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T: 좋은 선생인 줄 알았는데... 충격 고백, 5분 만에 바뀐 나의 교육 철학!
나, 사실 좋은 선생님 아니었을지도 몰라... (feat. 심리치료)
얘들아, 내가 너희한테 좀 솔직한 얘기를 해볼까 해. 한 5분 정도만 내 얘기 좀 들어줘.
사실 내가 의도치 않게 심리치료를 받게 됐어. 뭐 내가 막 심적으로 힘들어서 찾아간 건 아니고, 우연히 어떤 전문가분을 만났거든. 근데 그분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내가 너희한테 되게 좋은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고?
내가 수업할 때 너희 감정을 잘 안 건드리는 것 같다는 거야. 예를 들어 너희가 문제를 틀렸다고 해서 내가 "어머, 나 당황했어!"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 그냥 "경찰 부른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지. [웃음] 그러니까 내가 감정적인 표현을 잘 안 쓴다는 걸 그분이 보신 거야.
그분이 나한테 "너는 왜 감정 언어를 쓰지 않니?" 하고 물으시는데, 나도 생각을 안 해봤던 부분이었어. 그래서 그분이 나를 탐구하기 시작하셨지.
"너는 가난을 언제부터 인지했니?"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내가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아. 그때 초인종이 울리면 엄마가 장롱으로 숨으셨거든. 빚쟁이가 온 거야. 나는 어리니까 동생이랑 숨바꼭질하는 줄 알고 엄마 따라다녔지. 그때 엄마가 불안해 보였어. 그래서 다음에도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동생이랑 같이 숨어서 소리 안 내고. 그때 내 마음은 잘 모르겠어.
"27살 때 겪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뭐니?"
이 질문에는 바로 벽돌로 머리를 맞았던 일이 떠올랐어. 공부하다가 집주인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했었거든. 그 얘기를 들으신 그분이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그때 어땠니?" 하고 물으셨는데, 나는 "울었던 것 같아요"라고만 답했어.
그분이 계속 물으셨지. "왜 울었니?" 나는 "무기력했던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라고 답했어. 더 깊게 들어가니 "비참했던 것 같아요." 라는 말이 나왔어.
그때 그분은 내가 비참하다는 단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쓰지 않았다고 하셨어. 내 영상을 보면 내가 너희한테 "버텨!" 라고만 하는 이유가 그거였던 거지.
"27살의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니?"
나는 당연히 "버텨!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 올 거야. 지금까지 잘 버텼잖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근데 그분은 아니라고 하셨어. "비참했다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그럼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니?" 라고 물으셨지.
그때 나는 비로소 위로를 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도와달라고 말해. 혼자 견디지 마." 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게 맞다는 거야.
왜 나는 감정을 만져주지 못했을까?
어릴 때 엄마가 빚쟁이 때문에 숨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근데 엄마도 위로받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나도 위로받을 생각을 못 했던 거지. 벽돌로 머리를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냥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감정을 느끼고 위로받을 생각을 못 했던 거야.
너희한테는 왜 "버텨!" 라고 했을까?
수능은 긴 시간 게임이 아니잖아.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해야 하니까, 감정에 휩싸여서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 너희한테는 지금이 중요하니까, 빨리 이겨내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 내 퀘스트 썸네일도 "울지 마. 버텨. 이겨내." 이런 식이었잖아.
하지만...
너희가 힘들다고 할 때, 나는 "다 필요 없어. 그냥 하면 돼. 버텨." 라고만 했던 것 같아. 너희는 그때 위로를 받고 싶었을 텐데 말이야. 내가 너희의 영혼을 살려주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미안해. 내가 좋은 선생님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하지만 기억해줘.
너희한테 주어진 시간은 짧아. 그 안에서 감정에 휩싸여 시간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건 내 진심이었어. 하지만 만약 인생이 길고 힘들다면, 그때는 나를 찾아와. 그때는 너희의 마음을 더 잘 만져줄 수 있을 것 같아.
너희가 힘들 때 "나는 안 되는 걸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버텨!" 라고 말할 거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았어.
힘내고, 혹시라도 너무 힘들면 언제든 나한테 와. 내가 잡아줄게.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