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0 | 흐릿한 시간을 걷는 우리에게 | 한승우 목사 | 분당우리교회 주일설교
힘들 때, 흐릿할 때, 주님을 바라보자!
군대 가기 전, 나는 '군 선교사'가 되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가득했어. 제자 훈련도 하고, 기도 편지도 돌리면서 말이야. 그런데 현실은 달랐지. 무서운 선임들, 낯선 환경에 첫날부터 무너졌어. '군 선교사' 사명이고 뭐고, 그냥 살아남는 게 목표가 되더라. 그때 불렀던 찬양이 "하나님 아버지"였어. 가사처럼 두려운 것도 많고, 부끄러운 것도 많고, 힘들 때 의연한 척해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지.
왜 우리는 힘들 때 앞이 흐릿해질까?
마치 풍랑을 만난 베드로처럼 말이야. 예수님이 바로 앞에 계신데도 유령으로 보일 정도로 앞이 안 보였던 것처럼, 우리도 어려움이 닥치면 예수님도, 하나님의 뜻도 흐릿하게만 느껴져. 목사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야. 성도님들의 어려운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하나님은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답을 알면서도 해석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흐릿한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과 맹인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예수님은 맹인을 한 번에 고치지 않고 두 번에 걸쳐 고치셨어. 처음에는 흐릿하게 보이다가, 두 번째에야 밝게 볼 수 있었지. 이건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 흐릿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려주는 거지.
1. 베세다를 떠나라!
예수님은 맹인을 베세다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고치셨어. 베세다는 화려하고 풍요로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딱딱하게 만들고 예수님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곳이었지.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야. 스마트폰,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때문에 우리의 마음과 시간이 빼앗기고 있어. 예수님을 제대로 바라볼 틈이 없는 거지.
- 나의 베세다는 무엇일까?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 무엇이 나의 집중력을 빼앗고, 하나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지.
- 그것을 떠나자! 엘리베이터에서 멍하니 광고를 보거나,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처럼,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것들에서 벗어나자. 광야처럼 고요한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어.
2. 주목하여 바라보자! (디아블레포)
맹인이 처음에는 '쳐다봤지만' (아나블레포), 두 번째에는 '주목하여 봤어' (디아블레포). 그냥 보는 것과 뚫어지게 보는 것은 다르지. 흐릿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주목하여 바라보는 것'이야.
-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바로 예수 그리스도야. 히브리서 말씀처럼, 믿음의 주여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봐야 해.
- 왜 주목해야 할까? 베드로가 풍랑을 보고 빠졌던 것처럼, 예수님을 바라보지 않으면 우리도 문제 속에 빠질 수밖에 없어. 예수님을 주목할 때,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음성을 듣고 평안을 얻을 수 있어.
결론적으로,
우리가 흐릿한 시간을 걷고 있다면, 먼저 우리의 '베세다'를 떠나자. 그리고 그 비워진 시간에 예수님을 '주목하여 바라보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를 붙잡아 주실 거야. 힘들 때, 앞이 흐릿할 때, 이 말씀을 기억하며 주님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