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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아내의 충격적인 혼수연기 비법과 남편 시험 정리

원본 제목

재벌 아내가 혼수 상태인 척 남편을 시험했더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빛이야기

조회수 154.3K회 좋아요 3.5K개 게시일 2025년 05월 31일

설명

💛 따뜻하고 감동적인 금빛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저희 채널은 삶 속의 다양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감동, 반전, 그리고 잊지 못할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직접 겪은 특별한 경험, 잊을 수 없는 순간, 혹은 가슴 깊이 남은 누군가의 사연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희에게 들려주세요. 📌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 및 재구성 되었으며, 일부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각색 되었음을 안내 드립니다. ⚠️ 본 영상은 창작자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소중한 콘텐츠입니다. 무단 복사, 배포, 재편집 등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유튜브 저작권 신고 및 법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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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전 죽은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숨을 쉬면서도 눈을 감은 채 가까운 사람들의 본색을 지켜봤죠.

그리고 그들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제 눈은 다시 뜨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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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운과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사연 시작합니다.

그날 아침 숨 쉬는게 참 불편했어요.

가슴에 무언가 눌린 듯 답답했고 코엔 이상한 관이 꽂혀 있었죠.

의식이 또렷한데도 눈을 뜰 수 없다는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그땐 정말 처음 알았어요.

신박수 안정적입니다.

산소포와도 양호해요.

오늘도 상태 유지됐네요.

의료진이 제 주변을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었어요.

간다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만 귀로는 전부 들렸어요.

하나도 빠짐없시오.

저는 재벌 그룹 JH의 회장이자 대한민국에서 꽤나 이름값했던 사람입니다.

54년 인생 숨쉬듯 전투였고 자는 것보다 깨어 있는게 쉬웠던 사람이죠.

그런 제가 병상 위에 누워 혼수 상태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겁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요? 어느 날부터였어요? 남편 태수 씨의 눈빛이 이상해졌거든요.

결혼한지 8년 됐어요.

저보다 여섯 살 어리고 처음 만났을 땐 너무 순수한 사람이었죠.

그가 가진 건 많지 않았지만 저를 바라보는 눈은 맑았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었죠.

그런데 이상했어요.

최근엔 눈을 마주치면 시선이 미세하게 떨렸고 스킨십도 점점 기계적으로 변해 갔어요.

사람 감정은 그 어떤 재무보다 정직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어요.

죽은 척 한번 해보자.

진짜 병이 있었던 건 맞아요.

위암초기 진단.

근데 수술도 잘 끝났고 회복 속도도 빠른 편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퇴원을 하지 않았어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집중 치료 중이다.

수술 후 회복이 더딘 편이다.

경가를 지켜보며 병원에 머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병원엔 시나리오를 썼고 그걸 모두 협조해 준 건 제비서 강미현 씨와 올해 알던 주치의 신박사였어요.

그날부터 저는 관찰자가 됐어요.

눈을 감고 귀를 열고 제 남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기 시작했죠.

처음 며칠은 평온했어요.

아침마다 제 손을 잡고 진니야 일어나 줘라고 말하던 그 사람 손등에 입맞춤도 하고 눈물도 훔치고 솔직히 속이 조금 울컥하기도 했어요.

아 내가 오해한 건가? 그렇게 흔들리려던 찰라 병실 안으로 이상한 기척이 하나 들어왔어요.

그만 좀 오라고 했잖아.

여기 CCTV도 있고 간호사들도 있는데 왜 또 온 거야? 태수 씨 목소리였어요.

당황한 듯 다급하게 작아진 목소리.

아, 왜 나도 보고 싶단 말이야? 아직 안 죽었어? 진짜 뻔질나게 보러오는 척 하느라 시간도 없단 말이야.

낯선 여자 목소리.

근데 웃고 있었어요.

그 웃음.

너무 가볍고 너무 진심 같았어요.

그 순간 제 안에 있던 그 어떤 희망 같은 건 순식간에 깨져 버렸어요.

그래, 내가 이걸 보려고이 작전을 시작했지.

근데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네.

그날 이후 병실안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태수 씨는 점점 더 빈번하게 전화를 걸었고 가끔은 제가들을 수 있다는 걸 잊은 사람처럼 그 여자한텐 안 남긴다는 식의 말을 내뱉었죠.

사람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그 사람이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는 존재 앞에서 드러나는 법이에요.

그리고 지금 그가 그렇게 여기는 건 바로 의식 없는 저였던 거고요.

그날 밤병인 지연 씨가 다가와 제 귀가에 속삭였어요.

회장님, 오늘 것도 녹음됐어요.

이제 슬슬 시작하셔야죠.

그 순간 제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던 것 같아요.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제이 연극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테니까요.

그날 이후 병실은 이상할만큼 조용했어요.

태수 씨가 병문안을 왔다 가면 감병인 지연 씨가 기록하던 메모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강비서 미연 씨는 더 이상 웃지 않았죠.

사람들이 조용해질 때는 그 조용함이 거짓말을 품고 있을 때에요.

그날 오후엔 병실로 누군가 찾아왔어요.

강미현 비서님, 태수님께서 회장님, 유원장 관련해서 상담 요청하셨습니다.

병원 관계자도 아닌 중소로 변호사였죠.

그 사람이 남기고 간류 봉투 안에는 유원장 수정 요청서라는 단어가 아주 또렷하게 박혀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내용은 이랬어요.

환자가 장기 투병 중에 있으므로 기존 상속 지분을 재조정한다.

법률상 남편인 권태수에게 그룹 주식 전략을 이관한다.

기존 친족 및 재단에 대한 상속은 포기한다.

이건 그냥 바람 피운 정도가 아니었어요.

이건 명백한 계획된 약탈이었죠.

저는 태수 씨가 내 언녀와 주고받는 은밀한 대화를 매일 들으면서도 애써 침착해지려 했어요.

하지만이 문서를 보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죠.

이 사람 날 없애고 싶어 하는구나.

며칠 후 태수 씨는 병실에서 비서 미현 씨와 단둘이 있을 때 조심술에 말을 꺼냈어요.

미현 씨 혹시 회장님이 회복되더라도이 사회는 내가 맞는게 어떨까? 요즘 회장님도 피곤해 하시고 이제 내 역할이 좀 커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그 말 저는 들었어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는 또렷했으니까요.

미연 씨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사람 좋게 웃는 표정으로요.

하지만 그 손엔 서류 위에 작은 녹음기가 켜져 있었죠.

저녁이 되자 병실에 낯선 여자의 향기가 번졌어요.

화장품 냄새와 꽃 향기가 섞인 자극적인 향 그리고 익숙한 하이힐 소리.

자기야, 오늘은 내가 도시락 싸웠어.

감병인 아줌마 눈치 보이긴 한데 뭐 어때? 당신 부인이 눈도 못 뜨고 누워 있는데 뭐 그 여자의 목소리.

며칠 전 병실 문 앞에서 들었던 그 여자 소영이라는 이름까지 미연 씨가 추적해 놓은 상태였죠.

그녀는 제옆 침대에 앉아서 아주 대놓고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어요.

아이 병원은 공기도 왜 이렇게 무겁냐? 아 맞다.

이따 5시에 결혼식장 계약하러 가는 거 잊지 마.

이제 슬슬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그말 결혼 식장.

그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어요.

단순히 상속이 목적이 아니라 아예 제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란 뜻이었죠.

결혼 계약이라니이 사람은 지금 제가 정말로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이미 그렇게 될 시나리오를 짜놓았다는 걸지도 모르죠.

다음날 감병인 지연 씨가 조용히 속삭였어요.

회장님, 남편분께서 이혼 소송도 준비 중이래요.

의식 회복이 없다는 전제하에 유책 사위로 서류 올린대요.

이제 슬슬 날카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지연 씨 손엔 USB가 하나 들려 있었어요.

아내는 태수 씨가 비서에게 한 말 소형과 병실에서 나눈 대화 법무팀과 통화한 녹음까지 고스란이 담겨 있었죠.

이제 증거는 충분했어요.

하지만 저는 기다리기로 했어요.

딱 하나 그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척 그대로 누워 있었어요.

마치 진짜 죽어가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사람은 그틈 사이로 점점 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그가 몰랐던 건이 모든 병실 안의 대화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성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자기 아내 본인이었다는 사실은 아직 꿈에도 모르고 있었겠죠.

제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사이 제 이름으로 된 유사는 말 그대로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었어요.

JH 그룹집은 37% 개인 명의 부동산 자산 아홉권 재단 및 문화 사업 관련 현금예금 수십억 그리고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 넘길 수 없었던 상속권한 문서.

태수 씨는 그걸 노리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면서 형님 그 서류 좀 다시 정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 회장님 상태가 완전하게 확정된 건 아니라서 법무팀장 이과장이 그렇게 말하자 태수 씨는 슬쩍 눈을 흘겼어요.

이 과장 당신 지금 뭘 걱정하는 거야? 내가 내 안에 자산 정리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게 상속 구도상 회장님이 유원장을 직접 갱신하시지 않으면 그럼 만들어야지 유원장을.

회장님 지문도 찍혀 있는 거 갖고 있어.

의식 없을 때 미리 받아둔 거.

순간 병실옆 CCTV 사각지대 쪽에서 비서 미현 씨의 손이 잠깐 움직였어요.

작은 렌즈가 반짝하고 불을 켜며 그 대화를 녹화하기 시작했죠.

그날 밤 지연 씨는 저한테 USB 하나를 더 건냈어요.

이번엔 병원 외부 회의실 폴더.

거기엔 태수 씨와 소영 그리고 낯선 남자들이서 주고받은 대화가 고스란이 들어 있었어요.

자기야이 사회는 언제 정리되는 거야? 유원장 정리되면 끝나.

그날 안에 재단 자산 빼서네 명의로 옮기고 나머지는 내가이 사진 회의 열어서 인사권 행사하면 돼.

그럼 진짜 우리 둘이서이 회사를 갖는 거야?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여자 다신 깨어나지 못하게 할 거야.

그 말에 저는 처음으로 눈을 뜨고 싶어졌어요.

그 사람 눈을 마주보며 그 입으로 그런 말을 했던 당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어요.

더 들어야 했거든요.

그 사람 입에서 어떤 진심이 튀어나오는지 그 속이 얼마나 썩어 있었는지 확실히 알고 싶었어요.

며칠 후 그 사람은 제 병실 침대 옆에서 또다시 의외의 행동을 했어요.

이번엔 노트를 꺼냈어요.

그 안엔 그가 제 유원장이라며 쓴 것들이 적혀 있었죠.

본인은 본인의 의지로 남편 권태수에게 그룹 경영권 및 지분을 전량 상속하며이 결정을 본인 사후 누구도 번복할 수 없음을 명시한다.

그리고 맨날 제가 수술 직전 지문 찍었던 부분을 오려붙인 흔적이 있었어요.

그걸 증거합시고 갔다 쓸 생각이었던 거예요.

태수 씨는 그걸 미연 씨에게 내밀며 말했어요.

혹시 회장님이 끝내 돌아오지 못하시면 이거 언론 쪽에도 조금씩 흘려 주세요.

우리 회사 후계 문제로 잡음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게 회장님 뜻이 맞긴 하신가요? 우린 부부였어요.

그 사람은 나만 믿었어요.

그말 진짜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뒤 그 사람은 또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결혼식이었죠.

소형과 함께 웨딩샵에 들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예약된 호텔, 식장, 드레스샵, 심지어 사회자까지 잡혀 있었어요.

내가 죽는다는 전제, 그리고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는 남자.

참 대단했어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이 사람은 결국 내 인생 전체를 훔치려고 하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결심했어요.

이쯤이면 됐다.

내가 준비한 무대 이제 막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니까요.

그날 새벽 병실 안엔 아무도 없었어요.

안병인 지연 씨가 CCTV를 잠시 꺼두는 사이 미현 씨가 조용히 들어와 내 귀에 속삭였죠.

회장님, 시간입니다.

움직이시죠? 나는 천천히 눈을 떴어요.

몇 주만이었죠? 전신이 무겁고 살같은 차갑고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요.

하지만 내 의지는 더 단단했어요.

내 인생을 내 자리를 내 사람들을 되찾아야 했으니까요.

지연 씨가 나를 부축해 일으켰고 나는 그 작은 순간에 깨달았어요.

살아 있다는게 이렇게 분노로 벅창 감정일 수도 있구나 하고 비밀 회복실 병원 지하에 있는 VIP 전용 공간이었어요.

철저히 외부와 차단돼 있고 의료진도 극소수만 접근 가능한 공간.

그 안엔 모니터가 다섯대 있었고 각각 병실, CCTV, 복도, 주차장, 엘리베이터 그리고 회의실.

오늘부터는 여기서 관찰하시죠.

미연 씨가 건낸 태블릿 USB 안에 모든 녹음 파일이 정리되어 있었어요.

태수 씨가 한 말 소영이 내 침대 옆에서 했던 말.

그리고 내가 눈을 감은 채 들었던 모든 비수가 파일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죠.

파일명 그 여잔 깨어나지 않을 거야.

파일명 결혼식 날 맞춰 끝내자.

그 모든 말들이 이제 증거라는 이름이 되어 내 손에 들어왔어요.

회장님, 첫 번째 작업은 유원장 무효화입니다.

법무법인의 회장님 직접 서명한 공증본이 존재하니 위조 위원장은 법적 효력 없습니다.

문제는 태수 씨가 기자들에게 슬슬 흘리고 있다는 겁니다.

흘리게 두세요.

입에 담은 말은 언젠가 죄가 되니까요.

그리고 이사회 쪽 인물들도 조용히 태수 씨와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사망 처리될 경우를 대비해 그룹 경영권을 분할한다는 안건이 조율 중입니다.

그 회의 날짜 잡혔나요? 일주일 뒤입니다.

그전에 공개할 준비하셔야 합니다.

나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어요.

멀리선 누군가가 휠체어를 끌고 가고 있었죠.

햇빛이 그 등을 화나게 비추고 있었는데 그게 꼭 내 다음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았어요.

혼자 걷진 못하지만 누구보다 똑바로 설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어요.

며칠 뒤 미연 씨는 조용히 내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 왔어요.

결혼식장 예약 확정됐습니다.

호텔 그랜드 17층 루비올 태수 씨와 소영 씨 다음 주 토요일 오후 3시 이름은 위장돼 있지만 확인됐습니다.

결혼식 내가 살아 있는 상태로 내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고요? 그 순간이 싸움은 단순한 복수 이상이 되었어요.

이건 정이었어요.

그 사람이 감히 내 이름으로 유원장을 조작하고 내 자산을 훔치고 내가 살아 있는데도 내 삶을 묻으려 했다는 그 죄 세상에 보여 줘야 했죠.

그런 인간이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나는 손을 내밀어 미연 씨가 가져온 작은 녹음기를 직접 켰어요.

이제부터는 제 목소리로 남깁시다.

말보단 증거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어요.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숨도 쉬고 있고 심장도 뛰고 있고 기억도 선명하다.

내 인생을 훔치려는 자들아.

지금 내가 보고 있다.

결혼식장 이야기 확정됐다는 말을 듣고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웃는 거였어요.

어이가 없어서였을까요? 아니에요.

이제야 태수 씨의 모든 속셈이 완성됐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게 곧 내 작전이 완성됐다는 뜻이기도 했죠.

그날 나는 미연 씨와 함께 비밀리의 병원을 빠져나갔어요.

의료진 몇 명만 알고 있었고 병원장도 철저히 보안 유지에 협조했죠.

차량은 특수 제작된 뒷좌석 휠체어 전용 SUV 선글라스 모자 그리고 목까지 올라오는 보호 마스크까지 착용했죠.

나는 아직이 세상이 없는 사람이어야 했으니까요.

처음 도착한 곳은 JH 그룹 본사 42층 회의실.

바로 한 주 뒤 예정된 긴급 이사회가 열릴 장소였어요.

벽엔 그룹 창립일에 역대 회장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중 맨 마지막 사진 아래 빈 이름표가 달려 있었죠.

이름 안 붙이신 이유 혹시 아세요? 미연 씨가 물었을 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태수는 이걸 자기 걸로 만들고 싶었을 거야.

그 자리 자기 얼굴로 채우고 싶었겠지.

그리고 나는 그 벽을 바라보며 한참을서 있었어요.

그날만큼은 내 다리도 어깨도 그 어떤 지지대보다도 단단했거든요.

며칠 뒤 미연 씨는 병실에서 은밀하게 조작된 태블릿을 꺼냈어요.

그 안에는 서진 회장의 공식 입장문이 저장돼 있었어요.

영상은 병실에서 찍은 듯 보이지만 날짜와 시간은 조작되어 있었고 내 음성도 충분히 아프고 위태롭게 편집돼 있었죠.

나는 내 의지로 내 남편 권태수에게 JH 그룹의 경영을 위임하며 남은 시간은 조용히 정리하고 싶다.

이 영상은 태수 씨에게 보내기 위한 미끼였어요.

영상 하단엔 공식 유원장 수정 요청서도 첨부돼 있었고 그걸 본 태수 씨는 그날 바로 미연 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회장님이 정신 차리신 건가요? 왜? 왜 그걸 저한테 직접 안 말씀하시는지 그래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연기 참 잘하더라고요.

마치 죄책감에 눈물이 맺힌 사람처럼 그 영상은 단순한 작별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내가 직접 등장하기 전 그 사람의 경계를 무디게 만들기 위한 함정이었죠.

영상이 퍼질 나는 이미 회의장 입구에 도착해 있었어요.

모든 건 그 순간을 위해 설계된 시간차 공격이었어요.

하지만 그날 밤 그는 술의 취의 내연녀 소형에게 이런 말을 했죠.

이젠 끝났어.

그 여잔 다시 못 일어나.

경영권도 이름도 다 내 거야.

그 목소리, 그 확신, 그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이제 태수 씨 인생의 증거가 될 줄 그는 정말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무대에 막이 올랐어요.

JH 그룹 비상 이사회 임시 의장 권태수.

오늘이 자리는 우리 그룹을 위한 큰 전환점이 될 겁니다.

저는 고서진 회장의 뜻을 이어이 회사를 다음 단계로 이끌 자신이 있습니다.

마이크 앞에서 그가 한 말이었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렸어요.

회의실 끝쪽 스크린에 난닉은 영상 하나가 송출됐죠.

나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회의장 안에 모든 고개가 돌아갔고 태수 씨의 얼굴은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창백해졌어요.

영상은 계속됐어요.

이 영상이 나갈지음이면 저는 직접 제 이름으로 모든 증거를 제출했을 겁니다.

남편 권태수 씨는 제 허락 없이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했고 유원장을 위조했으며 내 언녀와 함께 재산을 편치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나는 휠체어를 탄 채 JH 그룹의 본사로비를 통과했어요.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고 수십개의 마이크가 네입 앞에 드림밀뤄졌어요.

회장님, 살아 계셨던 건가요? 남편분의 반응 알고 계셨나요? 이건 연극이었습니까? 나는 웃지 않았어요.

그저 한 마디만 조용히 뱉었죠.

이 이 모든 건 그들이 만든 무대였습니다.

저는 박수를 치러 온 거고요.

토요일 오후 2시 55분 서울 한복판의 특급 호텔 그랜드 17층 루비오 라픈 시끌시끌어요.

하객들 사이엔 셀럽도 있었고 언론 관계자들도 여기저기 서성이더군요.

공식적인 청첩장은 돌리지 않았지만 대기업 JH 그룹 관계자 프라이빗 웨딩이라는 소문만으로 결혼식장은 이미 뜨거운 취재 대상이 되어 있었어요.

그 주인공 당연히 내 남편이었죠.

그리고 신부는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내 손을 밀어내며 웃던 여자.

그 시간 나는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미연 씨와 함께 휠체어에 몸을 실었어요.

선글라스를 쓰고 단정한 정장을 입고 진주 귀걸리를 한 채 회장님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들어가셔도 괜찮아요.

이 자리는 내가 끝내야 할 곳이에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내 심장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뛰고 있었어요.

문이 딩소리와 함께 열렸고 나는 휠체어를 밀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결혼 식장은 이미 시작 직전이었어요.

드레스 입은 소염은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고 태수 씨는 턱시도를 입고 친한 하객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죠.

태수 씨, 오늘 진짜 멋지네요.

진짜 대단하십니다.

JH 그룹 회장이 되시고 결혼도 하고 영화 같은 인생 아닙니까? 그 사람은 웃었어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인생이 절정에 있다고 믿고 있었겠죠.

그때였어요.

식장 입구 쪽에서 기자 하나가 무전기를 들고 뛰어 들어왔죠.

왔습니다.

그분이 직접 오셨습니다.

그리고 조명이 살짝 깜빡이더니 식장 스크린에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어요.

화면 속 휠체어에 앉은 한 여자가 등장했어요.

숨이 조금 가쁘고 목소리는 낫지만 눈빛은 선명했죠.

권태수 씨, 그리고 소영 씨, 오늘 같은 날 제가 빠질 수 없겠죠?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누군가는 믿지 못한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봤어요.

그 순간 식장 문이 열렸고 나를 실은 휠체어가 조용히 천장을 향해 앞으로 이동했어요.

카메라 셔터 소리가 폭죽처럼 터졌고 사람들 사이가 갈라졌어요.

그리고 나는 태수 씨와 눈을 마주쳤어요.

그의 얼굴 처음엔 멍했고 곧 하얗게 질렸고 마지막엔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나는 마이크를 들었어요.

기다란 숨을 들으시고 침착하게 말했죠.

이 이 결혼식은 무효입니다.

저는 아직 살아 있고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제 남편은 여기서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소영은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놨어요.

이 모든 일에 가담한 사람들 다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보안 요원들이 어쩔 줄 몰라 했고 태수 씨는 마치 자기 인생이 화면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걸 바라보는 사람처럼서 있었어요.

결혼식은 그 자리에서 중단됐고 영상 자료와 음성 녹치는 바로 언론사에 전달됐어요.

인터뷰 요청이 폭주했고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재벌 아내 생존, 혼수 위장 진실, 결혼식장 복수국 같은 말들이 주를 이었죠.

하지만 나는 그 자리를 조용히 빠져나왔어요.

내가 원한 건 주목이 아니라 정이었으니까요.

그날 밤 호텔 스위트룸에선 경찰이 누군가를 연행하고 있었어요.

위조 사기, 유원장 조작, 명예 훼손, 강제상속 시도, 태수 씨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 어떤 사랑도 그 어떤 명분도 자기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던 거겠죠.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요.

바로 내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

그 사람은 무너졌고 이제 남은 건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뿐이었어요.

결혼식장에서의 그 충격 이후 권태수에 대한 수사는 빠르게 시작됐어요.

위조문서 작성, 재산 편치 공모, 유원장 조작, 명예 훼손 등 다섯 가지 혐의가 적용되었고 언론은 연일 재벌가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조명했죠.

법원은 일심에서 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고 상속권과 경영권은 모두 박탈됐어요.

세상은 그를 빠르게 잊었고 포털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지는 단 3일이면 충분했죠.

그렇게 그는 조용히 그리고 철저히 사라졌어요.

결혼식 이후 며칠 동안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요.

이제 더 이상 숨을 필요는 없었지만 내 마음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었거든요.

태수 씨는 경찰 조사 후 바로 구속됐어요.

언론 보도로는 위조문서 사용과 사기, 유원장 위조, 내연녀와의 재산 횡령 공무까지 다섯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은 내가 준 사랑이 아니라 내가 쥐고 있던 권력을 사랑했던 거였죠.

나는 그제야.

진짜로 그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며칠 후 비서 미연 씨가 병실로 들어왔어요.

손엔 작은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고 안에는 오래된 노트와 공증 서류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어요.

회장님, 이건 작년 이맘 때 회장님께서 남겨 달라고 하셨던 자료입니다.

혹시 기억하시겠어요? 내가 진짜 죽기 전에이 모든 걸 어떻게 정리하고 싶은지 적어 보겠다고 했던 나는 그 노트를 펼쳤어요.

내 손글씨가 가득한 그 노트엔 이렇게 적혀 있었죠.

나는 더는 회사와 권력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내 이름 하나로 살아가고 싶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걸지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에겐 남기고 갈게 있어야 하는데 나는 너무 오래 모든 걸 붙들고 살았던 거죠.

그날 밤 나는 병원 옥상에 올라갔어요.

휠체어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봤죠.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어요.

안엔 결혼반지 한쌍이 있었고 아주 오래 전 우리 둘이 처음 함께 찍었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웃고 있었더군요.

그 사람도 나도.

그땐 정말 사랑이라고 믿었으니까요.

며칠 후 법무팀이 내 뜻에 따라 모든 유산 정리를 마쳤어요.

JH 그룹의 운영은 재단 이사장에게 넘겨졌고 내가 가진 주식일부는 청년 창업 지원 기금과 의료복지 재단에 기부됐어요.

내 이름은 더 이상 회장 명단에 남아 있지 않아요.

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편했어요.

마지막으로 나는 짧은 영상 하나를 남겼어요.

카메라 앞에 앉아 긴 머리를 정갈하게 묶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죠.

내가 겪은이 모든 일은 누군가에겐 한편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에겐 살아 있는 날들 전체였습니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 믿어야만 했던 관계.

그 끝에서 제가 발견한 건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사라졌지만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후 나는 병원장과 조용히 작별 인사를 나눴어요.

회복은 이미 끝났고 이제 그 병실에 더 이상 숨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마지막 휠체어를 밀고 나올 때 복도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내 발자국 소리만 또렷하게 남았죠.

가끔은 젊은 커플이 손을 잡고 웃는 걸 보면 마음이 살짝 저리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어요.

그리고이 이야기를 지금 여러분께 들려 주고 있어요.

왜냐면 아직도 누군가는 눈을 감고도 모든 걸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해안가 작은 마을에 내려온지 한 달쯤 됐을 무려 나는 하루에 두 번씩 산책을 했어요.

아침엔 해가 뜰 때 저녁엔 해가지무렵려.

그 조용한 풍경 속에서 나는 매일같이 내가 누군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죠.

나는 회장이었고 누군가의 아내였고 수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했던 존재였지만 지금은 그냥 한 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어요.

회장님.

아, 아니 죄송합니다.

서진 씨.

식료품 가게 주인이 또 실수했어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괜찮아요.

아직은 좀 익숙하지 않으신 거죠.

그게 뉴스에서 너무 많이 봐서 하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돌았어요.

내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남편의 재산 사기와 이중 생활을 밝혀냈다는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있었고 인터뷰 요청은 아직도 들어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모두 거절했어요.

그건 더 이상 내 인생이 아니었거든요.

나는 이제 조용히 숨쉬며 살고 싶었어요.

가끔은 그 사람 생각이 나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그가 건냈던 첫 웃음,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날의 따뜻함, 그리고 그가 날 떠나기로 결정했던 날의 차가운 눈빛.

모든 기억이 불쑥불쑥 떠오르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움은 그다지 크지 않아요.

그 대신 조금의 슬픔.

그리고 아주 깊은 후회가 남았어요.

왜 그때 나는 내 감정보다 그 사람의 말만 믿었을까? 왜 그때 내 마음에 생긴 균열을 그냥 넘겨 버렸을까? 그러면서도 나는 그 경험이 나를 바꿨다는 걸 알아요.

나는 더 단단해졌고 내가 나를 믿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누군가의 그림자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지금 내 이름 하나로 살아가고 있어요.

어느 날 마을 아이 하나가 다가와 저에게 물었어요.

할머니 진짜로 죽은 척하고 있었어요? 진짜 무서웠겠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죠.

응.

무섭긴 했지.

근데 가끔은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도 있단다.

아이 눈이 동그해졌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어요.

이젠 더 이상 누구도 속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요.

나는 가끔 편지를 써요.

받을 사람은 없지만 그날 그날 느낀 감정과 생각을 써서 책상 서랍에 고의 넣어 두죠.

어쩌면 언젠가 누군가가 그걸 읽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나는 산책길에 나섰어요.

바닷바람이 살짝 차가웠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어요.

조금 느리지만 내 두 다리로 걷는이 길이 지금은 세상 어떤 길보다 소중했으니까요.

사랑은 사라졌어요.

그 사람도 그 시간도 그 마음도.

하지만 나는 그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서 조용히 나 자신으로 남았어요.

봄이 오기 시작하던 3월 어느 날 나는 마을 도서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햇빛은 따뜻했고 바람은 아직 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책을 넘기다 말고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봤죠.

이제는 습관이 된 그 행동,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실감하는 순간이었거든요.

그날 오후 마을 신문 한 구석에 작은 기사가 실렸어요.

전 JH 그룹 회장 서진 조용히 마을 청소년 도서관 설립 후원 이름은 남기지 않아 아무도 내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눈치 챈 것 같았어요.

그 여자가 그 서진이란 걸.

하지만 아무도 다그치거나 파고들지 않았고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서진 씨, 이번에 기증해 주신 책들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들 정말 좋아해요.

마을 도서관 사서가 웃으며 인사할 때 나는 잠시 멈칫했어요.

그 단어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이렇게 가볍고 따뜻하게 들린 적이 언제였을까요? 그전엔 늘 보도 자료 속 문장이었고 공식 발표 속 구절이었죠.

이제는 정말 사람대 사람으로 들렸어요.

진심으로 가슴 한쪽을 톡하고 건드리는 말로 그날 밤 하늘의 별이 가득했어요.

나는 조용히 마당에 나가 의자에 앉았고 무릎 위에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올려뒀어요.

나와 그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

결혼 전 처음으로 함께 여행 갔을 때 찍은 흑백 사진이었죠.

사진 속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어요.

그땐 그랬거든요.

진심이었고 순수했고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그 사람은 사라졌고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시간도 사라졌어요.

대신 그 자리를 내가 채우고 있어요.

마침내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회장도 아닌 채로 그냥 서진으로 살아가는 내가 남아 있었어요.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허전했지만 그래도이 삶이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건 분명했어요.

며칠 뒤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서진 씨 혹시 아이들한테 이야기 좀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삶에 대해 선택에 대해요.

그냥 들려 주는 정도면 돼요.

나는 잠시 고민했어요.

내 이야기를 또 꺼내야 할까?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제는 내가 겪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길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다음날 도서관 작은 강의실 아이들 몇 명이 앉아 있는 앞에서 나는 천천히 말을 꺼냈어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서진이에요.

오늘은 제가 살면서 배운 것 하나만 말해 줄게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진짜 누구인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이 올 땐 도망치지 말고 그냥 한 걸음 나아가세요.

도서관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마친 뒤날 밤 나는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어요.

침대에 누워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죠.

나는 지금 누구일까? 회장도 아내도 피해자도 아닌 그 어떤 역할도 붙지 않은 채에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질문이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았어요.

이젠 알았거든요.

나는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한 존재라는 거요.

이듬의 봄.

나는 마을 청소년 센터에서 정식 강의를 맡았어요.

주제는 삶의 선택과 회복.

내가 했던 거짓말, 그 거짓말로 본 진실, 사람에 대한 기대, 그 기대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처음엔 아이들도 어리둥절해 했지만 몇 주까지 나자 하나둘씩 질문을 던졌고 나도 그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서진 선생님, 사람은 어떻게 누군가를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요? 한 아이가 물었어요.

나는 잠시 웃으며 대답했죠.

완전히 잊을 순 없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 없이도 웃을 수 있게 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동안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나 자신을 자꾸 깎아내렸어요.

사랑은 받아야 하고 버티면 지켜질 거라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알아요.

사랑은 주는 것도 아니고 받는 것도 아니에요.

그건 함께하는 거였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주는 일.

태수 씨는 그걸 하지 못했고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죠.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그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서랍 속에 넣어뒀던 결혼 반지 한 쌍을 꺼냈어요.

그 반지를 들고 나는 바닷가로 갔죠.

바람이 거색게 불고 있었고 모래가 발끝을 간지렸어요.

나는 조용히 반지 하나를 바다 쪽으로 던졌어요.

휙 작은 곡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 바닷물에 잠겼어요.

그리고 남은 하나는 내 손 안에 가만히 쥐었죠.

그 반지는 내가 내 자신을 위해 남긴 거예요.

나는 이제 누군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나 서진 나는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서 자유를 얻었고 배신이 남긴 상처 위에 새로운 삶을 쌓았어요.

그 사람이 남긴 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 사람을 통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이야기를 마친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나로 남아 있어요.

초여름 바람이 조금씩 따뜻해질 무려 나는 작은 우편물을 하나 받았어요.

평소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도착한 갈색 봉투 발신이는 권태수 서울구치소였어요.

한참을 손에 쥐고 망설렸죠.

열어야 할까? 읽는게 맞을까? 혹시 또 무너질까 봐 한동안 책상 위에 그냥 올려두기만 했어요.

며칠이 지나고 조용한 밤 나는 그 봉투를 열었어요.

딱 한 장짜리 편지였어요.

흐트러진 손글씨, 삐뚤한 문장들, 그리고 그 사람 특유에 돌려 말하지 못하는 습관이 묻어 있었어요.

서진아, 참 오래도 기다렸겠다.

결국 너한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가 없네.

내 욕심, 내 어리석음, 내 죄.

그게 너한테 얼마나 깊은 상처였는지 이제야 알겠더라.

다 망치고 나서야 말이야.

하지만 한 가지는 믿어줬으면 좋겠어.

처음 널 사랑했던 건 진심이었다는 거.

나는 그 한 줄에서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어요.

처음엔 분노가 밀려왔어요.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의미냐고.

모든 걸 다 잃고 모든 걸 끝낸 다음에야 그 말 한마디 남기면 다 되는 거냐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말 때문도 아니고 그 한 문장으로 과거가 되돌아오지도 않지만 그 사람은 이제 그 말 한마디밖에 할 수 없는 자리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나는 그 편지를 다시 접어 책상 서랍 깊숙이 넣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구치소로부터 한 통의 접견 요청이 도착했죠.

권태수 본인 적견 희망.

직계 가족 외에는 천청.

내용은 미공개.

긴급성 없음.

나는 그 문서를 한참 동안 바라봤어요.

마음속에서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고 그틈으로 혼란과 망설림이 밀려들었죠.

하지만 나는 접견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더는 말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그 사람을 기억할 마지막 장면을 그날 결혼식장에 멈춰 두기로 했거든요.

며칠 후 나는 작은 바닷가 벤치에 앉아 노트를 꺼냈어요.

하얀 페이지에 조용히 이렇게 적었죠.

나는 아직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면 오늘도 괜찮다.

그날 이후로 그 편지는 다시 꺼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을 용서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용서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냥 서로가 살아온 시간만큼 남은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게 인생이겠죠.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어요.

바다엔 안개가 자혹했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바람에 흔들고 있었죠.

그런 평범한 날이 가장 큰 결심을 하게 만들어요.

나는 조용히 옷장을 열고 서울에 갈 준비를 했어요.

그날은 재단의 초청 강연이 있는 날이었거든요.

재단은 내가 이름을 내걸지 않은 채립했던 곳,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청년 창업가와 생활 취약계층 지원을 돕는 단체로 자랐죠.

서진 이사님, 오늘은 꼭 좀 와 주시면 좋겠어요.

수혜자 중 몇 분이 직접 고맙다는 인사도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몇 번이고 고사했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내가 남긴 일의 마지막 조각을 마주해 보고 싶었어요.

서울엔 기차를 타고 창밖을 바라봤어요.

수많은 풍경이 지나가고 그 풍경 속에 예전에 내가 겹쳐 보였어요.

마등바등 살던 그 시간 숨쉴틈 없이 누군가를 믿고 또 믿음을 놓치고 다시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쳤던 날들.

그 모든게 지금의이 조용한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재단 로비는 따뜻했어요.

사람들의 얼굴엔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고 누군가는 내게 다가와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어요.

이사님, 이건 제 첫 월급으로 준비한 겁니다.

장학금 아니었으면 저 지금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그 말에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했어요.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이토록 따뜻한 일이었구나.

그간 내가 받은 말들 중 가장 단순하고도 뭉클한 고백이었어요.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기자 한 명이 다가왔어요.

혹시 잠깐 괜찮으실까요? 단 한 줄만 여쭤보고 싶어서요.

이제 모든 걸 겪고 나신 지금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건 뭔가요? 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어요.

플래시도 카메라도 없었지만 그 말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았거든요.

잠시 고민하다 조용히 대답했어요.

혼자 걷는 걸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

기자는 살짝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어요.

그 안에서 내 표정은 참 오랜만에 편안했어요.

그날 저녁 서울역 플랫폼엔 해가지고 있었어요.

나는 조용히 기차에 올랐다 창가 자리에 앉았고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이제는 나도 괜찮아.

그건 누가 들어 주길 바라는 말이 아니었어요.

그냥 나 자신에게 해 주는 말이었죠.

그날은 참 평화로운 날이었어요.

아침엔 도서관 강의가 있었고 점심엔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들과 된장찌개를 끓였죠.

오후엔 작은 화단에서 라벤더를 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평온한 하루에 한 통에 우편물이 도착했어요.

흰봉투 고급스러운 마감 왼쪽 상단엔 대한민국 국회 문화복지 위원회라는 문구 나는 고개를 갸옷했어요.

국회 문화복지 봉투를 조심스에 열자 안내는 한 장짜리 편지와 인쇄된 행사 초청장이 들어 있었죠.

전 JH 그룹 회장이자 사회복지 발전의 기여한 서진님께 본위원회는 귀아의 진심어린 기부와 조용한 실천에 감사를 표하며 시민 공로상 수요와 함께 특별 자담의 연사로 모시고자 합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조용히 쿵하고 울렸어요.

나는 단지 조용히 잊치고 싶었고 조용히 기억되고 싶었을 뿐인데 세상은 내가 꺼낸 조용한 이야기를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불러내려 하고 있었어요.

며칠 동안 고민했어요.

행사는 2주 뒤였고 전국 방송 중계까지 포함된다고 했어요.

게다가 좌담회에는 사회적 기업 대표, 청년 창업가, 그리고 한 명의 심리학자까지 함께한다고 적혀 있었죠.

미연 씨에게 전화의 조언을 구했어요.

나이 자리에 나가야 할까?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어요.

회장님, 이제는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겐 누군가의 길이 될 수도 있어요.

나는 며칠 뒤 수락 전화를 했어요.

단 한 가지 조건을 걸고요.

제 이름은 단순히 서진 한 사람으로 남겨 주세요.

이전 직함이나 경력은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

상대는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듯 말했어요.

그 마음 존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행사당에 나는 소박한 정장을 입고 천천히 무대에 올랐어요.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어요.

조명도 카메라도 더는 나를 흔들지 않았어요.

사회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어요.

선생님, 끝으로 청년들에게 한 마디만 해 주신다면요? 나는 마이크를 들고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어요.

다시 시작하는 건 언제나 두렵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끝났다고 스스로 결정해 버리는 일이에요.

끝났다고 말하지 마세요.

아직 당신 이야기는 진행 중이니까요.

그 말이 끝나자 강당 안엔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따뜻한 박수가 번졌어요.

나는 그 순간 아주 조용히 내 안에서 뭔가가 한 번 더 정리되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날 밤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

수학이 넘어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어요.

서진 씨 방송에서 봤어요.

정말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셨더군요.

오래 전 내가 회사를 그만두며 인연을 끊었던 후배였어요.

진심인지 비즈니스인지 분간 안 가는 위로 끝엔 조심스러운 제안이 따라붙었죠.

혹시 당신 이야기로 책을 한 권 내보는 건 어때요? 나는 잠시 웃었어요.

그건 이제 내가 다시 붙잡고 싶은 삶이 아니었거든요.

전화를 끊고 나서 오래도록 바닷가를 걸었어요.

내 이야기를 다시 세상 앞에 꺼내야 할까? 아니면 이제는 조용히 나로만 살아도 되는 걸까? 그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리는 기분이었어요.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나는 기차 안에서 유난히 오래 창밖을 바라봤어요.

논밭이 스쳐 지나가고 작은 정류장이 하나둘 지나가고 한참 뒤엔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풍경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왜 그렇게까지 살아남으려고 했을까? 왜 혼수 상태인 척까지 하면서 그 사람의 진심을 확인하려 했고 왜 그 모든 걸 감당하면서도 끝까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걸까?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릴적 나를 떠올리게 됐어요.

나는 원래 아주 조용한 아이였어요.

남들보다 튀지도 않았고 늘줄서 있는 아이들 틈에서 앞으로 나서기보다 뒤로 빠지길 좋아했죠.

하지만 내 아내는 누구보다 강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노력했는지도 몰라요.

공부도 일도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던 것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노력이 나가 되어 버렸어요.

사람들 앞에서 강해 보여야 했고 넘어지지 않아야 했고 아파도 울지 않아야 했어요.

왜냐면 한번 무너지면 내가 진짜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병원 침대에 누워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깨달았어요.

나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남이 날 알아보기 바라서가 아니라 나만큼은 날 외면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그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줘도 내가 나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것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게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지금에서야 알겠어요.

그 말 하나.

나는 아직 괜찮아.

나는 아직 여기 있어.

나는 아직 나야.

그 말들 덕분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고 버려지지 않았고 끝내 살아남았어요.

며칠 뒤 도서관 강의가 끝난 오후 한 아이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어요.

선생님, 어른이 되면 다들 그렇게 강해져요? 나는 그 아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어요.

아니야.

강해지는게 아니고 그냥 아프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거야.

아이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다가 곧 웃음으로 바뀌었어요.

저도 그렇게 살아볼게요.

계속 살아볼게요.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스스로를 칭찬했어요.

그 어떤 대기업 회장일 때보다, 어떤 무대에 섰을 때보다 더 자랑스러웠어요.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솔직했기 때문에 그날 아침은 유난히 바람이 거했어요.

커튼이 크게 흔들리고 창틀 바람소리가 길게 스며들었죠.

마을 어기로 나가는 길 나는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우산 대신 모자를 눌렀었어요.

길가에 핀 들꽃들이 바람에 휘청거렸지만 끝끝내 뿌리째 뽑히진 않더군요.

그걸 보며 나는 생각했어요.

사람도 저런 존재일지 몰라.

휘청거릴 지언적 뿌리는 그 자리에 있는 오후엔 도서관이 쉬는 날이라.

나는 아무 약속 없이 하루를 보내기로 했어요.

작은 차집에 들러 라벤더 차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한 권을 펼쳤죠.

책 제목은 바람이 불 때 나를 지키는 법.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내 안에서 무언가 잔잔히 흐르기 시작했어요.

그건 아마 이제는 더 이상 불안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여유로워서 읽는 책을 고르게 됐다는 내 안에 변화 때문이었겠죠.

책을 읽다 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가진 회복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게 아니야.

그저 내가 나를 안아 줄 수 있게 된 거지.

이전엔 늘 누군가가 날 알아봐 주기를, 날 안아 주기를 바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속삭일 수 있게 됐어요.

오늘도 잘 버텼어.

이제는 괜찮아.

너 참 대단하다.

차집을 나서는 길.

나는 가게 주인이 걸어둔 메모 하나를 봤어요.

바람 부는 날에도 당신은 그대로입니다.

참 별거 아닌 말인데 그 한 줄이 하루를 다 덮어 주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미소 지으며 가게 문을 닫고 나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닷가에 잠깐 들렀어요.

해안 벤치에 앉아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회장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아내라는 역할도 벗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지금나 이제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 같지만 그 뿌리는 전보다 훨씬 깊고 단단해져 있었어요.

그날 저녁 노트에 이런 문장을 적었어요.

나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살아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이름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였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유난히 고요했어요.

창 밖엔 바람 소리도 없고 새소리도 조용했죠.

나는 그 조용함이 참 좋았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살.

그게 얼마나 단단한 평화인지.

이제 알겠더라고요.

나는 여전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해안기를 걷고 도서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식료품 가게에서 파 두 단을 사오고 저녁이면 작은 마당에 물을 주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이런 하루가 반복된다는게 예전엔 지루하다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 지루함마저도 고마워요.

왜냐면 내 삶에 더 이상 폭풍이 필요 없다는 걸 나는 이제 안거든요.

어떤 날은 라디오에서 예전 그 사람과 함께 듣던 음악이 나와요.

그럴 때면 잠깐 멍해지긴 해요.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 음악이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건 단지 내가 지나온 시간의 한 조각일 뿐이고 그 기억 속에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여렵고 지금보다 조금 더 기대에 목말랐던 사람이라는 것뿐이죠.

저녁이 되면 가끔은 별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아요.

그저 고개만 들고 그 고유한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죠.

이젠 더 이상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해명할 필요도 없고 그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한 말이 되어 주는 삶이에요.

가끔 도서관 아이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묻곤해요.

선생님, 이제 진짜 행복하세요? 나는 대답 대신 아이 얼굴을 한참 바라봐요.

그러곤 그냥 웃어 줘요.

진짜 행복이란게 말로 설명되는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거든요.

어느 날 나는 바닷가에 앉아 이렇게 적었어요.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도 나를 다시 일으킨 사람도 결국은 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 모든 이야기를 내 마음속에 조용히 묻으며이 한 줄을 노트맨 끝에 적었어요.

이제야 나로 살아가는게 조금 익숙해졌다.

지금이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어.

참 고마워요.

긴 이야기를 함께 들어 주신 여러분께 제가 마지막으로 드릴 말은 아주 단순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스스로를 위해 조용히 멈춰서세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평화 속에서 당신이 누구였는지 조용히 기억해 보세요.

구독 버튼과 댓글로 여러분의 감동을 나눠 주세요.

영상 정리

영상 정리

1. 그날부터 죽은 척하며 관찰자로 살기로 했어요.

2. 숨쉬면서도 눈 감고 주변 사람들을 지켜봤어요.

3. 그들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4. 저는 재벌 그룹 JH의 회장이고 54년 인생이 전투였어요.

5. 병상에 누워 혼수 상태인 척했어요.

6. 이유는 남편 태수 씨의 이상한 행동 때문이었어요.

7. 결혼 8년, 처음엔 순수했지만 최근엔 달라졌어요.

8. 남편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알게 됐어요.

9. 죽은 척하며 남편의 비밀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10. 병실 안에서 태수 씨와 여자 소영의 대화를 들었어요.

11. 태수 씨는 유원장 재산을 노리고 있었어요.

12. 결혼식과 재산 상속 계획이 드러났어요.

13. 태수 씨는 저를 없애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14. 병실에서 이혼 소송과 경영권 장악도 계획했어요.

15. 태수 씨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저를 속였어요.

16. 저는 모든 증거를 모아 마지막 작전을 시작했어요.

17. 병원에서 빠져나와 그룹 본사로 향했어요.

18. 그곳에서 태수 씨의 음모를 공개했어요.

19. 결혼식장에서 제가 살아 있음을 알리고 무효 선언했어요.

20. 언론에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태수 씨는 몰락했어요.

21. 경찰 조사 후 태수 씨는 구속됐어요.

22. 저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삶을 정리했어요.

23. 과거의 상처와 배신을 인정하며 새 출발을 결심했어요.

24. 강연과 기부, 작은 일상 속에서 평화를 찾았어요.

25. 사랑이 사라졌지만, 나는 내 자신으로 남았어요.

26. 매일 소박한 일상과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27. 어느 날,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제 모습을 봤어요.

28.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을 믿고 살아가요.

29. 누군가의 이름이 아닌, 그냥 나로서 살아가는 게 좋아요.

30. 마지막에, 내가 누구인지 다시 찾았다는 걸 느꼈어요.

31.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조용히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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