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재혼, "외롭다"는 아버지 마음을 딸이 이해한 순간
우리 아빠, 재혼하신 이야기
우리 아빠가 갑자기 결혼하신다는 거야. 엄마 돌아가신 지 겨우 2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지.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셨어. 상대는 동네 마트에서 일하시는, 아빠보다 네 살 어린 예순여섯 살 아저씨야.
아빠한테 물어봤지. "엄마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그랬더니 아빠가 그러시는 거야. "나도 외롭다. 100세 시대인데 혼자 밥 먹고 TV 보는 게 너무 허전하다. 너희도 바쁘고. 근데 이분은 매일 나를 챙겨 주시겠대."
솔직히 이해가 안 됐어. 엄마랑 40년을 같이 사셨는데 벌써? 혹시 돈 노리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들었지. 남편한테 말했더니 그러더라. "그냥 아버님이 행복하시면 되는 거 아니야? 우리가 매일 찾아뵙지는 못하잖아." 그 말에 가슴이 무너졌어. 우리가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닐까 싶었지.
며칠 뒤 그 아저씨를 직접 만났는데, 생각보다 차분하고 수수하셨어. 말씀도 조심스럽고 눈빛도 따뜻하셨지. 그 아저씨도 7년 전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사셨대. 아빠를 보니까 서로 의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대. 그 말을 듣는데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어.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 곁에 있고 싶은 거구나 싶었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랑 상관없는 거였어.
근데 문제는 아빠 친구분들이 다 반대하신 거야. "재혼이 뭐야? 이 나이에 재산 노리고 오는 거 아니야?" 아빠 얼굴이 어두워지셨어. 스트레스받으시는 게 느껴졌지. 그래서 내가 나섰어. "아버지도 행복하실 권리 있어요. 나이가 많다고 사랑하면 안 되나요?" 어떤 분이 정색하고 말했어. "아니, 이 나이에 다시 결혼한다는데 자식 입장에서 그런 말이 나와?" 그래서 나도 단호하게 말했지. "자식이니까 하는 말이에요. 아버지 혼자 계신 거 보는 게 저는 더 마음이 아파요."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예전 생각이 났어. 혼자 냉동밥 돌리시던 아빠, TV만 보시던 모습, 아무 말 없이 내 전화를 기다리셨던 표정. 우리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깊은 외로움이었던 거야.
결국 두 분은 조용하게 가족끼리 모여 인사만 하셨어. 결혼식은 따로 안 하셨지. "이 나이에 무슨 요란한 예식이야? 서로 마음만 있으면 그게 최고지." 그날 아빠 얼굴이 정말 밝으셨어. 엄마 살아계실 때보다 더 건강해 보이셨지. 살도 좀 붙고 웃음도 많아지셨어.
지금은 두 분이 같이 장도 보고 산책도 하시고, 손잡고 드라마도 보신대. 아빠가 다시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거야.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자식들이 잊지 않았으면 해서야. 사랑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해 주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잖아. 딸로서 아버지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어. 내가 잘한 선택 같으면 '좋아요'로 응원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