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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파트 두 채와 서초구 아파트 한 채 토지 5,000평 예금 30억 등 모든 재산을 내 딸 선영이와 은영이에게 상속합니다. 며느리 정미경에게는 10년간 나를 돌봐 준 것에 감사하지만 며느리는 남의 집 사람이므로 별도의 보상은 없습니다. 변호사님 이게 정말 어머니가 쓰신 거 맞나요? 10년 동안 어머니 곁을 지켰던 내가 남의 집 사람이라니. 믿을 수 없었던 그 순간 한 통에 전화가 올렸습니다. 구독 버튼을 눌러 주세요. 금빛운과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사연 시작합니다. 새벽 3시 중한 자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시어머니의 마지막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시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었어요. 10년 동안 매일 잡아왔던 그 손이 이제 정말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거든요. 어머니 미경이에요. 들리세요? 박순자 어머니는 이른 여덟 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손을 가지고 계셨어요. 시집 와서 처음 만났을 때 그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하지만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10년 그 손은 이제 제 손길에만 반응할 뿐이었어요. 미경아 고마웠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어요.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더 고마웠어요. 10년 전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을 때 저는 마음도 되지 않은 나이였어요. 동네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준노와 결혼한지 이제 막 3년이 되어 가던 때였죠. 그때 큰 언니 선영이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 왔어요. 미경아,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어. 병원으로 빨리 와 봐. 저는 마트를 뛰쳐나가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중한 자실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뇌경색이 꽤 심한 상태라고 하셨어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반신마비가 올 수 있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죠. 그때 큰 언니가 저를 한쪽으로 불러서 말했어요. 미경아, 미안한데. 언니는 서울에서 사업하느라 자주 못 올 것 같아. 작은 언니도 부산에 있고. 네, 큰 언니. 그래서 말인데 네가 좀 돌봐 줄 수 있겠니? 물론 병원비랑 간병비는 우리가 다 될게.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가족이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몰랐어요. 그 잠깐이 10년이 될 줄은 처음에는 병원에서 감병을 했어요.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계셨으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기저기를 갈아들이고 몸을 씻겨 드리고 침대에서 욕창이 생기지 않게 자세를 바꿔 드리고 주노는 처음엔 이해해 준다고 했어요. 여보, 어머니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지. 나도 많이 도와줄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쳐갔어요. 저는 하루도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많았거든요. 어머니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병원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두 달쯤 지나서 어머니가 의식을 되찾으셨어요. 하지만 말씀을 제대로 못 하시고 오른쪽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셨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집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시는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병원에 계속 계시는 것보다는 가족의 사랑을 받으면서 치료하시는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래서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왔어요. 저희 집은 작아서 어머니를 모실 수 없었거든요. 어머니 덱으로 이사를 했죠. 처음에는 준노도 함께 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 간병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밤에도 두세 시간마다 깨서 자세를 바꿔 드려야 했고 기저기도 갈아야 했고 약도 시간에 맞춰 먹여 드려야 했거든요. 준노는 점점 지쳐갔어요. 여보, 이렇게 사는게 정상인가? 우리 생활은 어떻게 하고 조금만 참아줘. 어머니가 조금 더 나아지시면 하지만 어머니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셨거든요. 1년쯤 지났을 때 준노가 결국 따로 나가서 살겠다고 했어요. 미안해, 미경아. 내가 정말 못되게 굴려는게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어.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해? 요양원에 모시자 전문적인 케어를 받으실 수 있고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어머니를 남의 손에 맡길 수가 없었거든요. 안 돼. 내가 돌볼 수 있어. 주노는 결국 회사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어서 나갔어요. 주말에만 가끔 들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달에 한두 번 얼굴을 비추는게 전부였어요. 큰 언니와 작은 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걸음이 뜸해졌어요. 미경아 미안해. 사업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 때문에 자주 못 가겠어. 네가 잘 돌봐 줘. 그렇게 저 혼자 어머니를 돌보게 됐어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어요. 마트일도 그만둬야 했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포기해야 했어요. 가끔 동창에 연락이 와도 갈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어머니가 저를 필요로 한다는게 느껴졌거든요. 어머니는 말씀을 제대로 못 하셨지만 제가 뭔가 해 드릴 때마다 눈으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어요. 제가 미역국을 끓여 드리면 맛있다는 듯이 드셨고 제가 이야기를 해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주셨어요. 특히 어머니는 제 손을 참 좋아하셨어요. 제가 어머니 손을 잡고 있으면 편안해 하시는게 눈에 보였거든요. 어머니,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요. 창문 좀 열까요? 준우가 올 거라고 했는데 또 못 온대요. 회사이 바쁘다고. 어머니, 저녁엔 뭐 드실래요? 미역국 끓여 드릴까요? 어머니는 말씀은 못 하셨지만 제 목소리에 눈을 깜빡이며 반응해 주셨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어요. 가끔은 정말 힘들었어요. 어머니 상태가 안 좋아져서 응급실에 가야 할 때도 있었고 제가 감기에 걸려도 쉴 수가 없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가끔 제 이름을 부르실 때면 모든 피로가 사라졌어요. 미 경 아 힘겹게 제 이름을 부르시는 어머니를 보면 제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제가 끓여들인 미역국을 한 숟가락씩 드셨어요. 제가 맛있어요?라고 라고 물으면 희미하게 미소도 지어 주셨고요. 그런데 사흘 전부터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밥도 잘 못 드시고 계속 잠만 주무셨죠. 병원에서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요. 미경아, 정말 고마웠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끝나고 심장 박동 소리가 점점 느려졌어요. 저는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어요. 어머니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새벽 3시 15분. 박순자 어머니는 며느리인 제 손을 잡은 채 세상을 떠나셨어요. 10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 미소, 그리고 사랑 저는 알았어요. 제가 10년 동안 한 일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어머니도 분명 고마워하고 계셨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아직 몰랐어요.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이틀 후 장례식장은 조문객들로 분습니다. 저는 새벽부터 장례식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영정 사진을 고르고 근조화안을 정리하고 조문객들을 맞을 준비를 했죠. 눈이 퉁퉁 부어서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보내 드리고 싶었거든요. 미경아, 고생이 많다. 동네 아줌마들이 하나 둘 찾아와서 위로의 말을 건냈어요. 장옥분 아줌마는 제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정말 효부다. 효부야. 10년을 그렇게 모셨으니 어머니가 얼마나 고마워하셨겠어. 그러게 말이야.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어디 있어? 이미자 아줌마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저는 알았어요. 저말 뒤에 숨어 있는 다른 뜻을. 그래도 친딸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런 속마음들을. 오전 10시쯤 드디어 큰 언니 선영이와 작은 언니 은영이가 가족들과 함께 나타났어요. 선영 언니는 남편과 대학생 아들까지 은영 언니는 의사인 남편과 고등학생 딸을 데리고 왔죠. 모두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왔어요. 미경아 많이 힘들었지? 선영 언니가 제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어요. 괜찮아요, 큰 언니. 하지만 은영 언니의 첫마디는 달랐어요. 장례식장 비용이 얼마나 나왔어? 영수증 다 챙겨뒀지. 저는 잠깐 당황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돈 이야기부터 하다니. 아, 네. 챙겨뒀어요. 다행이네. 나중에 정산할 때 필요하니까. 은영 언니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선영 언니가 은영 언니를 한번 쳐다봤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요. 조문객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의 옛네들, 친척들,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의 지인들까지 모두들 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미경이가 정말 효부야. 10년을 혼자서 다 모셨다니. 그러게 말이야.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어디 있어? 하지만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 앞에서는 말이 달라졌어요. 선영아, 어머니 편안하게 보내 드려서 다행이다. 딸들이 있어서 든든하시겠어. 은영이도 고생 많았겠다. 그래도 현녀들이 있어서 어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이제 좀 마음 놓고 각자 일에 집중할 수 있겠네. 저는 뭔가 이상했어요. 10년 동안 어머니를 돌본 건 저인데 왜 모든 사람들이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에게만 인사를 하는 걸까요? 특히 어머니의 옛 친구분인 김할머니는 선영 언니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어요. 선영아, 어머니 일로 사업도 많이 신경 못 썼을 텐데 고생했어. 이제 좀 편해지겠구나. 저는 속으로 씁쓸했어요. 어머니 일로 사업에 신경 못 썼다고. 선영 언니는 한 달에 한 번 얼굴 비추는 것도 힘들어 했는데. 할머니, 사실 어머니는 제가 돌봤어요. 언니들은 일이 바빠서 제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김할머니는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 그래도 큰 결정들은 다 딸들이 했을 거 아니야. 며느리가 몸은 돌봐도 말이지. 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어요. 무슨 말을 해도 소용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점심 시간이 되자 친척들이 모여서 장례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큰고모, 작은 아버지, 사촌들까지 다들 한 마디씩 했죠. 장례는 전통대로 해야지. 딸들이 상주고. 맞아. 선영이와 은영이가 주상이니까 모든 절차를 주도해야 해. 저는 옆에서 듣고만 있었어요. 10년을 돌봤던 저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때 작은 아버지가 선영 언니에게 물었어요. 선영아, 어머니가 유원 같은 거 남겨 놓으신게 있니? 선영 언니는 잠깐 저를 쳐다봤어요. 글쎄요. 미경아 어머니가 뭔가 말씀하신게 있어?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특별한 말씀은 다만 가끔 재산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긴 했어요. 그럼 변호사 선생님께 연락해 봐야겠네. 은영 언니가 말했어요. 큰 고모가 끼어들었어요. 요즘은 다들 유원장을 써 놓는다던데 아무래도 딸들이 다 상속받는게 당연하지. 그럼요. 며느리는 남의 집 사람인데 사촌 어르신이 맞짱 가슴이 답답했어요. 이 사람들은 제가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오후가 되자 조문객들이 더 많이 찾아왔어요. 선형 언니의 사업 관계자들, 은영 언니 남편의 병원 동료들, 각종 지인들까지 모두들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에게 인사하고 명함을 주고 받았죠. 선영 사장님, 어머님 일로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족이 화목해서 어머님도 편안하게 가셨을 거예요. 저는 한쪽 구석에서 빈소를 지키고 있었어요. 가끔 어머니 영정 사진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죠. 어머니, 이게 맞나요? 제가 10년을 돌봤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때 은영 언니가 제 옆으로 와서 앉았어요. 미경아, 고생 많았어. 정말 감사해. 저는 마음이 좀 누그러졌어요. 은영 언니도 알아 주는구나 싶어서. 괜찮아요. 작은 언니.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은영 언니의 다음 말은 충격적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어머니 집에서 살 건 아니잖아. 네.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준노랑 같이 살아야지. 집도 정리해야 하고. 저는 할 말을 잃었어요. 10년을 살았던 집에서 나가라는 얘기인가요? 작은 언니 그게 물론 급하게 나가라는 건 아니야. 천천히 준비해서 우리도 이제 어머니 집 정리할게 많거든. 저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뭔가 불안한 예감이 들었거든요. 저녁 무렵 장례식장은 한산해졌어요. 대부분의 조문객들이 돌아가고 가족들만 남았죠. 선영 언니가 저에게 와서 말했어요. 미경아, 내일 변호사 선생님 만나기로 했어. 어머니 유원장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네, 큰 언니. 그런데 선영 언니가 잠깐 망설리더니 말했어요. 어머니가 평소에 재산에 대해서 뭔가 말씀하신게 있어?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다만 언니들이 잘되고 있다고 기뻐하시긴 했어요. 그렇구나. 선형 언니는 안 하는 것 같았어요. 그날 밤 저는 어머니 영정 앞에서 밤을 세웠어요. 마지막 밤이었거든요. 어머니, 내일이면 정말 마지막이에요. 무서워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내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장례 이틀째 아침 저는 습관적으로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어요. 10년 동안 매일 끓여들렸던 그 미역국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드실 뿐이 없다는게 실감났어요. 미경아, 일찍 일어났네. 선형 언니가 부엌크로 들어왔어요. 미역국 끓리고 있어요. 큰 언니도 드실래요? 아니야. 커피만 마실게. 선영 언니는 인스턴트 커피를 타면서 말했어요. 미경아, 어머니 일로 정말 고생 많았어. 언니가 못 나서 네가 혼자 다 감당하게 했네. 저는 선형 언니가 고마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괜찮아요, 큰 언니. 저도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도 네가 결혼 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선영 언니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건 제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는 걸까요? 가끔 생각했어요. 만약 준노와 함께 살았다면 지금쯤 아이들도 있고 평범한 부부로 살고 있을까? 선영 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미경아, 어머니가 평소에 재산 이야기 같은 거 하신 적 있어? 저는 잠깐 생각해 봤어요. 어머니가 가끔 이런 말씀하셨어요. 선영이와 은영이는 내 딸들이니까 잘 될 거다. 하지만 미경이는 진짜 효녀다라고요. 진짜 효녀. 네.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때 은영 언니가 부워크로 들어왔어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어머니 얘기요. 선영 언니가 대답했어요. 은영 언니는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말했어요. 미경이 냉장고 정리 좀 해야겠네.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많아. 네. 정리할게요. 그리고 미경이 솔직히 말해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 계속 여기서 살 생각이야? 저는 당황했어요. 어제 은영 언니가 슬쩍 언급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건가요? 작은 언니 그게 어머니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정리할 때가 됐지. 미경이도 48이고 준노랑 제대로 된 부부 생활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선영 언니가 끼어들었어요.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미경이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언제까지 미룰 거예요? 어머니 집도 정리해야 하고 우리도 각자 생활이 있잖아요. 저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어요. 은영 언니가 너무 성급하게 집 정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때 큰 고모가 들어오셨어요. 얘들아, 오늘 변호사 만나는 시간이 몇 시라고 했지? 오후 2시요. 선영 언니가 대답했어요. 그래, 유원장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요즘 다들 미리 써 놓던데. 큰고모가 저를 보며 말했어요. 미경아, 고생 많았어.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여기 있을 건 아니잖아. 저는 할 말을 잃었어요. 왜 모든 사람들이 저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걸까요? 미경이는 아직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은영 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큰 고모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안 되지. 어머니 안 계신 집에 며느리가 혼자 있으면 이상하잖아. 점심 시간이 되자 친척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어요. 모두들 변호사 사무실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러 온 거였죠. 작은 아버지가 말했어요. 선영아, 은영아, 어머니 재산 정리 잘해라. 뭔가 복잡한게 있으면 연락해. 내 작은 아버지. 선영 언니가 공손하게 대답했어요. 사촌 어르신이 저를 보며 말했어요. 미경이도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 10년 고생했으니까 이제 너의 생활을 해야지. 저는 웃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새로운 시작이라니 48배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오후 1시 변호사 사무실로 가기 전에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가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저는 멀리서 봤는데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미경아 같이 가자. 선영 언니가 저를 불렀어요. 차 안에서 은영 언니가 말했어요. 미경이 오늘 유원장 내용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 네.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가 며느리한테 뭔가 남겨 놓으셨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보통은 딸들한테 상속하는게 일반적이거든. 선영 언니가 은영 언니를 말리려 했어요. 은영아, 그럼 말하지 마. 왜요? 미경이도 현실을 알아야죠. 혹시 헛된 기대를 하고 있을까 봐서요. 저는 가슴이 답답했어요. 헛된 기대라니. 저는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작은 언니, 저는 별로 생각 안 하고 있어요. 그래, 그게 좋아. 어차피 며느리는 남이니까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야. 남이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어요. 10년을 함께 살았는데 정말 남이었을까요? 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어요. 은영 언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거든요. 어머니 정말 저를 남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였어요. 어머니의 진짜 마음을.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법무법인 한결. 어머니의 오랜 지인이신 이원철 변호사님이 근무하는 곳이었어요. 저와 선영 언니, 은영 언니 그리고 준호까지 오후 2시에 약속을 잡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어요. 사무실은 생각보다 크고 깔끔했죠. 변호사님은 60대 중반에 온화한 인상을 가진 분이었어요. 박순자 어머님 유족분들이시죠. 삼각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원철 변호사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자리를 권했어요. 변호사님, 저희 어머니가 유원장을 남겨 놓으셨다고 하던데요? 선영 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네, 맞습니다. 고인께서 1년 전에 작성하신 유원장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책상 설랍에서 봉인된 서리를 꺼내 왔어요. 공증까지 받은 정식 유원장이었죠. 그런데 혹시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어머니가 뭔가 특별한 말씀 같은 거 하셨나요? 이원철 변호사는 잠깐 저를 바라봤어요. 뭔가 복잡한 표정이었죠. 유원장을 먼저 읽어 드리겠습니다. 변호사가 봉인을 뜯고 유원장을 펼쳤어요. 저는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꼈어요. 유원자 박순자는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유원합니다. 변호사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어요. 첫째,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 두채와 경기도 소재 토지 5,000평은 장녀 박선영에게 상속합니다. 선형 언니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둘째, 서울초구 소재 아파트 한채와 예금 30억 원은 차녀 박은영에게 상속합니다. 은영 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요. 셋째, 나머지 예금 및 주식 등 금융자산 10억 원은 두 달이 반반씩 나누어 가집니다. 저는 점점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변호사가 잠깐 멈췄다가 계속 읽었어요. 넷째, 며느리 정미경 아들 준노에게는 상속할 재산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며느리는 남의 집 사람이므로 지금까지 감병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저는 귀를 의심했어요. 어머니가 정말 그런 말을 쓰셨다고. 다섯째, 며느리 정미경은 10년간 나를 돌봐 준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그것은 며느리로서 당연한 돌이었으므로 별도의 보상은 없습니다. 저의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옆에서 은영 언니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게 보였어요. 여섯째 며느리는 어머니 사망 후 한 달 내 집에서 나가야 하며 집은 두 딸이 적절히 처분하도록 합니다. 준우가 제 손을 꼭 잡았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어요. 일곱째이 유원장은 법적 효력을 가지며 어떠한 이의재기도 받지 않습니다. 이상입니다. 변호사가 유원장을 내려놓았어요. 사무실은 한동안 조용했어요. 미경아 준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충격이 너무 컸거든요. 10년 동안 어머니를 돌봤는데 결혼 생활도 포기하고 제 인생도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돌봤는데 결국 어머니 마음속에는 제가 그냥 남의 집 사람일 뿐이었던 거예요. 변호사님, 이게 정말 어머니가 쓰신 거 맞나요?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네, 고인께서 직접 작성하시고 공증까지 받으신 유원장입니다. 법적으로 문제 없습니다. 은영 언니가 입을 열었어요. 어머니 뜻이니까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지금까지 고마웠어. 저는 은영 언니의 말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알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길 기다렸던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미경아, 내가 열심히 벌어볼게. 걱정하지 마. 준노가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알았어요. 준노의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선영 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미경아, 너무 상심하지 마. 어머니도 네가 고생한 거 아시니까 아시면서 왜 이렇게 하셨을까요? 제가 물었어요. 그건 어머니 나름의 생각이 있으셨겠지? 변호사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어요. 상속 절차는 한 달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다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선영 언니가 대답했어요. 사무실을 나오는 길에 은영 언니가 저에게 말했어요. 미경이, 이제 정말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네. 어머니도 그걸 원하시는 것 같고 저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대답할 기력도 없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창밖을 바라봤어요. 평생 살아온 세상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어요. 어머니, 정말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나요? 10년 동안 매일 밤께서 어머니 돌본게 제 인생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한게 그게 그냥 며느리로서 당연한 일이었나요? 저는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참았어요.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집에 도착해서 선영 언니가 말했어요. 미경아 너무 상심하지 마. 언니가 있잖아. 큰 언니, 저 혼자 있고 싶어요. 저는 제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어요. 방 안에서 저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어요. 10년 동안 참았던 모든 서러움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어요. 내가 뭘 잘못했을까? 어머니를 너무 사랑했던게 잘못이었을까?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이제 시작이었어요. 한 달 안에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거든요. 48살 무입푼, 집도 없고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상태 저는 절망감에 빠졌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 몰랐어요. 이 모든게 어머니의 마지막 계획이었다는 것을. 별로사 사무실에서 돌아온지 사흘 후 저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습관적으로 어머니 방으로 향했다가 멈춰 서곤했어요. 이제 더 이상 돌볼 뿐도 없고 제가이 집에 있을 이유도 없다는게 점점 실감났거든요. 미경아 아침 먹어. 선영 언니가 부엌해서 불렀어요. 네 큰 언니. 식탁에는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 그리고 준노까지 앉아 있었어요. 마치 이미이 집의 주인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죠. 미경이 앉아 이야기할게 있어. 은영 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는 가슴이 철렁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싶어서. 뭔 이야기요? 작은 언니. 솔직히 말할게. 이제 우리도 어머니 집 정리를 시작해야겠어. 은영 언니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부동산 시장도 좋고 빨리 처분하는게 나을 것 같거든. 선영 언니가 은영 언니를 말리려 했지만 은영 언니는 계속했어요. 미경이도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때잖아. 48이면 늦었지만 그래도 아직 뭔가 할 수 있는 나이고 작은 언니 그런데 저는 어디로 준노에게 내가 보증금을 줬어. 그러니까 작은 투룸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야. 저는 어이가 없었어요. 10년을이 집에서 어머니를 돌봤는데 이제 와서 투룸으로 나가라고. 작은 언니,이 집은 제가 10년 동안 살았던 곳이에요. 어머니와 함께 그건 알아. 하지만 이제 어머니도 안 계시고 유원장대로 상속도 다 끝났잖아. 은영 언니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어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준노가 끼어들었어요. 누나들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미경이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언제까지 미룰 거야? 한 달, 두 달. 은영 언니가 팔장을 끼며 말했어요. 부동산 중개 업체에서는 빨리 내놓으라고 하는데 저는 깨달았어요. 은영 언니는 이미 모든 걸 계획해 놓고 있었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도 전부터 작은 언니 그럼 저한테 언제까지 나가라는 거예요? 어머니 유원장에 한 달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래도 며칠 더 주겠다는 거야. 한 달이요? 저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너무 짧다고 생각해. 그럼 한 달 반? 더는 안 돼. 선형 언니가 끼어들었어요. 미경아, 언니가 도와줄게. 보증금이랑 이사 비용. 고마워요, 큰 언니. 하지만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제가 10년 동안 여기서 뭘 했는지 알고 계시죠? 알아. 알고 있어. 그래서 언니가 미안하고 선영 언니가 말끝을 흐렸어요. 미안하면 끝인가요? 저는 10년 동안 모든 걸 포기하고 어머니를 돌봤는데 이제 와서 한 달 반 안에 나가라고요? 은영 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미경아, 그건 네가 선택한 일이야.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어. 뭐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미경이가 어머니 돌본 건 고마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이 집에 계속 살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 저는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10년 동안 한 일이 이렇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어요. 작은 언니, 저는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 미경이가 계속 여기 있으면 집을 어떻게 팔아? 부동산에서도 빈집이어야 매매가 쉽다고 하던데. 준노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누나들, 너무 급하게 하지 말자. 미경이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잖아. 미경아, 누나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우리도 이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해야 하고 그 순간 저는 모든 걸 이해했어요. 결국 준노도 언니들 편이었구나. 가족이라고 했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저를 버리는구나. 알겠어요. 제가 조용히 말했어요. 뭘? 한 달 반에 나갈게요. 은영 언니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어요. 그래, 그게 현명한 선택이야. 저는 식탁에서 일어나서 제 방으로 갔어요. 뒤에서 가족들이 뭔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어요. 방 안에서 저는 10년 동안 쌓인 물건들을 바라봤어요. 어머니 간병 용품들, 의료 기기들, 그리고 제옷가지들이 모든 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창밖을 바라보니 갑자기 세상이 너무 크고 차가워 보였어요. 48살에 무일푼으로 새로 시작한다는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실감났어요. 그때 은영 언니가 방문을 두드렸어요. 미경이 들어가도 돼? 네. 은영 언니가 들어와서 침대에 앉으며 말했어요. 미경이 화난 거 아니지? 아니에요. 우리도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머니 유원장대로 해야 하는 거고 저는 은영 언니를 바라봤어요. 작은 언니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뭐 정말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제가 남의 집 사람이라고 은영 언니가 잠깐 망설렸어요. 그건 유원장에 쓰여 있잖아. 아니에요. 작은 언니가 직접 들으셨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미경이 왜 그런 걸 대답해 주세요. 은영 언니가 한 숨을 쉬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어머니는 그런 말씀 안 하셨어. 오히려 오히려 뭐요? 오히려 네가 고맙다고 진짜 딸 같다고 그러셨어. 저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럼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셨는데 왜 유원장에는? 그럼 왜 유원장이 그렇게 나온 거예요? 은영 언니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건 우리도 모르겠어. 아마 어머니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겠지. 하지만 저는 이상했어요.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날 밤 저는 혼자 어머니 방에 앉아 있었어요. 아직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그 방에서 어머니 제가 정말 바보였나요? 텅빈 방에서 메아리만 돌아왔어요. 어머니 정말 저한테 할 말이 없으셨나요? 하지만 저는 몰랐어요. 진짜 답은 곧 찾아올 거라는 것을. 다음날 아침 저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집을 나섰어요. 10년 만에 다시 사회로 나가는 기분이었죠. 첫 번째로 간 곳은 예전에 일했던 동네 마트였어요. 매니저님은 저를 기억하고 계셨지만 표정이 곧 어두워졌어요. 미경 씨 10년이 너무 오래됐어요. 그 사이에 시스템도 많이 바뀌었고 요즘은 젊은 사람들 위주로 뽑거든요. 재교육 받으면 될까요? 그것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좀 많으시잖아요. 손님들도 젊은 직원을 선호하고 저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48배 다시 시작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거든요. 두 번째로 간 곳은 동네 식당이었어요. 홀빙 모집 공고가 붙어 있었거든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사장님이 물었어요. 48입니다. 아, 저희는 좀 더 젊고 활동적인 분을 원하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세 번째,네 번째. 갈 곳마다 같은 대답이었어요. 나이가 많다. 경력이 오래됐다.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 점심대가 되어서 지쳐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장옥본 아줌마가 지나가다가 저를 봤어요. 어머, 미경이 아니야. 여기서 뭐 해? 아, 안녕하세요. 일자리 알아보러 다니다가 잠깐 쉬고 있어요. 장옥분 아줌마가 제 옆에 앉으며 말했어요. 소문 들었어. 어머니 유원장에 너의 이름이 없다면서? 저는 괜히 창피했어요. 동네에 다 알려진 거네요. 참 안 됐다. 10년을 그렇게 모셨는데 장옥분 아줌마가 혀를 찾어요. 그래도 뭐 어쩌겠어? 어머니 뜻이니까. 그때 뒤에서 다른 아줌마가 다가와서 끼어들었어요. 어머, 미경이네. 요즘 어떻게 지내? 힘들지? 안녕하세요. 들었어. 들었어. 집에서 나간다면서? 참 세상 일이 그런 거야. 이미자 아줌마도 와서 합류했어요. 미경이 참 불쌍해. 10년을 그렇게 고생했는데 한 푼도 못 봤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혈육이 혈육이지. 며느리는 어쩔 수 없나 봐. 요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모시기 싫어한다던데 미경이는 정말 착했어. 착하긴 했지. 하지만 착한게 손해 보는 세상이잖아. 저는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사람들이 저를 불쌍하게 보고 있다는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제 어디서 살 거야? 장옥분 아줌마가 물었어요. 아직 알아보고 있어요. 48배 다시 시작하기 쉽지 않을 텐데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그러게 요즘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 구하기 힘든데 임미자 아줌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저러다가 결국 혼자 늙어 죽겠네. 딸이 효도한다고 해봤자 소용 없어. 결국 아들이 다르지. 저는 걸음을 빨리 했어요. 더 이상 듣기 싫었거든요. 오후가 되어서 몇 군데를 더 알아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어요. 나이 때문에 경력 단절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했어요. 마지막으로 간 곳은 요양원이었어요. 그래도 간병 경험이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간병 경험이 있으시다고요? 원장님이 관심을 보였어요. 네. 10년 동안 시어머니를 돌봤어요. 아, 그런데 자격증은 있으세요? 자격증이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이요? 요즘은 자격증 없으면 일할 수가 없어요. 자격증을 따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3개월 정도 교육받고 시험 봐야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완전히 지쳐 있었어요.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희망적인 답을들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거든요. 집에 와서 보니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가 거실에서 부동산 관련 서류들을 보고 있었어요. 미경이 왔네. 은영 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어떻던데? 쉽지 않네요. 그럴 줄 알았어. 요즘 세상이 어디 쉬운가? 은영 언니가 비웃등 말했어요. 선영 언니가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미경아, 너무 조급해 하지 마. 천천히 찾아봐. 큰 언니 그런데 혹시 한 달 반을? 안 돼. 은영 언니가 단칼에 거절했어요. 약속은 약속이야. 우리도 부동산 중개업체랑 약속했거든. 그때 준노가 들어왔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어? 미경이가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 하네. 은영 언니가 말했어요. 준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미경아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볼게. 뭔가 있을 거야. 하지만 저는 알았어요. 준노의 말이 그냥 위로일 뿐이라는 걸. 그날 저녁 저는 혼자 어머니 방에 앉아 있었어요. 어머니, 제가 정말 바보였나요? 10년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아무것도 남은게 없어요. 텅빈방에서 메아리만 돌아왔어요.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어요. 모르는 번호였죠. 여보세요. 미경씨죠. 이웃집 장옥분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미경 씨. 혹시 시간 되시면 잠깐 내려올 수 있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저는 궁금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미경 씨, 앉아요. 차 안 한잔해요. 장옥분 아줌마는 차를 내오며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미경 씨,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 우리 동네 김사장님 아시죠? 중국집 하시는 분. 네, 알아요. 거기서 설거지 도와줄 사람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시급은 좀 적지만 나이는 상관없다고. 저의 눈이 반짝였어요. 정말요? 내일 한번가 보세요. 제가 미리 이야기해 놓을게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저는 처음으로 희망을 느꼈어요. 비록 설거지 일이지만 그래도 시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거실을 지나가는데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의 대화가 들렸어요. 언니 부동산에서 빨리 비우라고 하던데요. 그러게. 미경이가 너무 질질 끌고 있어. 이럴 줄 알았어요. 처음부터 단호하게 했어야 했는데 저는 가슴이 아팠어요. 지금까지도 이런 소리를 듣다니 방으로 들어가서 거울을 봤어요. 48살에 지친 얼굴이 보였어요. 주름이 늘어 있고 머리카락도 성성해져 있었죠. 정말 이게 내 모습인가? 10년 전에는 그래도 젊고 예뻤는데 이제는 완전히 늙어 버린 것 같았어요. 저는 결심했어요. 더 이상 여기서 눈치 보며 살 수는 없다고. 내일 중국집에 가서 일자리를 구하고 빨리이 집을 나가자고.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 인생을 살아보자고. 하지만 저는 몰랐어요. 진짜 시련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다음날 아침 저는 동네 중국집 만리양으로 향했어요. 김사장님은 50대 후반에 푸근한 인상이었어요. 장 아줌마가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10년 감병하셨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힘드셨겠어요. 우리 중국집은 점심 저녁 시간대에 바쁘고 설거지랑 홀 정리일이에요. 시급은 8,000원인데 어떠세요? 좋습니다.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내일부터 점심 시간에 한번 나와 보세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저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비록 시급 8,000원이지만 그래도 일자리는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집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가 소파에 앉아서 진지하게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미경이 왔네. 은영 언니가 저를 보며 말했어요. 앉아. 무슨 일이에요? 선영 언니가 서류 몇 장을 내밀었어요. 이거 한번 봐. 저는 서류를 받아보니 부동산 매물 정보였어요. 전부 원룸이나 고시 같은 작은 방들이었죠. 이게 뭐예요? 미경이가 들어갈지 알아봤어. 선영 언니가 말했어요. 보증금 300에 월세 30만 원 정도면 괜찮은 원룸이 있더라고. 언니가 보증금은대 줄게. 그 대신 선영 언니가 말을 멈췄어요. 그 대신 뭐요? 은영 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번 주 안에 나가 주면 좋겠어. 부동산에서 매수자가 나타났거든. 이번 주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한 달 반이라고 했잖아요. 상황이 바뀌었어. 매수자가 빨리 계약하고 싶어 해서 우리도 서둘러야 해. 저는 어이가 없었어요. 며칠 전에 한 약속을 벌써 바꾸다니. 작은 언니 너무 급하지 않아요? 제가 짐도 정리해야 하고 짐이 모이 많다고. 은영 언니가 비웃듯 말했어요. 옷까지 몇 벌이면 끝이잖아. 저는 가슴이 아팠어요. 10년 동안 모은 추억들이 그냥 옷까지 몇 벌로 취급받다니. 미경아 미안해.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선영 언니가 말했어요. 그때 저는 문득 궁금해졌어요. 큰 언니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뭐 어머니가 정말 저에 대해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10년 동안 한 번도 선영 언니가 잠깐 머뭇거렸어요. 글쎄 어머니가 워낙 말씀이 없으셨잖아. 그래도 뭔가 있었을 텐데요. 어머니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미경아, 그런 거 생각해서 뭐 해? 이미 다 끝난 일인데. 은영 언니가 끼어들었어요. 미경이 과거에 매달리지 마. 이제 앞으로 살 생각을 해야지. 하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큰 언니 정말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선형 언니가 한 숨을 쉬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어머니가 가끔 너의 이야기를 하시긴 했어. 어떤 이야기요? 뭐 미경이가 고생한다고 고맙다고 저의 눈이 반짝였어요. 그럼 어머니가 저를 생각해 주셨다는 거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영 언니가 말을 흐렸어요. 그렇다고 해서 뭐요? 은영 언니가 냉정하게 말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유원장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현실은 현실이야. 저는 가슴이 무너졌어요. 어머니가 저를 생각해 주셨다는게 오히려 더 아팠어요. 그런데 왜 유원장에는 그렇게 차가운 말만 써 놓으셨을까? 어머니가 진짜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며느리는 남의 집 사람이라고 선영 언니가 당황했어요. 그건 유원장에 쓰여 있잖아. 아니에요. 큰 언니가 직접 들으셨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미경아, 왜 그런 걸 대답해 주세요? 선영 언니가 결국 고백했어요. 아니야. 어머니는 그런 말씀 안 하셨어. 오히려 오히려 뭐요? 오히려 네가 진짜 딸 같다고 고맙다고 그러셨어. 저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럼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셨는데 왜 유원장에는? 그럼 왜 유원장이 그렇게 나온 거예요?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어요. 미경아, 그건 우리도 모르겠어. 아마 어머니 나름의 이유가 있으셨겠지. 하지만 저는 이상했어요. 뭔가 숨기는게 있는 것 같았거든요. 큰 언니, 혹시 다른 유원장은 없어요? 다른 유원장? 무슨 소리야? 어머니가 두 개를 써 놓으셨을 수도 있잖아요. 은영 언니가 깜짝 놀라며 일어났어요.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있을 리 없어. 왜 그렇게 놀라세요? 놀란게 아니야.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저는 확신했어요. 뭔가 있구나. 분명히 뭔가 숨기고 있어. 그날 밤 저는 어머니의 서제를 조용히 뒤져봤어요. 혹시 다른 서류가 있을까 해서 설랍을 하나씩 열어보고 책장도 뒤져봤지만 특별한 건 없었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옛날 수첩을 발견했어요. 거기에는 어머니의 필적으로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어요. 미경이는 정말 내 딸 같다. 선영이와 은영이보다 더 날 생각해 준다. 고마운 아이다. 미경이 때문에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 같다. 진짜 효년은 미경이다. 저는 눈물이 났어요.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셨구나. 그럼 유원장은 대체 왜 그렇게 쓰신 걸까요? 갑자기 확신이 들었어요. 분명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어머니가 그런 분이 아니셨는데. 어머니, 정말 저한테 할 말이 없으셨나요? 분명히 뭔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몰랐어요. 진짜 답은 일주일 후에 찾아올 거라는 것을. 일주일이 지났어요. 저는 중국 집에서 일을 시작했고 작은 원룸도 계약을 마쳤어요. 선영 언니가 약속대로 보증금 300만 원을 대줬지만 그 돈을 받을 때 마음이 참 복잡했어요. 10년의 세월이 고작 300만 원으로 정리되는 것 같아서요. 새로운 원룸은 지하 반지하였어요. 습하고 좁았지만 그래도 제 공간이었죠. 어머니와 함께했던 모든 물건들을 정리해서 가져왔어요. 어머니의 수첩도 사진들도 그리고 추억들도 중국 집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설거지와 홀 정리 그리고 간단한 서빙까지 하루 다섯 시간씩 일해서 받는 돈은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였어요. 월세 30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제 힘으로 사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요.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는 제가 나간지 4흘 만에 집을 팔았어요.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며 좋아하더라고요.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정확히 일주일이 되던 날 저녁 저는 원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어요. 어머니, 제가 정말 잘못 살았나요? 그때 휴대폰이 울렸어요. 모르는 번호였죠. 여보세요. 미경 씨가요? 저는 이원철 변호사입니다. 어머니 담당 변호사님이었어요. 왜 갑자기 전화를 하실까? 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시간 되시면 제 사무실로 한번 와 주실 수 있을까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 지금요? 무슨 일인데요? 사실 어머님께서 특별한 지시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장례 일주일 후에 미경 씨에게만 따로 연락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걸 느꼈어요. 어머니가 저에게 특별한 지시를 어떤 짓이요? 전화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상했어요. 상속은 이미 끝난 것 아닌가?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밤 9시 변호사 사무실은 조용했어요. 이원철 변호사만 홀로 남아 있었죠. 미경 씨 앉으세요. 무슨 일이신지? 변호사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어요. 사실 어머님께서 남기신게 하나 더 있습니다. 네. 다른 유원장이요. 저는 심장이 멋는 줄 알았어요. 역시 제 집감이 맞았구나. 다른 유원장이라니요?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이원철 변호사가 책상 설랍 깊숙한 곳에서 봉인된 서류를 꺼냈어요. 어머님께서 두 개의 유원장을 작성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1년 전에, 두 번째는 6개월 전에요. 그럼 지난번에 본 거는 첫 번째 유원장입니다. 어머님께서 특별한 지시를 하셨어요. 장례가 끝나고 일주일 후에 두 번째 유원장을 미경 씨에게만 먼저 공개하라고 저는 어리둥절했어요. 왜 그런 지시를? 변호사가 한 숨을 쉬었어요. 어머님 말씀이 딸들과 사위가 며느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무슨 뜻인가요? 어머님께서는 미경 씨가 10년 동안 얼마나 희생하셨는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의 진심도 확인하고 싶어 하셨어요. 저는 깨달았어요. 어머니가 저를 시험한게 아니라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를 시험하신 거였구나. 그럼 진짜 유원장은 따로 있다는 말씀이세요?네 네, 맞습니다. 변호사가 두 번째 유원장을 펼쳤어요. 진짜 유원장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는 숨을 멈췄어요. 유원자 박순자는 온전한 정신으로 다음과 같이 진실된 유원을 남깁니다. 변호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어요. 첫째, 전 재산 130억 원 중 100억 원은 며느리 정미경에게 상속합니다. 저는 귀를 의심했어요. 100억 원을 둘째 서울 강남구 아파트 두 채와 서초구 아파트 한 채 경기도 토지는 모두 며느리 정미경에게 상속합니다. 셋째 장녀 박선영에게는 15억 원을 차녀 박은영에게는 15억 원을 상속하되이는 지금까지 사업 자금으로 지원한 돈을 고려한 적정 몫입니다. 저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이게 정말 진짜인가? 넷째, 나의 진심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변호사가 잠깐 멈췄다가 계속 읽었어요. 미경아, 10년 동안 어머니를 돌봐 줘서 고마웠다. 네가 포기한 것들이 얼마나 큰지 어머니는 다 알고 있었다. 결혼 생활도, 꿈도 모든 걸 포기하고 어머니만 돌봐 준 너에게이 모든 것도 부족하다. 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어요. 다섯째, 첫 번째 유원장은 내 마지막 시험이었다. 진정한 가족이 누구인지, 혈령과 정성 중이 더 소중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여섯째, 미경아, 네가 받을 대우가 어떨지 뻔히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네가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정말로 자유롭게 살아라. 변호사가 유원장을 내려놓았어요. 일곱째,이 유원장이 법적으로 유효한 최종 유원임을 명시합니다. 이상입니다. 저는 말문이 막혔어요. 어머니가 모든 걸 알고 계셨다니. 변호사님, 이게 정말 네, 완전히 합법적인 유원장입니다. 공증도 받았고요. 그럼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는이 사실을 모르겠네요. 네, 내일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저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기쁨과 슬픔, 안도감과 허탈함이 뒤섞였어요. 어머니는 정말 저를 사랑하고 계셨구나. 그리고 모든 걸 계획하고 계셨구나. 어머니, 저는 혼자 중얼거렸어요. 이제 알겠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제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어머니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는 걸. 변호사 사무실을 나오면서 저는 아직도 꿈인 것 같았어요. 100억 원이라니 평생 상상도 못 했던 돈이었거든요. 하지만 돈보다 더 큰 건 어머니의 사랑이었어요. 어머니가 저를 진짜 딸로 생각하고 계셨다는 것 그리고 제 희생을 모두 알고 계셨다는 것이요. 다음날 오전 이원철 변호사님이 선영 언니와 은영 언니에게 연락을 했어요. 급이 사무실로 와 달라고요. 저도 함께 가서 그 순간을 지켜봤어요. 어머니의 진짜 뜻을 전해 드리는 순간을요. 무슨 일로 갑자기 부르셨나요? 선형 언니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어요. 사실 어머님께서 유원장을 하나 더 남기셨습니다. 변호사가 차분히 말했어요. 뭐라고요? 은영 언니의 얼굴이 새아얗게 변했어요. 이원철 변호사가 진짜 유원장을 읽기 시작했어요. 전 재산 130억 원 중 100억 원은 며느리 정미경에게 말도 안 돼. 은영 언니가 벌떡 일어났어요. 서울 강남구 아파트 두 채와 서초구 아파트 한 채 경기도 토지는 모두 며느리 정미경에게 선형 언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변호사님 이게 무슨 장녀 박선영에게는 15억 원에 차녀 박은영에게는 15억 원에 이런게 어떻게 가능해요? 은영 언니가 소리쳤어요. 이건 사기야. 분명 조작된 거라고 변호사가 차분히 말했어요. 완전히 합법적인 유원장입니다. 이것이 최종 유원이고 첫 번째는 임시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어요. 어제 듣고도 꿈만 같았는데 큰 언니 제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닥쳐. 은영 언니가 화를 냈어요. 이건 사기야. 분명 네가 뭔가 했지.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조용히 말했어요. 거짓말. 이런 일이 저절로 일어날 리 없어. 변호사가 끼어들었어요. 부인,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절차는 합법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선형 언니가 고개를 떨궜어요. 어머니가 정말 언니 은영 언니가 선영 언니를 흔들었어요.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 해 봐. 하지만 선형 언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았거든요. 변호사가 계속해서 어머니의 메시지를 읽어 주었어요. 미경아, 네가 10년 동안 보여준 사랑이 진짜야. 혈연이 뭐가 중요하니? 정성이 진짜지. 어머니는 너를 지켜보면서 정말 고마웠어. 아픈 어머니를 돌보느라. 너의 인생을 포기한 것도 알고 있었고 선영이와 은영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머니가 정말 의지할 사람은 너였어. 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어머니의 진심이 이렇게 깊었다니 은영 언니가 저를 노려봤어요. 미경이 이런 결과를 원했던 거지? 아니에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럼이 돈 받지 마. 어머니 친딸들한테 돌려 줘. 변호사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이미 법적으로 확정된 사항입니다. 어머님의 최종 의사를 번복할 수는 없습니다. 선형 언니가 한 숨을 쉬며 말했어요. 미경아, 어머니가 정말 널 사랑하셨구나. 큰 언니 우리가 우리가 정말 못됐어. 어머니 마음도 모르고 너의 마음도 몰랐어. 은영 언니는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어요. 이건 말이 안 돼요. 15억씩이 뭐예요? 은영아, 그만해. 선영 언니가 동생을 말렸어요. 어머니 뜻이야. 그때 변호사가 한 가지 더 꺼내셨어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미경 씨를 위해 비디오 메시지도 남기셨습니다. 비디오 메시지요? 변호사가 노트북을 켜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어요. 병상에 누워 계시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씀하고 계셨어요. 미경아,이 영상을 보고 있다는 건 모든게 끝났다는 뜻이겠구나. 어머니의 목소리에 저는 다시 눈물이 났어요. 어머니가 왜 이런 복잡한 일을 했는지 궁금하지? 사실 어머니도 처음엔 그냥 너에게 다 물려 주려고 했었어. 하지만 네가 받을 대우가 뻔히 보였다. 10년을 희생한 너를 어떻게 대할지. 그래서 마지막 시험을 한 거야. 진짜 가족이 누구인지 혈령과 사랑 중 무엇이 진짜인지. 어머니가 화면에서 미소를 지었어요. 미경아, 너는 정말 어머니의 딸이다. 혈연으로 이어진게 아니라 사랑으로 이어진 딸. 네가 10년 동안 보여준 사랑이 진짜야. 그래서 어머니가 모든 걸 너에게 맡기는 거야. 이제 정말 자유롭게 살아라. 너의 꿈을 찾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어머니는 항상 너를 응원한다. 사랑한다 미경아. 영상이 끝났어요. 저는 한동안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의 사랑이 이렇게 크고 깊었다니. 선영 언니가 제 손을 잡았어요. 미경아, 정말 미안해. 우리가 너무 못됐어. 큰 언니, 어머니가 우리를 시험하신 거구나. 그리고 우리는 완전히 떨어졌어. 은영 언니도 결국 고개를 숙였어요. 미경이 미안해. 저는 두 언니를 보며 말했어요. 괜찮아요. 어머니가 원하신 건 우리가 서로 미워하는게 아니라 진짜 가족이 되는 거였을 거예요. 그날부터 모든게 바뀌었어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변화는 마음속에서 일어났어요. 저는 이제 알았어요. 어머니가 정말 저를 사랑하셨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여섯 개월 후 저는 서울 강남에 있는 새 사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희망 간병 센터라는 간판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죠. 어머니가 남겨 주신 유산으로 저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어요. 간병인들을 위한 교육 센터와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었죠. 10년간의 경험이 이제야 빛을 바라고 있었어요. 미경 원장님, 오늘 교육생 분들이 정말 열심히 들으셨어요. 직원 수정이가 말했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특히 이번에 새로 오신 김아줌마는 남편분 감병을 위해서 오신 건데 눈물까지 흘리시더라고요. 저는 마음이 뭉클했어요. 김준마의 마음을 저는 너무 잘 알거든요. 가족을 돌보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수정아, 김아줌 맞게 개별 상담도 한번 해 드려. 네, 알겠습니다. 그때 휴대폰이 올렸어요. 선형 언니였어요. 미경아, 시간 되니?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서 밥 먹지 않을래? 갑자기요. 어머니 여섯 개월 제사니까 함께 지내고 싶어서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워졌어요. 선형 언니와 은영 언니 모두 많이 변했거든요. 저녁에 선영 언니 집에 가니 은영 언니도 부산에서 올라와 있었어요. 예전처럼 차갑지 않은 따뜻한 미소로 저를 맞아 주었죠. 미경이 왔네. 어서 와. 작은 언니 안녕하세요. 간단한 제사상을 차리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어요.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말씀드렸어요. 어머니, 이제야 어머니 뜻을 이해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제사를 마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선영 언니가 말했어요. 미경아 간병 센터일이 어때? 뭐라 있어?네 네, 정말 좋아요.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어요. 그래,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실 거야. 선영 언니가 미소지였어요. 은영 언니도 끼어들었어요. 나도 가끔 시간 날 때 도우러 가면 안 될까? 의사니까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정말요? 그럼 정말 고마울 텐데요.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정말 가족이 된 것 같았어요. 준우도 많이 변했어요. 어머니의 유원을 알고 나서 자신이 얼마나 못된 남편이었는지 깨달았거든요. 미경아, 정말 미안해. 그동안 너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괜찮아요. 이제 다 지나간 일이에요. 아니야. 괜찮지 않아. 앞으로는 정말 좋은 남편이 될게. 실제로 준노는 주말마다 간병 센터에 와서 구준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부다운 모습으로 함께 일하고 있죠.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어머니가 살던 집 앞을 지나갔어요. 새 주인이 들어와서 살고 있었지만 여전히 제게는 특별한 곳이었죠. 어머니 정말 대단하셨어요. 이렇게까지 계획하고 계셨다니 그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미경아 이제 정말 너의 인생을 살아라. 어머니는 항상 너 편이야. 집에 와서 어머니 사진 앞에 앉았어요. 간병 센터 사무실에도 모시고 집에도 모셨거든요. 어머니, 오늘도 좋은 하루였어요. 교육받으러 온 분들이 정말 열심히 들으셨어요. 큰 언니와 작은 언니도 이제 정말 가족 같아요. 준우도 많이 변했고요.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대로 살고 있어요. 혈연이 아니어도 사랑으로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말이에요. 창 밖으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어요. 저는 알았어요. 이제 정말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가족과 화해하고 제 꿈을 찾은 진정한 새 출발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는 거예요. 10년간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그 모든 시간이 저를 더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줬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다음 주에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돼요. 가족 간병에 대한 강의를 하는 거예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일이죠. 어머니, 제가 받은 사랑을 이제 다른 분들에게도 나눠 드릴게요. 어머니가 원하시던 일이었죠. 어머니 사진이 따뜻하게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날 밤 저는 처음으로 마음 편히 잠들었어요. 10년 동안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꿈을 향해 걸어가는 새로운 미경이로서 말이에요. 진짜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저는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진짜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말이에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가족을 돌보신 분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도 미경 씨처럼 언젠가는 그 진심이 인정받는 날이 올 거예요. 사랑으로 쌓은 관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더 좋은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큰 힘이 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도 들려 주세요. 다음에도 더 감동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