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화 행복한 세상 #191][토일 AM09] 꼭 필요한 사람 | KBS 020415 방송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 아니면...
회사나 어떤 조직에 가면 꼭 필요한 사람, 별로 쓸모없는 사람, 그리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있기 마련이잖아.
나랑 같이 입사한 동기가 있었는데, 솔직히 나한테는 경쟁 상대도 안 됐어.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정신도 없었지. 상사한테 실수해서 혼나는 건 일상이었고, 그럴 때마다 남자답지 못하다면서 혼나곤 했어.
가끔은 "왜 저렇게 사나" 싶었지만, 그래도 밖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커피를 잔뜩 뽑아 와서 나눠주곤 했지.
나는 그런 그가 한심하게 보였어.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왜 그렇게 오지랖이 넓은지. 심지어 나 힘든 거 도와주느라 자기 일까지 못 하는 경우도 많았거든.
그러다가 그가 휴직계를 냈어. 아내가 큰 병에 걸렸기 때문이었지. 동기들이랑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쉬워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가 그만둬도 회사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거야.
아침마다 기대했던 커피도 못 마시고, 책상에는 먼지만 쌓였어. 휴지통은 넘치고, 서류들은 뒤죽박죽이 됐지. 사람들은 점점 짜증을 내고, 사무실에 가득했던 여유가 사라져 버렸어.
나도 모르게 그가 끓여주던 커피가 그리워졌어.
슬쩍 그의 책상에 갔는데, 책상 서랍 속 작은 메모지에 이런 글이 눈에 들어왔어.
"내가 변할 때 누군가가 그 불편함을 견디고 있으며, 내가 조금 불편할 때 누군가는 편안할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지. 조금 모자라 보였지만, 늘 묵묵히 자기 몫을 다 하던 그 동기가 우리 모두에게 편안함을 주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