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전하는 자기다운 삶의 비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에 대한 생각 나누기
오늘 나는 여러분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삶의 요령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야. 그냥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줄게. 내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그냥 '아, 저 사람은 삶을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들어주면 돼. 그러면서 여러분 스스로도 '나는 내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내 생각은 괜찮은 걸까?' 하고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되면 좋겠어.
외로움과 열등감, 그리고 얼굴
살면서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감정 중에 외로움과 열등감이 있어. 외로움에 빠지면 견디기 힘들고, 열등감에 빠지면 내일이 두려워지지. 우리는 살면서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다 느끼면서 살아가잖아. 그중에서도 외로움과 열등감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사실 누구나 외로움도 느끼고 열등감도 느끼면서 살아.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좋은 감정도 느끼면서 말이야.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앞으로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때,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판단할 방법이 있을까?
나는 2월에 정치를 그만두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봤기 때문이야. 결론은 '잘 살고 있지 못하다',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겠다'였어. 그래서 글 쓰는 일로 돌아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기로 결심했지.
그럼 내가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했는지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해 줄게.
26살 때의 나
이 사진은 내가 26살 때 찍힌 거야.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갔을 때 찍혔지. 호송 버스에서 내려 법원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나를 보러 온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야.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고 몸은 묶여 있지만, 사진 속 내 얼굴은 행복해 보이지 않아? 나는 그때 참 행복했다고 느껴.
10년간 정치했던 나의 얼굴
내가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얼굴은 어땠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봤어. 국회 등원할 때, 대정부 질의할 때, 당 대표 선거 때, 그리고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단 회의 때 등등… 대부분의 사진에서 내 얼굴은 분노, 답답함, 짜증, 슬픔 같은 감정을 담고 있더라고. '이런 얼굴로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거울 너머의 진짜 내 얼굴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잖아. 세수할 때, 화장 고칠 때 등등.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말고, 평소 내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옛날에는 "남자는 마흔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었어. 지금은 "사람은 마흔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바꿔 말할 수 있겠지. 왜냐하면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기 때문이야.
삼성의 신입사원 면접과 관상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신입사원 면접 볼 때 관상가를 옆에 앉혀놓고 면접을 봤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 어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배신하지 않는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해.
하지만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아. 기업 경영자라면 당연히 사람의 마음을 보고 싶어 할 거야. 마음이 평온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을 뽑고 싶겠지. 관상은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보려는 거야.
얼굴은 마음의 표현
사람의 마음은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는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 연기자들은 슬픈 감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잖아.
인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풍부한 표정을 지을 수 있어. 이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야. 수십만 년 동안 우리는 소집단 안에서 살면서 서로의 감정을 읽고 소통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지.
그래서 내 얼굴을 보면 내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거야. 외로움, 분노,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살면 얼굴에 그런 감정이 나타나고, 사랑, 기쁨, 연대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얼굴에도 그런 표정이 나타나지.
진짜 좋은 얼굴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판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얼굴을 보는 거야.
- 놀이의 즐거움: 이 사진 속 여자아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푹 빠졌을 때 짓는 순수한 즐거움의 표정.
- 사랑의 느낌: 연인이나 가족을 바라볼 때의 사랑스러운 표정.
- 연대의 기쁨: 타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내놓을 때 느끼는 기쁨의 표정.
이런 표정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할 때 짓는 얼굴이지.
일, 사랑, 놀이, 연대: 삶의 네 가지 기둥
우리의 삶은 이 네 가지로 채워져.
- 일: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하며 보내. 일이 즐거우면 행복한 삶이고, 괴로우면 불행한 삶이지.
20대 초반인 여러분에게는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해. -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 놀이: 노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
- 연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을 위해 나의 것을 자발적으로 내놓을 때 느끼는 이타적인 기쁨.
이 네 가지를 어떻게 대하고 어떤 내용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삶의 색깔이 달라질 거야.
비겁한 청춘을 보내지 않기 위해
내가 여러분 나이 때는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할 여유가 없었어. 당시의 사회 상황 때문이었지. 길에서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을 봤을 때, 모른 척 지나가면 편하겠지만 나중에 늙어서 비겁하게 느껴질 것 같았어. 그렇다고 덤벼서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할 수도 없었지.
그때는 '비겁해지거나, 어디 부러지거나' 둘 중 하나였어.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어른도 별로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여러분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진지한 관심을 가지면서도,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
내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
이제 여러분은 스무 살이 넘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나이가 되었어. 자신의 얼굴 표정이 타인에게 전달하는 감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라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에게 즐거운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 부모님의 기대나 사회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해. 그리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해.
스펙은 중요하지만, 진짜 스펙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거야. 목수가 되려면 톱질과 대패질을 잘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사랑, 놀이, 연대의 기쁨을 함께 배합해서 여러분이 바라는 삶을 설계하고,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밀고 나가야 해.
의미 있는 삶이란
돈이 많고 높은 지위에 가고 이름이 알려져도, 스스로 선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어.
삼성그룹의 손자가 부럽다고? 그 아이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부모님의 기대, 사회적 시선, 주어진 환경… 그 모든 것이 행복은 아니야. 행복은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 찾은 길을, 내 힘으로,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갈 때 오는 거야.
세상을 떠날 때, '최상의 삶은 아니었을지라도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주체적인 삶이었다'라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삶. 그것만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
여러분, 지금 여러분 나이에 꼭 해야 할 일, 바로 나에게 즐거운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에 매진하길 바라.
질문 & 답변
질문 1: 외로움과 열등감 중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시키는 삶과 가슴이 시키는 삶 사이에서 외로움을 견디며 머리가 시키는 삶을 따라야 할까요, 아니면 가슴이 시키는 삶을 따라야 할까요?
답변: 외로움은 타인과의 소통이 단절될 때 느끼는 감정이야. 혼자 있다고 외로운 건 아니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지. 내가 보여준 사진처럼, 때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소통이 실패해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어.
중요한 건, 외로움 자체가 나쁜 감정은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외로움이 다른 즐거움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될 수 있어. 외로움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지.
머리가 시키는 삶과 가슴이 시키는 삶, 둘 다 중요해. 하지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 외로움의 이면에 타인에 대한 서운함이나 세상에 대한 원망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해. 그리고 때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소통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
질문 2: 표현의 자유에 관한 질문입니다. 김수용 시인의 '김일성 만세' 시를 올렸다가 삭제한 경험이 있으신데, 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견해와 일베 사이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표현의 자유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견해까지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를 가져. '김일성 만세'라는 시도, 김일성을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까지도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 사회라는 의미로 이해했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개인의 견해 차이라고 생각해. 중요한 것은 그 견해를 표현할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거야. 다만, 그 표현이 타인의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침해한다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지.
일베 사이트도 마찬가지야. 그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쓰레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해. 다만, 그 안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법적으로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
질문 3: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질문드립니다. 스웨덴 같은 복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우리나라 복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아.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 지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어. 이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해.
유럽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그들을 따라가고 있어.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복지 제도도 마찬가지야. 한국 사회는 유럽 선진국들을 따라가면서도 우리만의 문화와 역사적 환경을 고려해야 해.
대한민국은 상당히 괜찮은 나라고 생각해. 물론 노동 시장의 비정규직 문제나 청년 취업 기회 부족 같은 문제들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잖아. 이런 좋은 점들을 인정하고 누리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