의 촉매제가 되었다. 라는 문장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날 오후 예상치 못한 방문객이 찾아왔어요. 국방부 장관이었습니다. 이영순 대령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관이 정중하게 인사했어요. 아닙니다. 장관님.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다니 제가 더 놀랍습니다. 사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감사를 전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대령님께서 보여 주신 용기는 우리 군에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장관은 잠시 망설리더니 말을 이었어요. 사실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사례들이 여러 부대에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내부에서 덮히거나 흐지부지되곤 했죠. 대령님의 사례는 우리에게 진정한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단순히 진실을 밝힌 것뿐입니다. 제가 겸손하게 대답했어요. 때로는 그 단순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지요. 장관이 미소지며 말했습니다. 저희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국방부 병문화 혁신 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예상치 못한 제 안에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미 군을 떠난지 오래였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아직도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습니다. 장관이 떠난 후 저는 창가에 서서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았습니다. 30년 군 생활. 그리고 이번 한 달 간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침묵하지 않는 용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날 저녁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오늘 부대에 특별한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이니? 서지은 하사가 진급 시험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문상민 일병은 모범 병사로 선정되어 휴가를 받았어요. 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구나. 제가 기쁜 마음으로 대답했습니다. 모두 어머니 덕분입니다. 그들이 특별히 어머니께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어요. 통화를 마치고 저는 서제로 가서 작은 상자를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재군 생활 동안 받았던 훈장들과 사진들이 들어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 옆에 최근 받은 특별 공로상과 부대에서 준 감사패가 놓였습니다. 하지만이 모든 공식적인 상들보다 더 값진 것은 문상민 일병과 서지은 하사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의 달라진 눈빛이었어요.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침묵에서 용기로 바뀐 그 눈빛들.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른살의 나이에 시작한이 특별 임무가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 중 하나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하지만 이제 확신합니다. 어떤 나이 어떤 위치에서든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내는 것은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창가에 서서지는 해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습니다. 모욕은 참아도 침묵은 죄가 된다. 제가 군에서 늘 되새기던 말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온전히 실천한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