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라던 그곳은 감옥이었다" | 70대 어머니가 1000만원 손해 보고도 실버타운을 떠난 사연|명품보다 중요한 노후의 조건|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ㅣ오디오북
시장 상인 엄마, 실버타운에서 겪은 진짜 이야기
나는 남대문 시장에서 30년 동안 옷 장사를 했던 박말순이야.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겨졌을 때,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를 지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지. 그런데 68살이 되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파서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됐어. 아들 현우는 이제 그만 쉬라고 걱정했지만, 평생 손님 상대하며 살아온 나에게 혼자 지내는 시간은 너무 낯설었어.
그러던 어느 날, 딸 서연이가 실버타운 안내 책자를 들고 왔어. 수영장, 헬스장, 문화센터, 병원까지 다 갖춰진 곳이라니 솔깃했지. 비싸겠지만, 평생 모아둔 돈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처음엔 망설였지만, 결국 실버타운에 입주했어.
호텔 같은 시설에 반하고, 딸과 아들의 권유에 넘어가 3억 보증금을 내고 계약했지. 내 방은 15층 남향 아파트였고, 창문 너머로 한강이 보였어. 옆집 김여사도 친절하게 맞아주고, 다른 할머니들도 다들 좋다고 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어.
입주한 지 얼마 안 돼서 차별이 시작됐어. 김여사는 내가 남대문 시장에서 옷 장사한다고 하니 표정이 변했고, 그 후로는 나를 피했어. 다른 할머니들도 처음엔 친절했지만, 곧 나를 다른 부류로 여기기 시작했지. 식당 테이블도 명품을 두른 '귀족 팀'과 나처럼 평범한 옷을 입은 '일반 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항상 구석 자리로 밀려났어.
더 심한 건 '치매'라는 소문이었어.
내가 시장 상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 가끔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누군가 나를 치매 환자로 몰아갔어. 사람들은 나를 피했고, 나를 투명 인간 취급했지. 프로그램 신청도 못 하고, 모임에도 끼지 못했어. 매일 밤 이불 속에서 혼자 울었어.
결국 딸 서연이가 나를 구원했어.
세 달 만에 딸 서연이가 나를 보러 왔고,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지. 딸은 로펌 파트너 변호사였는데, 실버타운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맞서줬어. 근거 없는 소문과 집단 따돌림이 노인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나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겠다고 했지.
나는 실버타운을 나왔어.
위약금 3억과 위약금 1천만 원을 내고 실버타운을 나왔어. 그동안 쌓였던 분노와 서러움을 식당에서 모두 쏟아내고, 진짜 사람 사는 곳으로 돌아왔지. 동생이 사는 양평으로 가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집에서 살게 됐어.
진정한 행복은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
경로당 할머니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소박한 음식을 나누며 웃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진짜 황금빛 노후였어. 실버타운에서의 3개월은 비싼 수업료였지만, 덕분에 진짜 행복을 찾았으니 후회는 없어.
이제 나는 평생 장사꾼으로 살았던 박말순의 인생 이막을 시작하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