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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인적 드문 저수지에 버린 며느리 천벌을 내려 복수를 한 시아버지 할아버지 노년의 삶의 지혜 행복한 노후생활 부모자식갈등 사연 이야기 오디오북

인생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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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인적 드문 저수지에 버린 며느리 천벌을 내려 복수를 한 시아버지 노년의 삶의 지혜 70대 할머니의 노후생활 부모자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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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오동철이라고 합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던 제 이야기 좀 들어 주세요.

유난히 하늘이 실리도록 파란 날이었습니다.

아내는 얼마 전부터 찾아온 불청객.

그놈의 치매라는 것이 기억을 군데군데 갉아먹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은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아들 내외에 밥을 차리는 일상에 큰 틀은 있지 않고 있었어요.

그날 아침도 아내는 식탁에 앉은 우리 세 사람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웃음 끝에 스치는 씁쓸함을 감추려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된장찌개를 맛있게 비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제가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2층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잔뜩 멋을 부린 며느이 참이니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며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어제는 피곤하다며 방에만 틀어박혀 저녁 식사도 거르던 아이였죠.

그녀는 출근 준비를 하는 아들 태시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소파에 앉은 아내에게 다가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님, 저 오늘 어머님 모시고 바람 좀 쇠고 올게요.

날씨도 좋은데 드라이브해요.

갑작스러운 제한이었습니다.

며느리는 단 한 번도 자이로 아내를 챙긴 적이 없었습니다.

하다 못해 아내가 좋아하는 과일 한쪽을 먼저 깎아 건내는 법도 없는 아이였어요.

그런 애가 갑자기 드라이브라니요.

제가 의야한 눈으로 쳐다보자 태시기가 먼저 거들고 나섰습니다.

어 그래.

좋은 생각이네 미연아.

엄마 좋으시겠어요? 미연이가 모처럼 엄마 생각하네.

아들놈은 제 아내의 속도 모르고 마냥 해맑죠.

저는 신문을 내려놓고 물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냐? 제 질문에 며느리는 저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유, 아버님도 어머님 맨날 집에만 계셔서 답답하실까 봐 그렇죠.

제가 오늘 큰 먹은 거예요.

그녀의 말투는 상냥했지만 그 눈빛에는 늘 그렇듯 차가운 계산이 서여 있었어요.

제 마음속에서 무언가 덜컥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순식간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남편 말고는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는이가 없는 일상에서 며느리의 데이트 신청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렸을까요?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정말 그래도 되나? 우리 미연이 힘들지 않겠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는 참아 그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질 수가 없었어요.

그저 운전 조심하고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너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제 허락이 떨어지자 아내는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신나 보이던지 제 안에 불길한 예감을 억지로 눌러담았습니다.

며느리는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천천히 하세요.

시간 많아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액정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가락은 어딘가 조급해 보였죠.

저는 잠시 부엌크로가 아내가 평소 차만 타면 멀미를 하는 것을 알기에 작은 병에 시원한 매실 차를 담아 건냈습니다.

혹시 속 안 좋다고 하시면 이거 좀 드려라.

아유 아버님도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

며느리는 가방을 열어 매실 병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습니다.

잠시 후 아내가 한껏 멋을 내고 방에서 나왔습니다.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몇 년 전 제게 생일 선물로 받은 연보라색 가디건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죠.

여보, 나 괜찮아.

너무 늙어 보이지는 않고.

수줍게 묻는 아내의 모습에 가슴 한 편이 아려왔습니다.

아주 예뻐.

세상에서 제일 곱소 제말에 아내는 소녀처럼 웃었습니다.

며느리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어머님 이제 가요 하고 제촉했어요.

그 목소리에 아내의 어깨가 움찔하는 것을 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현관을 나서는 것을 창 밖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며느리는 아내가 차에 오르는 것을 돕기는 커녕 먼저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고 있었죠.

아내는 조금은 버거운 몸짓으로 조수석에 올라탔습니다.

차가 출발하기 직전 아내는 창밖에 저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저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검은 세단이 골목을 돌아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감은 쉬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을 배웅하는 것처럼 그날따라 아내의 뒷모습이 유난히 작고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혼자 남은 집은 텅빈 것처럼 고요했습니다.

평소 같으면이 시간에 아내와 함께 마당의 화초를 돌보거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을 시간이었죠.

저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서제로 들어가 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거실로 나와 창방만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습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며느리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사 드인다고 했으니 어디 좋은 식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애써 좋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3시 4시가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제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는 한참이나 갔지만 받지 않았죠.

곧바로 다시 걸자 이번에는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 음성만 흘러나왔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곧바로 회사에 있을 아들 태식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태식이는 제 다급한 목소리와는 달리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어요.

내 아버지 웬 일이세요? 태시가 내 엄마랑 미연이 아직 안 들어왔다.

미연이 전화기는 꺼져 있고.

혹시 너한테 연락 온 거 있니? 수학이 너어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고는 마치 준비라도 한듯한 태시기에 대답이 들려왔죠.

아, 아버지, 제가 깜빡했네요.

미연이한테 연락 왔었어요.

엄마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회포 풀고 싶다고 하셔서 친구분 때게 모셔다들렸다고요.

오늘 거기서 주무시고 오신대요.

친구, 어느 친구? 내 엄마가 외박할만큼 가까운 친구가 어디 있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아내의 친구 관계는 제가 혼히 꿰고 있었어요.

가끔 만나 차 한잔하는 친구는 있어도 불쑥 찾아가 하룻밤 신세를 질만큼 막격한 사이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내는 낯선 곳에서는 잠을 설치는 사람이에요.

아, 글쎄요.

저도 거기까진 잘 아무튼 그렇게 연락받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버지.

엄마도 가끔은 자유 시간이 필요하시겠죠.

그럼 저 바빠서 이만 끊을게요.

태식이는 제 말이 책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습니다.

수학기를든 채 저는 한동안 멍한이서 있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어요.

마치 참이언이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없는 것 같았죠.

제 가슴속의 불안감은 순식간에 차가운 의심으로 변해 갔습니다.

저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아내의 친구 두어명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같았어요.

오늘 아내와 만난 적도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었죠.

온몸에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밤은 깊어졌고 텅빈집의 정적은 제 심장 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게 만들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왔는 동시에 혹시나 하는 마음의 현관으로 달려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참이언이 혼자서 있었습니다.

피곤한 기색도 걱정스러운 기색도 없이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요.

아버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어나게 물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습니다.

내 엄마는 어디 있냐? 태식이 말로는 친구 집에 있다던데 내가 다 전화해 봤다.

아무도 만난 사람이 없다더구나.

제추궁의 참이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능숙하게 표정을 바꾸며 한 숨을 푹 쉬었습니다.

그 모습은 당황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귀찮은 상황을 마주한 사람의 그것이었죠.

아버님,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지며 말했습니다.

어머님이 갑자기 고집을 부리셔서요.

바람 쇠러 가자고 해서 좋은데 모시고 갔더니 갑자기 처음 보는 산길로 들어가자는 둥 이상한 말씀을 계속하시는 거예요.

병세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아서 겨우 달래서 돌아오는데 글쎄 국도 휴계소에서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어디로 가셨는지 안 계시는 거예요.

뭐라고?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요? 휴계소 주변을 몇 바퀴나 돌고 성함 부르면서 소리 치고 근데 결국 못 찾았어요.

전화기는 갑자기 방전돼서 꺼져 버렸고요.

아마 어디 근처 사는 다른 친구분들에게 가셨나 보죠.

제가 모르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을 그것도 낯선 휴계소에 혼자 두고 왔다는 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다니.

그녀의 말은 앞뒤도 맞지 않았습니다.

태시기에게는 분명 친구 집에 모셔다들였다고 했는데 저에게는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었죠.

그 거짓말의 미세한 균열 속에서 저는 끔찍한 진실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았습니다.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럼 경찰에 신고는 했어? 아유 아버님도 신고는 무슨 신고예요? 일 크게 만들어서 뭐 하세요? 내일 아침 되면 알아서 들어오시거나 어디서 연락 올 거예요? 어머님이 어린애도 아니시잖아요.

저 너무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 볼게요.

참이여는 하품을 하며 제 옆을 스쳐 2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에게서는 아주 희미하게 흙냄새와 젖은 풀 냄새가 섞여 나는 듯했습니다.

제 온몸에 세포 하나하나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저 아이가 며느이라는 이름의 저 악마가 내 아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요.

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며느리가 사라진 어두운 계단을 노려 보았습니다.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차가운 감정이 심장을 휘감았습니다.

이 이 고요한 집 안에서 나와 내 아내의 적은 바로 저 아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제 마음 속에서는 아주 조용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싹 트고 있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세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저는 그날 밤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시계의 초침 소리는 마치 거대한 망치가 되어 제 머릿속을 규칙적으로 때리는 듯했고 어둠이 집게 깔린 집의 모든 가구는 제 아내의 부제를 비웃는 괴물처럼 보였어요.

안방에서는 며느리와 아들놈이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겠죠.

그 평온함이 저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동이 특기 시작하는 푸른 새벽빛이 창문으로 스며들 무렵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참이연 저 아이는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요.

아침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마치 어젯밤에 소동은 없었다는 듯 태어나게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어요.

저를 보고도 그저 아버님 주무셨어요?" 하고 형식적으로 물을 뿐이었죠.

그 뻔뻔함에 치가 떨렸지만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증거가 없었어요.

제 심증만으로는 저 악마의 가면을 벗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굳은 얼굴로 식탁에 앉아 식어 버린 보리차만 들이켰습니다.

아들 태식이는 출근 준비를 하며 제 눈치를 살폈지만 끝내 제게 아내의 안부를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놈에게 아내란 이미 귀찮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죠.

그렇게 지옥 같은 오전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경찰서로 가야 할지 아니면 무작정 차를 몰고 며느리가 말한 휴계소라도 찾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거실만 서성거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거실 전하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죠.

혹시 아내에게서 온 연락일까? 아니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소식일까? 떨리는 손으로 수학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네.

오동철 씨 되십니까? 수학이 너머에서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차분하지만 어딘가 단호함이 묻어나는 경찰의 목소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저는 강원도 땡땡 경찰서 지구대 소속 김경장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방여사님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호라는 단어의 순간 온몸에 긴장이 풀리는가 싶더니 강원도 땡땡 경찰서라는 말이 뒤어 제 귀에 박혔습니다.

그곳은 제가 어젯밤 하이패스 기록을 조회한다면 가장 먼저 확인하려 했던 그 인적 드문 저수지가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아내를 제 아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어디에 어떻게 된 겁니까? 오늘 오전 저수지 인근 도로변에서 탈진 상태로 앉아 계신 것을 순찰 중에 발견했습니다.

인적 사항을 여쭤봐도 제대로 대답을 못 하시고 가지고 계신 소지품 중에 아드님 명함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저수지 역시 그 저수지였습니다.

참이연 그 아이가 제 아내를 그곳에다 버린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저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습니다.

아내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어디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고요.

외상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만 꽤 오랜 시간 추위와 공포에 떠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희 지구대에서 따뜻한 물을 드시고 안정을 취하고 계십니다.

모시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차마자 저는 지체할 시간도 없이 외투를 걸치고 차키를 집어들었습니다.

거실에 있던 며느리가 의야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어요.

아버님 어디 가세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 안에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한짓 내가 모를 것 같으냐? 차가운 증우가 담긴 목소리로 말하자 며느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굳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님 다녀오세요라며 시선을 피해 버렸죠.

더 이상 저 아이와 말을 섞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현관문을 거칠게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강원도 땡땡 지구대까지는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저는 거의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창 밖에 풍경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제 머릿속에는 오직 공포에 떨고 있었을 아내의 모습과 그런 아내를 차가운 곳에 버리고 돌아섰을 며느리에 잔인한 얼굴만이 번갈아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치매 증상으로 모든 것이 흐릿한 아내가 그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어떻게 견을까?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그 고통을 겪었어야 했는데 늙고 병든 아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몇 번의 과속 신호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다달았을 때 저는 작고 낡은 지구대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안쪽 사무실 소파에 경찰이 건네 준 담료를 어깨에 두은 채 작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제 아내였습니다.

여보.

제 목소리에 아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세운 탓에 쾌한 눈 공포로 질려버린 하얀 얼굴.

흑먼지가 묻은 채 헝크러진 머리카락.

어제 아침 설레는 얼굴로 집을 나섰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초라하고 쇠악해진 모습이었죠.

아내는 저를 보자마자 와랑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여보 여보.

저는 달려가 아내를 끌어앉았습니다.

제품에 안긴 아내의 몸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어요.

등을 토닥여 주자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를 발견했던 젊은 김경장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습니다.

방여사님께서 계속 충격이 크신지 말씀을 잘 못하십니다.

어제 따님하고 같이 나오셨다고 얼핏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요? 따님이라는 말에 저는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대답했습니다.

제 며느리입니다.

잠깐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경장님.

이 이 은혜는 평생 있지 않겠습니다.

저는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경찰이 없었다면 제 아내는 어찌 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습니다.

아내를 부축해 차에 태웠습니다.

오는 내내 미친듯이 질주했던 것과는 달리 돌아가는 길에는 거북기처럼 천천히 차를 몰았어요.

아내는 극도의 피로감 때문인지 조수석에 앉아 곧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아내의 얼굴에는 깊은 고통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저는 간간히 신호에 걸릴 때마다 아내의 뺨을 쓰다듬고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제 마음속 복수심은 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갔습니다.

이연 나는 너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법이 너를 용서하더라도 나는 결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잠에서 깬 아내가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나 무서웠어.

알아, 다 알아.

이제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

미연이가 그 애가 나를 차에서 내리라고 했어.

차를 세우더니 여기가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살기 좋을 거라고.

어머니, 여기서 조용히 사세요.

이게 다 어머니 때문이야.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 줘.

그러고는 그냥가 버렸어.

내가 부르는데도 뒤도 안 돌아보고.

아내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또렷했습니다.

분노로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단순한 일이 아니었어요.

명백한 아기와 살이마저 느껴지는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아내의 손을 굳게 잡았습니다.

다 들었어.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마.

힘든 기억 억지로 떠올릴 필요 없어.

이제 집에 거의 다 왔으니까 집에 가서 푹 쉬자.

나머지는이 아비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제 목소리가 얼마나 차갑게 잠겨 있었는지 저 자신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내를 부축해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거실에는 아들 태시기가 굳은 얼굴로서 있었습니다.

아마 며느리에게 제가 나간 이유를 전해들었겠죠.

그리고 그 뒤로는 참이언이 창백한 얼굴로서 있었어요.

제 뒤에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의 얼굴에 각기 다른 표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들은 당혹감이었고 며느리는 경악과 당황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까요? 아니요.

심판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제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존재는 그들에게 내려질 천벌의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거실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저와 아내 그리고 아들 내외네 사람의 시선이 허공해 얽혔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이가 없었죠.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며느리 참이언이었습니다.

그녀는 언제 경악했냐는 듯 순식간의 표정을 바꾸고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사람처럼 아내에게 달려왔습니다.

어머님, 세상에 어디 계셨던 거예요? 제가 얼마나 걱정하고 찾아다녔는지 아세요? 아버님, 어머님 찾으셨으면 저한테 먼저 연락을 주셨어야죠.

그 가증스러운 연기에 허두음이 나왔습니다.

걱정 밤새 발 뻗고 편히 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었죠.

저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참이 아내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제 행동에 참이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내 걱정은 너더라.

내가 한 짓은 내 시험이가 바로이 사람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제가 차갑게 말하자 아들 태시기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엄마 괜찮으세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들의 물음에 제품에 안겨 떨고만 있던 아내가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참이언을 향하고 있었죠.

태시가 내 아내가 나를 물가에 버리고 갔단다.

아내의 직접적인 증언의 태식기는 물론이고 참이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습니다.

태식이가 충격받은 얼굴로 아내를 돌아보았어요.

미연아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사실이야.

그 순간이었습니다.

참이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해요.

여보, 아버님,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어머님, 치매 때문에 자꾸 헛것을 보시는 거잖아요.

제가 어머님을 버리다니요.

제가 왜요? 그녀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연기력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었죠.

아들 태시기는 그 모습에 완전히 압도당해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저와 아내 그리고 참이언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어요.

내가 어머님 모시고 좋은 데에 가서 식사하고 바람 세고 돌아오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이상한 말씀을 하시면서 차에서 내리시겠다고 막무관내로 고집을 부리셨어요.

그러고는 어디론가 막 달려가시는데 제가 어떻게 말려요?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여보, 당신은 내 마 알지? 내가 얼마나 애는지 당신은 알잖아.

참이어는 울부짖으며 태시기에 바지가랑이를 붙잡았습니다.

저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내 아비한테는 휴계소에서 잃어버렸다더니 이제는 내 남편한테는 산길에서 스스로 내렸다고 하는구나.

내 그 더러운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진실이라는게 있기는 하냐? 하고 소리치자 참이어는 더욱 서럽게 울며 말했습니다.

제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말이 헛나왔나 보죠.

아버님은 처음부터 저를 의심만 하시잖아요.

제가이 집에서 얼마나 숨막히게 살았는지 아세요? 어머님이 가끔 저를 못 알아보시고 이상한 행동하실 때마다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시냐고요? 그녀는 교묘하게 논점을 흐렸습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아내의 병을 방패하기로 아니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죠.

아내는 참이 그 악날란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제품 안에서 더욱 파르르 떨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그입 닥치지 못해 하고 호통을 치려는 순간 아들 태시기가 저를 막아섰습니다.

아버지 그만하세요.

엄마도요.

우선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된 거 아니에요? 왜 다들 이렇게 싸우려고만 하세요? 미연이도 놀랐을 거 아니에요? 그 말이 제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제 아들이 지금 가해자를 두둔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제 어미의 고통은 외면한 채 눈물을 흘리는 아내의 편에 서서 상황을 덮으려고만 하고 있었죠.

저는 실망감을 넘어선 깊은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내가 아들 교육을 잘못시켰구나.

저런 주대 없고 어리석은 놈으로 키웠구나.

너 지금 재정신이냐? 내 어미가 저 악마 같은 개집한테 무슨 일을 당했는지 듣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아버지 말 좀 가려서 하세요.

미연이한테 악마가 뭐해요? 그리고 엄마 말씀만 어떻게 다 믿어요? 요즘 깜빡깜빡하시는 거 아버지가 더 잘 아시잖아요.

미연아, 너 정말 아니지? 솔직하게 말해 봐.

태식기는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아 버렸습니다.

아내의 증언을 치매 노인의 헛소리로 치부해 버린 겁니다.

그 말에 참이여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습니다.

여보, 이것 좀 봐요.

내가 어머님 찾으러 다니면서 들렀던 곳 영수 중이에요.

어머님이 사라지신 곳이랑 전혀 다른 방향에 있는 카페 영수증도 있어요.

내가 얼마나 사방 8방으로 찾아다녔는지 알겠죠? 그리고 이거 어머님 친구분들한테 전화했던 통화 기록이에요.

내가 얼마나 애가 탔으면 그녀가 내민 것은 완벽하게 조작된 증거들이었습니다.

영수증은 미리 준비해 둔 것이 틀림 없었고 통화 기록은 친구들과 잡담을 나는 것을 마치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한 것처럼 꾸민 것이었죠.

하지만 어리석은 제 아들은 그 얇은 종이 몇 장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태식기는 그 증거들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한 숨을 쉬며 참이언을 일으켜 세워 주었습니다.

그래야 알았어.

내가 그랬을 리가 없지.

내가 잠시 오해했다.

미안하다.

그리고는 저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시죠.

미연이도 고생 많았어요.

엄마가 무사하시니 이걸로 된 겁니다.

더 이상이 문제로 집안 시끄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이이 사건에 대한 제 아들의 최종 판결이었습니다.

아내를 버린 며느리는 고생한 사람이 되었고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온 아내는 집안을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 버렸죠.

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집에서 저는 그리고 제 아내는 완벽하게 고립되었습니다.

참이어는 태시기의 등 뒤에 숨어 저를 향해 아주 희미한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저는 그 미소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날 이후 집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이어는 태시기가 있을 때면 이전보다 더욱 살갑게 아내를 챙기는 척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태시기의 시선이 멀어지면 그녀는 아내를 투명 인간 취급했어요.

아내의 식사를 일부러 늦게 챙겨 주거나 아내가 말을 걸면 못들은 척 무시하기 일수였죠.

심지어는 어머님 자꾸 이상한 말씀하시면 정말 병원에 보내야 해요.

태식 씨도 그게 좋겠다고 하던데요.

라며 교묘하게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점점 말을 잃어갔습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제 손을 붙잡고 우는 날이 늘어갔죠.

저는 무력했습니다.

아들을 설득하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태식기는 아버지 제발 좀요.

저도 회사일 때문에 힘들어요.

왜 자꾸 미연이만 못 살게 구세요라며 듣기조차 거부했습니다.

참연의 완벽한 이간질에 제 아들은 완전히 눈과 귀가 먼 장님이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제 편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니 있었습니다.

바로 제 자신이었죠.

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제 안에 분노는 더 이상 뜨거운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차갑고 단단하며 아주 날카로운 얼음 칼날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아버지로서 시아버지로서 행동하지 않겠다.

하이연, 그리고 내 어리석은 아들아, 너희들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내가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주겠다.

이것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남은 인생을 건 차가운 복수의 서약이었습니다.

복수를 결심한 순간 제 머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명료해졌습니다.

지난 며칠간 저를 짓누르던 무력감과 분노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명확한 목표와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치밀란 계산만이 남았죠.

사업을 할 때도 저는 그랬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결국 모든 것을 잃더군요.

저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성공을 거두곤 했습니다.

수십년 만에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사업과 기질 아니 승부사 기질이 다시 깨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복수의 첫 단계는 자금 확보였습니다.

하이연과 그 아이에게 휘둘리는 어리석은 아들놈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저 역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어야 했죠.

법.

경찰.

그들은 저 교활한 며느리의 거짓 눈물과 조작된 증거 앞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제가 기댈 것은 오직 돈의 힘 그리고 수십년간 쌓아온 제 경험과 인맥뿐이었습니다.

저는 다음날 아침 아내에게는 잠시 옛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고 둘러대고 집을 나섰습니다.

제 행선지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 은행의 VVIP 센터였습니다.

저는 평생을 일구어 온 자산의 대부분을 태식이 모르게 아니이 세상 누구도 모르게 여러 개의 참 계좌와 안전 자산으로 분산시켜 놓았습니다.

이것은 혹시 모를 사업 실패나 가족의 위기를 대비한 저만의 최후의 보루였죠.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보루를 사용할 때였습니다.

은행의 프라이빗룸에서 저는 제자산 관리를 20년 넘게 맡아온 박부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제 단순한 자산 관리인을 넘어 제 사업의 흑망성세를 함께 겪어온 동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죠.

회장님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박부장은 제 굳은 얼굴을 보고 심상치 않은 이름을 직감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박부장 내 명의로 된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 주게 주식, 펀드 채권 할 것 없이 전부 시간은 일주일 주겠네.

최대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용히 처리해 주게.

제 말에 박부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회장님, 갑자기 왜 지금 주식 시장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 처분하시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는 저를 말리려 했지만 제 눈빛을 보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습니다.

제 결정이 얼마나 단호한 것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손에는 상관없네.

나는 지금 돈을 불리려는게 아니라 사용하려는 거니까.

그리고 박부장 자네에게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네.

저는 제가 가진 자산의 일부를 떼어 새로운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의 관리자로 박부장을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지시하는 곳에 제가 지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이체하고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죠.

이것은 제복수 계획의 자금줄이 될 비밀 계좌였습니다.

모든 거래는 철저히 대리인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끝에 제가 있다는 흔적은 절대 남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박부장은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뿐이었죠.

그의 그 묵직한 신뢰가 제게는 천군만도 같았습니다.

은행을 나온 뒤 저는 곧장 낡은 상가 건물에 있는 한 신부름 센터로 향했습니다.

금민생 해결사라는 촌스러운 간판이 붙은 곳이었지만 그곳의 소장인 최반장은 제가 사업을 할 때부터 종종 도움을 받던이 바닥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돈만 주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어떤 정보든 알아내는 능력을 가진 자였죠.

최반장은 껄렁한 모습으로 저를 맞았지만 제가 내민 두툼한 현금 봉투를 보고는 눈빛을 바꾸었습니다.

어이구, 우리 오회장님 오랜만입니다.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꾸미시려고 또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재미난 일은 아니고 사람 조사를 좀 해야겠네.

내 며느리 참이언이라는 아이일세.

저는 최반장에게 참미연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건냈습니다.

이 아이의 모든 것을 알아봐 주게 하루 24시간 뭘 하고 다니는지, 누굴 만나는지, 돈은 어디에 쓰는지, SNS 활동 내역, 친구들과의 대화 내용까지.

사생활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이 아이의 모든 것을 파헤쳐 줬으면 하네.

최반장은 휘파람을 불며 서류를 훑ั้น 보았습니다.

며느님이라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만요.

뭐 돈만 두둑이 챙겨 주신다면 무덤 속에 있는 비밀이라도 파헤쳐 드리는게 제 전문 아니겠습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저는 계약금으로 준비해 간금의 절반을 그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결과는 매일 저녁 이메일로 보고하게 전화 통화는 피하고 필요하면 대포폰으로 연락하지 모든 것을 지시하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제 마음은 놀랍도록 평온했습니다.

복수의 톱니바퀴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창방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죠.

그날 이후 아내는 세상과 담을 쌓은 사람처럼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앉아 아내가 제품에 기된 채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여보, 내가 정말 이상해진 걸까요? 자꾸 그날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려요.

미연이가 나한테 웃어 주는데 그 얼굴이 무서워서 심장이 떨려요.

아내의 그 말은 제 복수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저 악마 같은 개집은 제 아내의 영혼까지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더욱 굳게 끌어 말했습니다.

아니야.

여보.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아.

이상한 건 당신이 아니라 저들이야.

내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게.

당신을 힘들게 한 모든 것들 내가 전부 다 치워 버릴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참고 견뎌 줘.

응.

제 다짐의 아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날 밤 저는 서제에서 밤을 세웠습니다.

최반장에게서 첫 번째 보고서가 이메일로 도착했기 때문이죠.

보고서에는 참위원의 하루 행적이 시간 대별로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필라테스 학원에 가고 끝나면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고 오후에는 명품 매장을 순해하며 쇼핑을 하는 것.

그것이 제 며느리의 하루였습니다.

시어머니가 끔찍한 일을 겪고 돌아온지 며칠도 되지 않은 사람의 일상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죠.

보고서의 마지막 장애는 저를 더욱 격분하게 만드는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참위원의 비밀 신용 카드 사용 내역이었습니다.

아들 태식기의 회사 법인 카드와 연결된 태식이는 존재조차 모르는 카드였죠.

그녀는 그 카드로 매달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명품 의류와 가방, 보석을 사는데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품목은 인터넷 중고명품 사이트에 되아 현금화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되었어요.

저는 차갑게 웃었습니다.

그래, 참이언.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바로 그 하찮은 명품과 허영뿐이라면 나는 바로 그것부터 처참하게 부어 주겠다.

너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 때문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

저는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참미연의 화려한 SNS 사진을 보며 마치 사냥감을 고르는 사자처럼 그녀의 숨통을 끊어 놓을 첫 번째 공격 지점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복수의 첫 번째 화살은 참이 자존심.

그녀가 목숨처럼 여기는 명품 VIP라는 허우을 향해 조준되었습니다.

최반장이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는 강남의 한명품 브랜드 엘사의 최상위 VVIP 고객이었습니다.

신상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연락을 받고 별도의 프라이빗룸에서 쇼핑을 즐기며 다른 고객들 위해서 굴림하는듯한 특권 의식을 만끽하고 있었죠.

저는 바로 그 달콤한 특권을 그녀에게서 빼앗기로 했습니다.

저는 최반장을 통해 참이언이 회사 돈을 횡령하여 명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 즉 비밀법인 카드의 거래 내역과 일부 물품을 되아 현금화한 인터넷 거래 내역 등을 확보했습니다.

물론이 자료들은 법정의 증거로 제출하기에는 부족한 정황 증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었죠.

저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제오랜 지인에게 부탁해 엘사 프랑스 본사의 홍보 담당 임원에게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이메일의 내용은 정중하지만 아주 날카로웠습니다.

귀사의 한국 VVIP 고객인 참이 씨가 남편 회사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하여 귀사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으며이는 귀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특히 일부 제품은 비공식적인 경로로 재판매되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과 함께 증거 자료를 암시하는 몇 개의 파일을 첨부했죠.

굳이 모든 패를 보여 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의심의 씨앗을 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명품 브랜드는 제품의 가치만큼이나 고객의 품격을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불법적인 자금으로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반길 리가 없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습니다.

불과 사흘 뒤 최반장에게서 흥미로운 보고가 들어왔어요.

3위연이 엘사 매장으로부터 내부 규정 변경으로 인해 당분간 VVIP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담당 셀러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그녀는 더 이상 프라이빗룸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죠.

다른 고객들과 똑같이 줄을 서서 매장에 입장해야 하는 일반 고객으로 강등된 겁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참이 얼굴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씹뻘겁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그녀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들고 있던 쇼핑백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소리쳤습니다.

미쳤어.

정말 걔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그동안 거기다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안방에서 나온 태시기가 놀라서 물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말도 마.

엘사 그것들이 날 일반 고객 취급하더라니까.

내가 누군지 뻔히 알면서 아마 새로운 매니저가 뭘 잘 모르나 본데 내가 본사에 직접 전화해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는 씩씩거리며 소파에 주저 앉았습니다.

저는 서제 문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 참이언,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너는 앞으로 내가 누리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아주 고통스럽게 잃어가게 될 것이다.

첫 번째 공격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저는 지체없이 두 번째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번 목표는 참연과 태식이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여를내는 것이었죠.

부부 관계란 신뢰라는 유리 그릇과 같아서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깨져 버리는 법이니까요.

저는 제예 사업체의 재물을 담당했던 회계법인의 후배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리고는 태시기의 사업체에 세무 컨설팅을 제안하도록 했죠.

물론 그 비용은 제가 비밀리에 지원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 회사에 회계 컨설팅을 붙여 준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태식기는 아무런 의심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아버지가 드디어 며느리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신을 다시 지원해 주기 시작했다고 착각하는 눈치였죠.

컨설팅은 일사 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후배에게 미리 언지를 준 대로 회계사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검토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매출에 비해 지출, 특히 복리 후생비와 접대비 항목의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자금의 흐름의 투명성이 부족하여 세무 조사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비정상적인 지출의 대부분은 참이 법인 카드로 글거된 명품 구매 비용이었죠.

보고서를 받아둔 태시기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졌습니다.

그는 그날 밤 처음으로 참이에게 회사의 작은 문제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했습니다.

미연아, 당신 카드값 왜 이렇게 많이 나와? 회사 사정도 안 좋은데 꼭 이렇게까지 써야 했어? 뭐 당신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야? 내가 당신 체면 세워 주려고 사람들 만나고 품이 유지하느라 쓴 돈이야.

고작 그거 가지고 쪼아나게 왜 이래? 고작 그거 지금 장난해.

이번 달에만 당신이 쓴 돈이 얼마인 줄 알아? 회계사가 회사 돈에 구멍이 났다고 하잖아.

그럼 돈을 더 많이 벌어오면 될 거 아니야? 능력 없는 건 생각 안 하고.

왜 나한테 난리야? 두 사람의 고성은 점점 높아졌고 급기야 물건이 깨지는 소리까지 들려왔습니다.

저는 서제 의자의 깊숙이 기된 채 눈을 감고 그들의 싸움을 감상했습니다.

아내의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들리던이 집에서 이제는 저들끼리 서로를 핥키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죠.

이것은 아주 유쾌한 교향곡이었습니다.

며칠 뒤 태식이는 제게 찾아와 아버지 회사 자금이 조금 부족한데 도움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참이 연과의 다툼 이후 그는 아내의 씀스씀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돈이라 나도 이제 늙어서 수중에 돈이 없다.

내장인 장모님께 한번 부탁해 보거라.

사위 사업이 어렵다는데 설마 모른 척하시겠냐? 제 말은 태시기에게는 거절이었지만 사실은 다음 계획을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돈 문제로 곤궁해진 사위가 손을 벌릴 때 참위현의 부모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저는 태시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힘내라 아들아.

남자는 원래 제임으로 일어서는 법이다.

그 순간 태시기의 얼굴에 스친 실망감을 저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의심의 씨앗은 뿌려졌고 균열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그 균열을 어떻게 거대한 시면으로 만들어 낼지 저는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이연과 아들 태시기의 관계에 첫 번째 균녀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저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유리 그릇의 금은 내버려 두면 아주 서서히 벌어지지만 정확한 지점의 충격을 가하면 순식간에 산산 조각이 나 버리는 법이죠.

저의 다음 목표는 참위원의 사회적 관계.

그녀가 애지 중지 갖꾸는 허영의 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최반장이 보내오는 보고서에 따르면 참미어는 최근 인플루언서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SNS에 갓비싼 옷과 가방, 화려한 레스토랑 사진을 올리며 소위상위 1%의 삶을 과시하는데 연념이 없었죠.

팔로어는 고장 몇 천 명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대단한 유명인사라도 되는 양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 허황된 꿈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높이 더 높이 띄워 올린 뒤에 가장 창피하고 비참한 방식으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최반장에게 특별 인무를 지시했습니다.

유령 계정을 수백개 만들어서 내 며느리 SNS에 투입하게.

좋아요는 물론이고 여신이다.

롤모델이다.

결혼은 어떻게 하셨냐는 식의 찬양 댓글을 융단폭격처럼 쏟아부어 주게.

진짜 팬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그녀의 자만심을 하늘 끝까지 부풀려 놓는 거야.

최반장은 제 의도를 즉시 알아차리고 아주 재미있는 작전이 되겠습니다.

회장님이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작전은 즉시 실행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참이 SNS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죠.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가 수천 개씩 찍히고 그녀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찬양하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돈으로 만들어낸 허상이었지만 참이어는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녀는 스스로가 정말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고 굳게 믿기 시작했어요.

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실실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저는 묵묵히 다음 단계를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가짜 협찬이었습니다.

저는 박부장을 통해 페이퍼 컴퍼니를 하나 인수했습니다.

그리고는 셀레스틴 드파리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가짜 프랑스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죠.

제품 용기와 포장 디자인은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겨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명품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물론 그 안을 채운 것은 시중에서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화장품 원료였어요.

모든 준비가 끝나자 최반장은 셀레스틴 드파리의 한국 론칭 담당자 행세를 하며 참미연에게 접근했습니다.

참이언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곧 한국에 론칭하는 프랑스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셀레스틴 드파리입니다.

평소 참미어님의 고품격 라이프스타일을 인상 깊게 지켜보았습니다.

저희 브랜드의 첫 번째 뮤즈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라는 내용에 이메일을 보냈죠.

당연히 파격적인 조건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과 1년 동안 무제안으로 제공되는 제품 그리고 곧 이을 VVIP 론칭 파티의 메인 호스트 자격까지요.

참이어는 믿기를 덥썩 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드디어 진짜 셀러브리티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그녀는 최반장의 부하 직원과 몇 번의 미팅을 가진 뒤 일사 천리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은 최반장의 소형 카메라의 고스란이 녹화되고 있었어요.

대망의 론칭 파티날이 밝았습니다.

참이어는 자신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에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했습니다.

그녀가 잃어버렸던 엘사 VVIP 자격을 되찾고 자신의 화려한 부활를 알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겠죠.

파티 장소는 강남의 한 고금 라운지였습니다.

저는 그곳의 한쪽 구석 어두운 자리에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이 모든 쇼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파티가 시작되고 한껏 치장한 참이 무대의 주인공처럼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친구들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이 브랜드의 뮤즈가 되었다고 자랑하기에 연이 없었죠.

친구들은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후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셀레스틴 드파리의 한국 지사장, 즉 최반장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유창한 불어물론 미리 녹음한 것이었죠로 인사를 건낸 뒤 통역사를 통해 브랜드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최반장은 참이언을 무대위로 불렀습니다.

이 자리에 저희 브랜드의 첫 번째 뮤즈 참이어 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품격은 저희 셀레스틴 드파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박수 갈체를 받으며 무대에 옳은 참이 얼굴은 행복감으로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어요.

최반장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습니다.

사실이 모든 것은 쇼였습니다.

라운지 안에 모든 음악이 꺼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머습니다.

최반장은 참이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습니다.

여러분, 셀레스틴 드파리라는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화장품은 싸구려 원료로 만든 가짜입니다.

그리고이 여자 참이 씨는 저희가 던진 미끼를 덮성문 어리석은 사기꾼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무대 뒤에 대형 스크린에는 참위연이 가짜 계약서에 사인하고 계약금을 받으며 히히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라운지 아는 순식간의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경악과 비웃음 수군거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죠.

참미연의 친구들은 그녀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습니다.

참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대 위에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거짓말 이게 무슨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화려했던 성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죠.

저는 그 모습을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와인 잔을 기울였습니다.

구욕감과 수치심에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참이여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라온지 밖으로 도망치듯 뛰쳐 나갔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죠.

저는 그녀의 추락에 쇠기를 받기로 했습니다.

며칠 뒤 저는 최반장이 확보한 또 다른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바로 참이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저와 아내는 물론 남편인 태시기까지 얼마나 험담하고 무시했는지에 대한 대화 기록이었죠.

우리 시어머니는 진짜 짐덩어리야.

태식 씨는 능력도 없으면서 잔소리만 늘었어.

아버님은 고집만 센 늙은 이곳 등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가득했습니다.

저는이 대화 기록을 USB에 담아 마치 회계 컨설턴트가 실수로 두고 간 것처럼 태시기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태시기에게 전화를 걸었죠.

태시가 지난번에 왔던 회계사가 USB를 놓고 간 모양이다.

내 책상 위에 올려뒀으니 한번 확인해 보거라.

그날 밤 집에서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격렬한 부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태시기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듯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 뒤에서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다녔어.

그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집 전체를 울렸습니다.

참이언 역시지지 않고 악을 써댔죠.

그래 다 사실이야.

너랑 사는 거 지긋지긋해.

내 가족들 전부 다 끔찍하다고.

두 사람의 신뢰는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남편에게 마저 경멸의 대상이 된 참이어는 이제 완벽하게 고립된 섬이 되었습니다.

저는 차가운 만족감 속에서 그녀의 숨통을 끊어 놓을 마지막 단계를 조용히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3위연의 사회적 지위와 부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린 저는 이제 그녀가 의지하고 있는 마지막 동화줄 바로 돈을 끊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경제적 파멸의 늪으로 그녀를 밀어넣을 차례였죠.

아들 태시기의 사업은 사실상 제 도움으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사업의 가장 큰 거래처는 칠송 정밀이라는 부품 회사였는데 그 회사의 윤사장은 제가 젊은 시절부터 동생처럼 아끼던 후배였어요.

태시기의 회사는 칠송 정밀에 납품하는 것으로 매출의 70% 이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 연결고리를 끊기로 했습니다.

저는 조용한 식당에서 윤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제 부름의 한다음에 달려왔죠.

저는 자초지종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윤사장 내 부탁 하나만 들어 주게.

태식이 회사와의 거래를 끊어 주게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윤사장은 잠시 망설렸지만 제 눈빛에 담긴 결의를 잃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이유가 있으시겠지? 알겠습니다.

다만 태시기도 갑자기 거래가 끊기면 충격이 클 테니 명분은 저희 쪽에서 만들겠습니다.

며칠 뒤 태시기의 회사의 칠송 정밀의 이름으로 된 내용 증명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최근 납품된 부품의 분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였으며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음을 통보합니다라는 내용이었죠.

물론 모두 조작된 불만 사항이었습니다.

태식기는이 통보를 받고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윤사장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매달렸지만 윤사장은 미안하네.

오사장.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주수입원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자 태시기의 회사는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 월급은 밀리기 시작했고 사무실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죠.

태식이는 매일 밤 술의 취에 들어와 한 숨만 내쉬었고 그런 남편을 보는 참이언의 얼굴에서는 경멸과 짜증이 영역했습니다.

화려한 생활을 유지할 돈줄이 끊기자 참이어는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려 했지만 론칭 파티 사기 사건 이후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죠.

결국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사체였습니다.

이 또한 제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최반장은 미리 친절한 김실장이라는 가짜 명암의 사체업자를 만들어 돈이 급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을 퍼뜨려 놓았죠.

이자는 좀 비싸지만 조건 없이 당일 바로 대출해 준다는 달콤한 말이었습니다.

돈이 급했던 참이어는 지인의 소개를 가장한 최반장의 끈화를 통해 김실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참이어는 한 호텔 커피숍에서 김실장 즉 최반장의 부하 직원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 남편 사업이 잠시 어려워져서 급전이 필요한 것뿐이라며 허세를 부렸죠.

김실장은 능숙하게 그녀의 비위를 맞추며 대출 서류를 내밀었습니다.

사모님 같은 분께는 저희가 특별히 우대에 드려야죠.

참미어는 계약서에 빼곡한 글씨들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오직 대출금 x만을 확인한 채 사인을 했습니다.

그 계약서에는 연체시 원금의 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과하며 모든 채권 권리는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이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파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죠.

참미여는 거액 현금을 손에 쥐자마자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남편의 회사가 망해 가든 말든 그녀는 새로운 명품을 사드리고 고급 스파를 다니며 돈을 물 쓰듯 썼습니다.

저는 그 모든 것을 보고받으며 그녀가 파멸의 늪에 스스로 더 깊이 빠져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참이 유일한 피난처가 될지도 모르는 친정에 불을 지히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사위의 경제적 능력을 자랑스러워했던 그녀의 부모님이 사위가 빈털털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저는 박부장을 통해 제가 아는 신문사 경제부 기자에게 정보를 흘렸습니다.

오태식 대표의 회사가 심각한 경영란에 빠졌으며 곧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작은 가십성 기사였죠.

기사가 나가자마자 참위원의 친정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집으로 쫓아왔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사위 자네 사업이 망했다는게 사실인가? 우리 딸 고생시키려고 결혼했어.

참이언의 아버지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태시기에 멱사를 잡을 듯이 소리쳤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손을 붙잡고 울부짖었죠.

내 딸 팔자야.

어쩌다가 이런 거뱅이를 만나서 그들은 태시기에 무능한만을 탓탈뿐 자기 딸의 낭비벽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태식기는 장인 장모의 모욕적인 언사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참이여는 부모님 뒤에 숨어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떠넘기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죠.

그날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처가의 압박과 회사의 부도 위기 그리고 아내의 배신감에 짓눌린 태시기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모든 것이 제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파산했으며 남편과 친정에게까지 버림받은 참이언.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제 그녀를 심판대에 세울 결정적인 증거를 꺼내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서제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두었던 디지털 포렌식 전문 업체의 명함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날의 진실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건하여이 길고 지독한 복수국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었습니다.

복수의 마지막 단계를 위해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과거 제 사업에 중대한 기밀이 유출되었을 때 삭제된 데이터를 완벽하게 보건하여 범인을 잡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참위원의 차량에서 몰래 빼낸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건냈습니다.

이 이 안에 그날의 영상이 분명히 들어 있을 걸세.

고의로 삭제했지만 자네 실력이라면 보건할 수 있겠지.

전문가는 메모리 카드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회장님 걱정마십시오.

덮어쓰기만 심하게 되지 않았다면 영혼까지 복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시간은 사흘 정도 주십시오.

그 사흘은 제게 천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만약 영상 복원에 실패한다면 저의 모든 복수는 법적인 증거가 없는 개인적인 원한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걱정은 기후였습니다.

사흘 뒤 전문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완벽하게 보건되었습니다.

회장님.

음성 파일까지 아주 깨끗합니다.

저는 사무실로 찾아가 보건된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노트북 화면에 그날의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저는 숨을 죽였습니다.

영상은 한적한 저수지 입구 도로변에 차가 멈춰서는 장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후 운전석에서 내린 참이 조수석 문을 열고 제 아내의 팔을 거칠게 잡아습니다.

아내는 내리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참미어는 거의 질질 끌다시피 아내를 차 밖으로 끌어냈죠.

그리고 이어진 음성은 제 피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이게 다 어머니 때문이야.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 줘.

여기서 조용히 사시라고 어머님.

참미연의 악에 바친 목소리.

미연아 왜 이래 무서워? 같이 가자.

아내에 애원하는 목소리.

하지만 차미어는 냉정하게 아내를 뿌리치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차창 밖으로 매달리는 아내를 룸미러로 한번 힐긋 쳐다볼뿐 그녀는 망설림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아 사라졌습니다.

홀로 남겨진 아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망적으로 우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이 났습니다.

저는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 보았습니다.

볼 때마다 심장이 갈리 찢기는 고통과 함께 얼음 같은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다툼 끝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명백한 의도를 가진 잔인하고 악랄한 범죄 행위였습니다.

저는 전문가에게 깊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영상 원본이 담긴 USB를 품에 넣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습니다.

그날 밤 저는 아들 태식기를 서제로 불렀습니다.

며칠 사이 태식이는 완전히 페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덥한 수염, 쾌한 눈, 술과 절망에 절어 있는 모습이었죠.

그는 아무 말 없이 제 앞에 놓인 의자에 주저 앉았습니다.

아버지 할 말 있으세요? 저는 대답 대신 제가 그동안 모아온 모든 자료들을 그의 앞에 하나씩 펼쳐 놓았습니다.

참위현이 회사 돈을 횡령한 내역, 가짜 명품 협찬 사기서, 친구들과 남편을 험담한 대화 기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잭에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서명한 사체 계약서까지.

태식이는 서류들을 멍한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놀람이나 분노의 기색도 없었어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공허한 표정뿐이었죠.

이게 다 사실이었군요.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전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제의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했죠.

처음에는 무표정하게 화면을 보던 태시기의 얼굴이 영상 속이연이 아내를 끌어내는 장면에서부터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참이 잔인한 목소리와 아내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서제 안에 울려 퍼지는 순간 태시기의 눈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여기서 조용히 사세요.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 줘.

그 대사가 나오는 순간 태식이는 괴로운 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주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서제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태시기는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연민의 눈물도 분노의 눈물도 아니었습니다.

뼈저린 후회와 참회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뒤엉힌 한 남자의 처절한 눈물이었습니다.

아버지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제 엄마를 그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오열했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서제를 나갔습니다.

저는 그의 뒤를 따랐습니다.

태시기는 곧장 아내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아내는 놀란 눈으로 아들을 쳐다보았죠.

태식이는 그대로 어머니의 침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불료 자식을 용서하지 마세요.

제가 눈이 멀어서 귀가 멀어서 어머니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어머니.

태식이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 바닥에 이마를 찌어가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의 울음소리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충격으로 말을 잃어가던 아내는 오열라는 아들의 모습에 놀라 한동안 쳐다보기만 하더니 이내 떨리는 손을 들어 아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저는 방문에 기된 채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제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무너졌던 제 가족의 일부가 아주 위태롭게 그러나 분명히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이 모든 비극의 원흉인 참연을 심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은 그녀에게 내려질 마지막 심판의 서곡이었습니다.

아들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그 이틀 동안 집안에는 폭풍전와 같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태시기는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고 아내의 방을 찾아가 말없이 곁을 지키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죠.

참이어는 그런 남편의 변화를 감지하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영력했지만 애써 태어난 척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이 모든 상황이 남편의 사업 실패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듯했어요.

심판의 날 저녁 저는 참이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같이 식사나 하구나.

내가 근사한 곳에 예약을 해두었다.

영문을 모르는 참이어는 오랜만에 외식이라는 말에 잠시 표정이 밝아지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레스토랑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 집 식탁이었죠.

제가 마음이 바뀌었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먹자라고 말하자 그녀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날 저녁 식탁은 그야말로 살어른판 같았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했고 태식기는 아내의 수저에 반찬을 올려주며 살들이 챙겼습니다.

그 모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진심어린 행동이었죠.

참이어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몇 번이나 말을 걸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데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결국 수절을 내려놓고 말았죠.

식사가 끝나고 저는 거실에 모두를 불러 모았습니다.

이제 그만이 지긋지긋한 연극을 끝낼 때가 된 것 같구나.

제 말에 참이언니 아버님 무슨 말씀이세요?라며 라며 불안한 눈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는 대답 대신 거실의 대형 TV 리모컨을 들었습니다.

내가 한 짓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주마.

저는 망설림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TV 화면에 난닉은 저수지 입구의 도로가 나타나자 참이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에서 내려 시어머니를 거칠게 끌어내는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자 그녀는 비명을 질렁습니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거짓말이야.

조작된 거야? 그녀는 리모컨을 빼앗으려고 제게 달려들었지만 그 앞을 태식기가 막아섰습니다.

태식기는 차갑고 경멸 어린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며 말했습니다.

그만해 참미연 더는 역겨워서 못 봐 주겠다.

남편의 그 차가운 한마디에 참미어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TV 속에서는 그녀의 잔인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죠.

내 인생에서 좀 사라져 줘.

그 목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아내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참이어는 이성을 잃고 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안 그랬어.

저건 다 가짜야.

아버님이 나를 내쫓으려고 꾸민 짓이야.

여보 당신은 나 믿지? 응.

어머님이 치매 때문에 헛것을 보시고 아버님은 그걸 이용해서 나를 모함하는 거라고.

그녀는 태식기에게 매달리며 애원했지만 태식기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직감한 참이어는 마지막 바락으로 아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어머님, 제발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안 그랬다고 어머님이 그냥 혼자 내리신 거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

네.

그녀는 아내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강요했습니다.

그동안 충격과 공포 속에서 침묵하던 아내 모두가 치매 노인이라며 그녀의 말을 무시했던 제 아내가 그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내의 눈빛은 더 이상 흐릿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내는 슬픔과 연민 그리고 단호함이 담겨 있었죠.

아내는 참이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주 조용하지만 거실의 모든 사람에게 들릴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그랬잖니 그 한 마디 그 짧은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끝냈습니다.

차가운 길바닥에 내 손을 놓고 돌아서던 내 얼굴 내가 죽어서도 잊지 못한다.

참이언의 얼굴에서 모든 핏끼가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그 명료한 증언은 그녀의 마지막 거짓말까지 산산 조각 내버린 심판의 망치와도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조용히 수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제복을 입은 심판관들을 부르는 숫자를 눌렀습니다.

112네 경찰서죠.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한이가 있습니다.

네, 지금 저희 집에 있습니다.

주소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집안에는 완전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참이어는 넣기 나간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죠.

잠시 후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치흙 같은 밤에 정적을 깨고이 집을 향해 죄를 지은 한 인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창가에 서서 붉고 푸른 경광 등 불빛이 우리 집 거실창을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길고 길었던 복수의 밤이 드디어 끝나고 있었습니다.

소리는 길고 어두웠던 그 밤에 마침표였습니다.

잠시 후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들어섰고 거실의 모든 소음은 거짓말처럼 머습니다.

그들은 눈앞에 광경 즉 넣기 나간 채 바닥에 주저앉은 참이 굳은 얼굴로서 있는 저와 태시기를 보며 상황에 무게를 짐작하는 듯했죠.

저는 말없이 TV 화면에 멈춰 있는 그날의 기록을 가리쳤습니다.

말보다 더 확실한 증거였으니까요.

경찰 한 명이 참이에게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어떤 저항도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텅빈 눈동자로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죠.

이윽고 그녀의 손목에 차가운 금속꼬리가 채워졌습니다.

철컥하는 그 소리는 한 사람이 저지른 끔찍한 행동의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안방에서는 아내가이 모든 상황을 들었는지 조용한 흐느낌 소리가 세어나왔습니다.

태시기가 황급히 어머니의 곁으로 향했죠.

참이어는 경찰에 부축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때이 집에 화려한 안주인이었던 그녀가 초라한 모습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저는 어떤 통쾌함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지독한 피로감이 온몸을 휘감았어요.

제가 시작했던이 길고 고통스러운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모든 것이 부서지고 난 뒤에 공허함이 더 컸습니다.

그날 이후의 시간들은 또 다른 형태의 싸움이었습니다.

사건은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고 저희 가족은 한동안 호기심 어린 시선들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무너진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 더 시급했으니까요.

재판이 열렸고 저는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참위현측 변호사는 그녀가 시어머니의 병세 때문에 힘들어했으며 모든 것이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 그날의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모든 변명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방청석에서는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고 참위원의 부모는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었습니다.

뒤어 증인석의 선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한자한자 힘주어 그날의 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며느리가 자신을 차가운 길 위에 남겨두고 떠나던 순간의 얼굴과 그녀가 내뱉었던 말들을요.

아내의 증언은 법정 안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참위원의 행동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 그녀에게 실령을 선고했습니다.

저는 법정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완벽한 정의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상식과 도리를 바로 세운 것이라고요.

그것으로 됐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난 뒤 태식이는 묵묵히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이 연과의 관계를 깨끗이 정리하고 잭이 불능 상태에 빠진 자신의 사업체를 청산했죠.

그는 마지막까지 함께해 준 직원들의 퇴직금을 챙겨 주고 거래처에 진빛을 갚기 위해 살던 집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털리가 된 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태시기가 제 서제로 찾아왔습니다.

한결 단단해진 얼굴로 그는 제 앞에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버지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지난 일은 그만해라.

앞으로가 중요하지.

그래서 염치 없지만 아버지께 부탁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조용히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과거에 욕심이나 허영이 담겨 있지 않았어요.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

어떤 허드의 일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제 힘으로 다시 일어서서 제 손으로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습니다.

아버지께 짐 마음의 빚을 그렇게 평생 갚으며 살고 싶습니다.

아들의 진심 어린 눈빛에 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죠.

내일부터 나오너라 그 허락에 아들은 다시 한번 제게 허리를 깊이 숙였습니다.

태시기의 삶은 그날부터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는 정말로 제옛 회사에 물류 창고에서 상자를 나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출근에 땀 흘려 일했고 고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가장 먼저 어머니의 방으로 향했죠.

어머니,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까요? 아들은 어머니의 곁에 앉아 살갑게 말을 걸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웃고 주말이면 휠체를 밀고 공원으로 나가 햇볕을 죄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을 어색해 하던 아내도 그의 꾸준한 노력과 진심에 조금씩 마음에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아내의 얼굴에 다시 희미한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아들 덕분이었습니다.

시간은 더디지만 성실하게 흘러갔습니다.

계절이 두어번 바뀌고 마당의 감나무에 다시 세순이 도단할 무렵.

우리 집에는 조용하고 따스한 평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아내의 기억이 온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밤에 악몽을 꾸지 않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은 일에 아이처럼 웃고 햇살 좋은 날에는 먼저 산책을 가자고 조르기도 했죠.

기억의 빈자리를 어쩌면 세상에 대한 순수한 감탄으로 채워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였습니다.

저는 마당 텃밭에서 갓 자라난 상추를 속아내고 있었고 아내는 텐마루에 앉아 그런 저를 보며 조용히 졸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돌아온 태식기는 땀에 젖은 재등을 수건으로 닦아 주더니 아내의 곁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잠든 아내의 어깨에 자신의 외투를 살며이 덮어 주었죠.

저는 그 평화로운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흙내음, 사랑하는 아들의 듬직한 등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얼굴로 잠든 아내의 모습.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너무나도 평범하고 소중한 풍경이었습니다.

문득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기 위해 저는 참으로 길고 험란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상처 입고 때로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야만 했죠.

그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다른 길은 없었을까? 수없이 되내었지만 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고 한 남편으로서 한 아버지로서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힘겨운 싸움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더 귀한 것을 되찾았습니다.

바로 제 아들이었죠.

아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발로 국건이서는 법을 배웠고 진정한 의미의 가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제 곁에는 여전히 제 손길이 필요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온화한 미소를 가진 아내가 있습니다.

저는 흙묻은 손을 털고 일어나 아내와 아들이 있는 머루로 다가갔습니다.

제 발소리에 잠이 깬 아내가 저를 보며 웃었습니다.

영감 고생했어요.

오늘 저녁에는 저 상추에 밥 사 먹읍시다.

그 평범하고 따뜻한 한 마디가 제 마음의 모든 응어리를 녹여내리는 듯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걸로 된 겁니다.

우리 집은 예전처럼 완벽할 수 없을 겁니다.

모두의 마음속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 상처를 서로 외면하지 않고 마주보고 보듬어 주며 살아갈 겁니다.

인적 드은 곳에 차가운 기억은 이제 아득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서로에게 기된 채 온 길을 나누고 있는 나의 가족이 있으니까요.

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가 치렀던 길고 긴 싸움의 진정한 의미이자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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