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의 유튜브 추출기

유튜브 영상의 자막과 AI요약을 추출해보세요

AI 채팅

BETA

수상한 예비 며느리의 비밀 행동에 감동한 사연 공개!

게시일: 작성자: 자청의 유튜브 추출기

아버지의 특별한 여정: 의심에서 믿음으로

어느 날 아들 현우가 아버지 태수에게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어. 그런데 얼굴도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곧 인사드리겠다는 말만 남겼지. 태수는 순간 마음이 좀 불편해졌어. 요즘 세상에 사람 속을 알 수 없으니, 괜히 착한 척하다 뒤통수 치는 사람도 많잖아? 그래서 태수는 결심했어. 아들이 일하는 식당에 손님으로 가서 며칠 동안 조용히 지켜보기로 말이야. 그리고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대.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 아들의 비밀 연애, 아버지의 의심

은퇴 후 개인 택시를 모는 태수(67세)는 오늘도 저녁 6시에 집에 돌아왔어. 젊은 시절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경험 때문인지, 여전히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었지.

"현우야, 밥 먹자."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던 아들 현우(35세)가 고개를 들었어. 현우는 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단정한 인상이었지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 구청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가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어.

"아버지, 오늘 일 어떠셨어요?"
"그저 그렇지. 요즘 택시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야. 카카오 택시니 뭐니 해서 손님들이 다 앱으로만 부르더라고."

태수는 현우가 데워 놓은 국과 반찬을 받아들며 한숨을 쉬었어. 아내를 잃은 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지. 특히 저녁 시간에는 더욱 그랬어.

"아버지."

갑자기 현우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에 태수도 고개를 들었지.

"왜 그러니?"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곧 인사드릴게요."

그 말 한마디에 태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어. 국그릇을 든 손이 잠시 멈췄고, 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지.

"갑자기 웬? 만났는데?"
"몇 달 전부터요. 처음엔 그냥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태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현우를 똑바로 바라봤어. 아들이 원래 이런 말을 쉽게 꺼내는 성격이 아닌데, 오늘은 뭔가 달랐지.

"어떤 사람인데?"
"나이는... 일은... 아버지, 일단 만나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제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아니다. 결혼은 집안 일인데 얼굴도 안 보여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잖아."

태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어. 젊은 시절 믿었던 사업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지. 그때부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쉽게 주지 않게 되었고, 특히 돈이나 재산이 관련된 일에는 더욱 조심스러워졌어.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어떤 뜻이야? 며느리 후보를 아버지한테 숨기고 몇 달씩 만나고 다닌 게 무슨 뜻이야?"

현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 평소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쉽게 풀리지 않는 성격이었어.

'재산이 많지 않지만 내 아들이면 괜찮은 조건이니까. 혹시라도 의도된 만남이면 어떡하나?'

태수는 혼자 중얼거렸어. 공무원인 아들, 그리고 비록 크지는 않지만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까지 생각하면 분명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조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

며칠이 지났어. 태수는 평소보다 말수가 더 적어졌고,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그 생각만 하고 있었지. 그러던 중 오랜 택시 기사 후배인 박씨로부터 전화가 왔어.

"형님, 혹시 형님 아들이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 들으셨어요?"
"뭔 소리야?"
"아, 제가 우연히 들었는데 그 여자애가 저희 동네 작은 백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던데요."

태수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어디? 백반집."
"시장 근처에 있는 작은 데예요. 제가 가끔 가는 곳인데 젊은 여자애가 하나 있거든요. 혹시 그 애가 형님 아들하고 만나는 애인가 싶어서요."

전화를 끊은 태수는 결심했어.

"내 눈으로 확인하고 말 거야. 손에 흙 묻혀도 사람 속은 제대로 봐야지."


2. 백반집에서의 첫 만남

다음 날 아침, 태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어. 오늘은 단순한 택시 운전이 아니라 특별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지. 거울 앞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낡은 재킷을 걸쳤어. 평소 가지고 다니던 가죽 지갑 대신 현금 몇 장만 바지 주머니에 넣었지.

"너무 잘 차려 입으면 안 되겠어. 그냥 평범한 택시 기사처럼 보여야지."

태수는 혼자 중얼거리며 차에 올랐어. 박씨가 알려준 백반집은 시장 근처에 있는 작은 가게였어. 20분 정도 운전을 해서 도착한 골목길은 오래된 상가들이 즐비했지. 점심 시간이 막 시작되는 12시쯤, 태수는 '맛있는 집'이라는 소박한 간판을 단 백반집 앞에 택시를 세웠어. 작은 유리창 너머로 손님들이 보였고, 주방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지.

"자, 이제 시작이다."

태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식당 문을 열었어.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 식당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손님들도 제법 있었어.

"어서 오세요."

주방에서 뛰어나온 젊은 여성이 환한 미소로 인사했어. 키는 보통이고 단정한 인상의 여자였지. 머리를 뒤로 묶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깔끔해 보였어.

"백반 하나 주세요. 된장국은 안 짜죠?"

태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투박한 말투로 말했어. 평소 아들 앞에서 쓰던 말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

"네. 싱겁게 해 드릴게요. 물 먼저 드릴게요. 더우시죠?"

수빈이는 밝은 표정으로 찬물을 따라 주었어. 태수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며 수빈이를 관찰하기 시작했지. 수빈이는 손님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어. 말투는 부드럽고 정중했지만,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지. 주방 아주머니와 대화할 때도 존댓말을 잊지 않았고, 손님들에게는 항상 미소를 지었어.

"백반 나왔습니다."

태수 앞에 놓인 백반은 생각보다 푸짐했어. 된장국, 김치, 시금치나물, 콩나물, 멸치볶음까지 여섯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지.

"맛있게 드세요."

수빈이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태수는 고개만 끄덕이고 밥을 먹기 시작했어. 하지만 눈은 계속 수빈이를 따라다니고 있었지. 식사 중간에 한쪽 테이블에서 반찬을 쏟는 일이 생겼어. 중년 남성이 시금치나물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지. 태수는 지켜봤어.

"괜찮으세요?"

수빈이는 즉시 행주와 걸레를 들고 다가갔어.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바닥을 닦는 모습에서 눈짓 하나로 다정한 성격이 전해졌지.

"죄송합니다. 제가 새로 가져다 드릴게요."
"아니야. 괜찮아.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아니에요. 금방 갖다 드릴게요."

수빈이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새 반찬을 가져다 주었어. 그 과정에서 다른 손님들의 물컵도 확인하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살폈지. 태수는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면서도 수빈이를 관찰했어. 계산할 때도 정확했고, 잔돈을 줄 때도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네주었지.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식당을 나온 태수는 택시 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어.

'첫인상만으로는 판단 못 해. 며칠 더 지켜보자.'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생각과 다른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웠어. 어떤 속셈이 있어서 아들에게 접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본 모습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

'아직 모르는 거야.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돼. 특히 이런 일에는 더욱.'

태수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계속 수빈의 모습을 떠올렸어. 환한 미소, 정중한 말투, 부지런한 손놀림. 하지만 동시에 과거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생각났지.

"내일 또 가봐야겠어. 한두 번 본 것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어."


3. 며칠간의 관찰, 흔들리는 의심

이틀째, 태수는 이번에는 오후 늦게 백반집을 찾았어. 점심 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뜸해질 시간을 노린 것이지. 오후 3시쯤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은 한두 명뿐이었어.

"어서 오세요. 어제도 오신 분이시죠?"

수빈이가 태수를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했어. 태수는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지.

"네. 어제 먹어보니 맛있어서 또 왔어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백반 드시겠어요?"

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석 자리에 앉았어. 손님이 적어서인지 식당은 조용했지. 주방에서는 라디오가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고, 수빈이는 국을 끓이며 라디오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어. '사랑은 언제나 목마른 것'이라는 오래된 가요였지. 수빈의 콧노래 소리가 식당 안에 은은하게 퍼졌어. 태수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지. 계산적이고 의도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어려울 텐데 하고 생각했어.

그때 할머니 손님 한 분이 물을 흘렸어. 유리컵이 테이블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깨졌지.

"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실수했네요."

할머니가 당황하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수빈이가 재빨리 다가갔어.

"할머니 괜찮으세요? 다치지 않으셨죠?"

수빈이는 할머니를 먼저 살피고 난 후, 옷자락이 젖는 것도 마다 않고 무릎을 꿇어 바닥에 유리 조각을 치웠어. 할머니의 젖은 옷을 수건으로 닦아드리며 말했지.

"새 물 갖다 드릴게요. 유리 조각 조심하세요."
"미안해 아가야. 내가 손이 떨려서..."
"아니에요. 이런 일은 자주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태수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어. 진짜 속마음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자연스러운 배려였지.

태수는 이번에는 연기를 해보기로 했어. 계산을 할 때가 되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

"아, 이상하네. 내가 지갑을 안 가져왔네요."

주방에서 지켜보던 주방 아주머니가 눈치를 보기 시작했어.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았지.

"어떻게 하지? 집이 좀 멀어서..."

태수가 당황한 척하자 수빈이가 바로 막아섰어.

"괜찮아요. 제가 대신 낼게요."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어떡해?"
"알바비 받은 날이니까 괜찮아요. 다음에 오실 때 주시면 되니까요."

수빈이는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대에 놓았어. 태수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졌지.

"정말 고마워요. 내일 꼭 갚을게요."
"천천히 하세요. 급한 거 아니에요."

나흘째, 태수가 식당에 들어서니 주방이 소란스러웠어. 주방 아주머니가 허리를 움켜쥐고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지.

"이모, 어떻게 하세요? 병원에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아이고, 이 바쁜 시간에 설거지가 산더미인데..."

수빈이는 앞치마를 벗고 소매를 걷어 올렸어.

"이모, 오늘은 제가 다 할게요. 병원부터 가세요."
"그럼 너만 혼자 어떻게 해? 손님들도 많고."
"괜찮아요. 제가 예전에 주방일도 해봤거든요. 오늘은 제가 설거지하고 음식도 준비할게요."

수빈이는 고무 장갑을 끼며 주방으로 들어갔어. 태수는 그 모습을 보며 놀랐어. 아르바이트생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

"이모, 내일 병원 가세요. 오늘은 푹 쉬세요."

수빈이의 행동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 익숙하고 단정하며, 남이 보든 말든 똑같았지. 손님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주방 아주머니가 보든 말든 똑같은 성실함을 보였어. 태수는 그날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더 앉아 있었어. 수빈이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준비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지.

"정말 고생하네."

혼잣말을 한 태수는 식당을 나와 골목길에 혼자 서 있었어. 석양이 지는 시간이었고, 골목길은 조용했지.

'내가 생각한 그런 애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태수는 마음이 복잡했어. 처음에 품었던 의심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믿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지.

"그래도 아직 며칠 더 지켜봐야겠어. 사람은 쉽게 판단하는 게 아니야."

태수는 택시에 올라타며 다시 한번 백반집을 돌아봤어. 작은 유리창 너머로 수빈이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지.


4.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깊어지는 의심

사흘째 되는 날, 태수는 평소보다 일찍 백반집 근처에 도착했어. 하지만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동네 분위기를 파악해 보고 싶었지. 골목길 한쪽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음료수 하나를 샀어.

"사장님, 이 근처에 오래 사셨나요?"
"네, 한 15년 정도 됐죠. 왜요?"
"아, 백반 집에서 일하는 젊은 아가씨가 있던데, 혹시 그 집 딸인가요?"

슈퍼마켓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어.

"아, 수빈이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애는 참 안 됐어요."
"왜요? 무슨 일이라도."
"그 집이 원래 여기 토박이었는데, 몇 년 전에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써서 한번 쫄딱 망했어요. 집도 날리고 빚더미에 앉았죠."

태수의 표정이 굳어졌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였지.

"그래서 어머니는 여기저기 식당 허드렛일 하며 고생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몸이 너무 안 좋으셨거든요."
"그럼 지금은 수빈이가 혼자 살고 있어요?"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하더라고요. 빚 때문에 도망간 건지... 참 안타까워요."

태수는 마음이 복잡해졌어. 그동안 수빈이가 보인 모습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지.

"그런데 그애는 정말 착해요.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밤낮으로 일하고, 우리 가게에도 가끔 와서 라면 하나 사 먹고 가는데 항상 밝게 인사하고 가거든요."

슈퍼마켓을 나온 태수는 다시 생각에 잠겼어. 수빈이의 가정 형편을 알게 되니 마음이 또 다른 방향으로 기울었지.

'그럼 혹시 아들이 가진 재산을 보고 접근한 건 아닐까?'

오래 전 믿었던 직원에게 배신당한 자신의 과거가 겹쳐 보였어. 그때도 그 직원은 평소에 성실하고 착한 모습만 보여줬었지.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돌렸어.

'착한 척하며 뒤통수 치는 인간들. 나도 많이 봤어.'

태수는 며느리 후보를 향해 차오르던 신뢰를 다시 의심으로 덮었어. 아무리 착해 보여도, 아무리 성실해 보여도 결국은 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날 오후, 태수는 다른 동네 지인들에게도 수빈에 대해 물어봤어. 택시 기사 선배들과 차 한잔하면서 나온 이야기였지.

"그 집 딸? 아, 그래. 예전에 그 집 아버지 때문에 동네가 시끄러웠지. 보증 잘못 써서 집까지 날렸다고 하더라고."
"그런 집 딸이라면 결혼 상대로는 좀 그렇지 않나?"
"글쎄, 요즘 세상에 집안 배경이 중요하긴 하지. 특히 빚이 있는 집이라면..."

동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태수의 의심은 깊어졌어. 수빈이가 현우에게 접근한 것이 정말 순수한 만남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

'공무원이고, 아버지도 택시는 하지만 그래도 재산이 좀 있으니까. 그런 걸 보고 접근했을 수도 있어.'

태수는 혼자 중얼거리며 백반집 앞을 지나쳤어. 오늘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


5. 아버지의 고백, 진심을 마주하다

집에 돌아온 태수는 현우가 퇴근하기를 기다렸어. 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태수는 거실로 불렀지.

"현우야,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그 여자, 집안 상황은 어떤가?"

현우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어.

"아버지, 왜 갑자기... 대답이나 해라. 집안이 어떻게 되는 집이냐고."
"가정 형편이 좀 어려워요.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라..."
"역시 그렇군. 현우야, 너 혹시 그 애가 너한테 돈 이야기한 적 없나?"
"아버지! 그럼 말씀하시면 안 돼요. 수빈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태수는 아들의 순진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어.

'남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아.'

"아버지,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지켜보자. 이번엔 정체를 밝히고 직접 만나 볼 거야."

현우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어. 아버지의 완고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태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어. 지난 며칠간 본 수빈의 모습과 오늘 들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 진짜 착한 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계산적인 애일 수도 있고. 태수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어.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어. 내일은 정체를 밝히고 직접 물어봐야겠어. 그래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다음 날, 태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심을 굳혔어. 더 이상 숨어서 지켜볼 수는 없었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 진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오후 2시쯤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을 노려 백반집에 들어갔어. 수빈이는 테이블을 닦고 있었고, 주방 아주머니는 뒷정리를 하고 있었지.

"어서 오세요. 오늘도 백반 드시겠어요?"

수빈이가 평소와 같이 밝게 인사했어. 하지만 태수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지.

"아니요. 오늘은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왔어요."

수빈이는 태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조금 당황했어.

"이야기요?"
"네. 혹시 잠깐 저쪽 벤치에서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태수는 식당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벤치를 가리켰어. 수빈이는 주방 아주머니를 돌아보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지.

"잠깐만요. 이모 제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그래, 다녀와."

두 사람은 식당 벤치에 마주 앉았어.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골목길에 내려앉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무거웠지. 태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어.

"나는 김현우 아버지입니다."

수빈의 눈이 커졌어. 손이 무릎 위에서 떨리기 시작했지.

"현우 오빠 아버지세요?"
"네. 그동안 계속 지켜봤어요. 택시 기사처럼 행동했지만, 다 당신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수빈의 표정이 굳어졌어. 당황스러움과 함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

"아저씨가 정말 현우 오빠 아버지세요?"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현우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내가 많이 의심했소.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 험해서 말이요. 특히 우리 현우는 순진한 편이라 혹시라도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태수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섞여 있었어.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경계하는 마음도 있었지. 수빈이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말하지 못했어. 눈가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지.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하게 말해 주시면 됩니다. 현우를 어떻게 만났는지, 왜 만나게 됐는지."

수빈이는 눈물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어.

"현우 오빠는 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신 분이에요. 몇 달 전에 어머니 기일에 혼자 성묘를 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이 없어서 곤란했거든요."

태수는 조용히 듣고 있었어.

"그때 현우 오빠가 우산을 빌려 주셨어요. 그리고 집까지 데려다 주셨고. 처음엔 그냥 친절한 분이구나 했는데, 나중에 우산을 돌려드리면서 자주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친구로 만났어요. 현우 오빠가 착하시고 따뜻한 분이라서 제가 힘들 때 많이 위로해 주셨거든요."

수빈의 목소리가 더욱 떨렸어.

"하지만 현우 오빠가 공무원이시고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어요. 저는 저는 정말 현우 오빠가 좋아서 만나는 거예요."

태수는 수빈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졌어.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신하기 어려웠지.

"그런데 당신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네. 맞아요."

수빈이 고개를 끄덕였어.

"저희 집이 몇 년 전에 망했어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써서. 그리고 어머니도 작년에 돌아가셨고요."
"그렇다면 현우가 가진 것들이 아니에요?"

수빈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강하게 말했어.

"저는 그런 것 때문에 현우 오빠를 만나는 게 아니에요. 정말 현우 오빠가 좋아서, 현우 오빠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만나는 거예요."

태수는 수빈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어. 눈물로 가득한 그 눈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지.

"어떤 오해든 받아들이겠어요. 그만큼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수빈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

"하지만 한 가지만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현우 오빠를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요. 그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에요."

태수는 한참을 말하지 못했어. 수빈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에서 진실을 느꼈지만, 아직도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지.

"그렇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습니다. 현우도 소중한 내 아들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수빈이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어.

"그동안 숨어서 지켜본 것 미안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마음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괜찮아요. 저도 이해합니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헤어졌어. 태수는 수빈이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 했지.

'진심일까?'

그날 밤, 태수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 수빈과의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지. 수빈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가 진실처럼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남아 있었어. 며칠 동안 태수는 백반집에 가지 않았어. 현우도 아버지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지냈지. 집안 분위기가 무거워졌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어.


6. 결정적인 증거, 마음의 변화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태수가 택시 운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백반집 주방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났어. 아주머니는 태수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었지.

"아저씨, 요즘 안 보이시더라고요. 수빈이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아, 네. 요즘 좀 바빠서요."

태수는 어색하게 대답했어.

"아저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수빈이에 대해서 말이에요."

주방 아주머니의 진지한 표정에 태수는 고개를 끄덕였어. 근처 커피숍에서 마주 앉은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아저씨가 수빈이 아버지시라는 거 알아요. 수빈이가 말하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 애가 정말 착한 애예요. 아저씨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요."

아주머니는 찻잔을 들며 말을 이었어.

"저번에 우리 손자 등록금 없다고 했을 때 말이에요. 제가 한숨을 쉬면서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수빈이가 말없이 봉투를 내놓더라고요. 자기 이름도 말 안 하고 '그냥 이거라도 보태세요'라고 하면서요. 얼마나... 50만 원이었어요. 그 애한테는 큰 돈인데, 아르바이트 받은 걸 거의 다 준 거였어요."

태수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또 있어요. 지난달에 동네 할머니가 쓰러지셨을 때도 수빈이가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밤새 간병했어요. 아무도 모르게요. 그런 일이... 그 애는 남이 보든 안 보든 똑같아요. 진짜 마음이 착한 애라고요. 그런 애가 어떻게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겠어요?"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작은 수건을 꺼내 태수에게 건넸어.

"이거 아저씨가 지갑 안 가져왔다고 했을 때 수빈이가 밥값 대신 낸 거예요. 그날 이거 빨아서 맡기고 갔어요. 아저씨한테 꼭 전해 달라고 하면서요."

태수는 그 수건을 받아들고 한참을 바라봤어. 작고 낡은 수건이었지만, 정성스럽게 빨아서 다려진 것이 느껴졌지.

"그 애가 이걸... 네. 그리고 하는 말이 '그 아저씨가 좋은 분 같아요. 택시 운전하시느라 고생 많으실 텐데'라고 하더라고요."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며 태수의 눈가가 촉촉해졌어.

"아저씨, 그의 정말 좋은 애예요. 현우 씨랑 만나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현우 씨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확 밝아져요."

커피숍을 나온 태수는 수건을 손에 꼭 쥐고 골목길을 걸었어. 햇살이 부서지는 오후였지. 바람이 살살 불어와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어.

'그 아이 진짜였구나.'

태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어.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지.

'내가 처음으로 진심을 잘못 봤구나.'

그동안 품었던 의심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어. 수빈의 착한 마음을 의심했던 자신이 작아 보였지. 태수는 수건을 가슴에 넣고 백반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오랜만에 수빈이를 보고 싶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의심하는 눈이 아니라 며느리를 보는 마음으로 보고 싶었어.

백반집 앞에 도착한 태수는 유리창 너머로 수빈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봤어. 평소와 같이 부지런하고 정성스럽게 손님들을 대하고 있었지.

'정말 좋은 아이구나. 현우 녀석이 복이 있어서 이런 아이를 만났다.'

태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어. 마음을 정했지. 수빈이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7. 가족의 탄생, 따뜻한 결말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태수는 현우를 기다렸어. 수건을 테이블 위에 놓고 현우가 오기를 기다렸지.

'이제 현우한테 말해 줘야겠어. 그 아이가 정말 좋은 아이라는 걸.'

태수는 수건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어.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했지.

'우리 며느리가 될 아이구나.'

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저녁 7시쯤이었어.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 태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현우를 기다리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수빈이 빨아준 수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

"아버지, 오늘 일찍 들어오셨네요."

현우는 평소와 달리 조심스럽게 인사했어. 지난 며칠간 아버지의 기색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었지.

"현우야, 잠깐 이리 와서 앉아라."

태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어. 현우는 아버지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며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어.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현우야, 너 그 아이 꼭 잡아라."

현우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말에 당황했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빈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아버지였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이해할 수 없었지.

"아버지, 왜 그렇게 갑자기...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태수는 테이블 위에 수건을 집어 현우의 손에 쥐어 주었어.

"내가 틀렸더라."

현우는 수건을 받아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어.

"이게 뭐예요?"
"수빈이가 내 아버지 밥값 대신 내준 거야. 그리고 빨아서 전해 달라고 했다더라."

태수는 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현우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어. 백반집에 택시 기사로 변장해서 간 일, 수빈이를 며칠간 지켜본 일. 그리고 오늘 주방 아주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까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지.

"아버지가 그런 일을..."

현우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

"미안하다 현우야. 아버지가 너무 의심이 많았어. 그런데 그 아이 정말 마음이 착한 아이더라."

태수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후회가 담겨 있었어.

"사람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더라. 마음으로 봐야 하는 거였어."

현우는 수건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어. 수빈다운 일이었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 주는 수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어.

"그 아이, 우리 집에 와주면 큰 복이다."

태수가 진심으로 말했어. 오랜만에 아버지다운 따뜻한 목소리였지.

"아버지, 현우야,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해 주시길 기다렸어요."

현우가 조용히 말했어.

"수빈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위로해 주고, 항상 밝게 웃어 주고.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 아버지도 이제 알겠다. 그 아이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

태수는 현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어.

"현우야, 그런데 그 아이가 혼자 살고 있다면서?"
"네.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 혼자 지내고 있어요. 힘들어 보일 때가 많아요."
"그럼 우리가 가족이 되어 줘야지. 외롭게 두면 안 되겠어."

태수의 말에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어.

"아버지, 그럼 언제 정식으로 인사시켜 드릴까요?"
"이번 주말이 어떨까? 집에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자. 아버지가 직접 요리해 볼게."
"아버지가 요리를요?"
"그래. 오랜만에 해 볼 거야. 며느이 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도 없지."

현우는 아버지의 모습에 웃음이 났어. 그동안 요리는 전혀 하지 않던 아버지가 수빈이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지.

"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수빈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몰라요."
"고맙긴 내가 고마워해야지. 좋은 며느리 데려다 주는 내가."

태수는 수건을 다시 한번 만지작거렸어.

"이 수건 액자에 넣어서 걸어둘까?"
"아버지, 그건 좀."

현우가 웃으며 말렸지만, 태수는 진지했어.

"이게 우리 가족이 된 기념품이잖아. 나중에 손자들한테도 이야기해 줄 거야. 할아버지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말이야."

부자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어. 그동안 집안을 덮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말끔히 사라졌지.

"현우야, 내일 수빈한테 연락해라.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오라고."
"네, 아버지. 수빈이가 정말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말이야."

태수가 조금 망설이다 말했어.

"결혼 준비하는데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가 도와줄게. 그 아이가 외로웠을 텐데, 이제부터는 우리가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자."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어. 현우와 수빈의 결혼식은 가을에 조촐하게 치러졌지. 태수는 그날 누구보다 기뻐했고, 수빈이를 진짜 딸처럼 아꼈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태수는 수빈의 진심을 더욱 깊이 알게 되었지. 수빈이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도 백반집을 그만두지 않았어. 주방 아주머니가 혼자 일하기 힘들다며 결혼식 직전까지 도왔지. 태수는 그런 수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

결혼 후 첫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어. 태수는 며칠 전부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 수빈이가 직접 차린 명절상을 받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야. 추석 당일 아침, 태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정성스럽게 차려 입었어. 새로 산 한복까지 꺼내 입고는 거울 앞에서 매만졌지.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야."

태수는 혼자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어. 거실에서는 이미 수빈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새벽부터 일어나 음식을 준비한 듯했지. 현우는 수빈이를 도우며 상을 차리고 있었어.

"아버지 주무세요?"

수빈이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인사했어. 결혼 후 더욱 밝아진 얼굴이었지.

"어서 와라 우리 며느리. 새벽부터 고생했구나."

태수는 수빈이를 보며 흐뭇해했어.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서 정성껏 준비했어요."

식탁에는 수빈이가 직접 만든 음식들이 가득했어. 전, 나물, 떡국, 갈비찜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었지. 태수는 식탁을 보며 감탄했어.

"이게 다 내가 만든 거야?"
"네. 백반집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됐어요. 아버지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아이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정말 고맙다."

태수의 목소리에는 진심어린 감사가 담겨 있었어. 조상들께 차례를 지낸 후 가족들은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어. 태수는 수빈이 만든 음식을 하나하나 맛보며 연신 감탄했지.

"우리 며느리 백반 하나는 제대로 차리네."
"어머,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부끄러워요."

수빈이 수줍게 웃었어.

"택시 손님 중 제일 깐깐한 분이 합격을 주셨으니 자신 있어요."

그 말에 태수는 크게 웃었어. 그때의 일들이 이제는 웃음거리가 되었지.

"그때 생각해 보니 내가 정말 우스웠어. 변장하고 매일 가서 지켜보고..."
"아버지가 그만큼 현우 오빠를 아끼시는 마음이었잖아요. 저도 이해해요."

수빈의 말에 현우도 고개를 끄덕였어.

"그때 수빈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갑자기 현우 오빠 아버지라고 하시니까..."
"미안해 우리 며느리. 그때는 아버지가 너무 걱정이 많았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태수의 시선이 거실 벽에 걸린 액자로 향했어. 그 안에는 수빈이 빨아준 작은 수건이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었지.

"아버지, 아직도 그 수건을 액자에 넣어서 걸어 두셨네요."

현우가 웃으며 말했어.

"당연하지. 이게 우리 가족이 된 기념품인데."

태수는 진지하게 대답했어.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이 이야기를 해 줄 거야. 할아버지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그리고 할머니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말이야."

수빈은 그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어.

"아버지, 제가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당연하지. 너는 이제 우리 가족이야. 외롭게 살았던 날들은 다 잊어버려."

태수는 수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

"그리고 말이야. 백반집은 이제 그만둬도 될 것 같은데. 현우 월급도 있고, 아버지도 도와줄 테니까."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주방 이모도 혼자 하시기 힘드시거든요. 그래도 일주일에 사흘만 나갈게요. 가끔씩 도와드리는 정도로요."

태수는 수빈의 성실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어. 그날 저녁, 수빈이 설거지를 하고 현우가 정리를 돕는 동안 태수는 혼자 거실에 앉아 벽의 수건을 바라봤어.

'정말 복 받았구나. 현우 녀석이.'

태수는 속으로 중얼거렸어. 그리고 나도 좋은 며느리를 얻었어. 현우와 수빈이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을 때, 태수는 두 사람을 불렀어.

"현우야, 수빈아. 내 아버지 고맙다. 너희 덕분에 이 집이 정말 따뜻해졌어. 오랜만에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야."

부자와 며느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어. 가을 저녁의 따스한 햇살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고, 벽에 걸린 작은 수건이 그 빛에 반짝이고 있었어. 그 수건은 이제 단순한 천조각이 아니었어. 의심과 오해를 넘어서 진정한 가족이 된 이야기의 증거였고, 진심이 통하는 따뜻한 사랑의 상징이었지.

최근 검색 기록